남파랑길 8코스는 아름답다. 길은 외길이다.
시작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가만히 멍때리고 있어도 저절로 시간이 가는 그런 길이다.
진해 상리마을 입구에서 약 16km, 5시간 정도 걸리는 단풍과 편백숲, 그리고 부드러운 흙길,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편백나무숲과 그 길을 다 걸어볼 수 없는 아쉬움이 교차했던 길을 떠난다.
상리마을 주변에는 주차장이 없지만 길이 시작되는 입구에서 100m정도 내려가면 차도로 이용한 장소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떠난다
여행은 동반자라고 했지..해파랑길과 남파랑길에서 첫 동행자. 때로는 혼자이고 싶고 때로는 길동무도 필요한 법
길은 두갈래, 오른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드림로드의 시작점이다.
길은 자갈길, 키높지 않은 편백숲 사이로 바람이 불어간다
시멘트길위로 나부끼는 낙엽,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 그 길위의 부드러운 바람
낯설지 않은 풍경, 드림로드가 시작되는 곳이다.
옛부터 사람들은 길마다 이름을 붙여 정겹게 사용했다. 이런길은 애움길이다
드림로드를 경유하여 천자봉과 시루봉 장복산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일상적 삶은 특이할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 볼일을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TV를 보며,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신물나는 정치이야기도 듣으며, 세상돌아가는 이치를 아는체도 해보고, 그리고 저녁이 되면 멈추는 일상, 일상에서 만나는 이런 길은 경이롭지 않은가
내게 있어 이길은 첫길이다. 첫번째는 모든것이 낯설지만 가슴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작은 감동이라도 느끼고 싶어 사람들은 낮선 곳을 찾는다. 나도 그렇다
남파랑길 6코스부터 12코스까지 안내도. 코스정보는 정확하지만 걷는 사람에 따라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나를 부르는 숲길
드림로드 곳곳에 차밭을 조성하였다. 겨울이면 치자꽃같은 하얀 꽃을 피우고 봄이면 향기로운 차를 선물한다
저 구비를 돌아가면 무엇이 있을까.
애움길은 설레임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드림로드 발아래 점점히 떠 있는 진해만의 작은 섬들
벤치에 앉아 차한잔을 마시고 보이지 않은 길을 찾아 다시 걸음을 옮겨간다
예전 마산에서 진해로 넘어오는 유일한 통로였던 안민고개는 해마다 4월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벚꽃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안민고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해만과 해군사관학교
남파랑길은 안민휴게소를 지나고 도로를 건너 단풍이 짙게 물든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붉게 타는 듯한 단풍터널을 지나면 숲으로 둘러쌓인 오솔길이 나타난다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하지만 이곳만은 자연의 본질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단풍길과 풍경이 되는 에움길, 그리고 하늘빛
진해만 넓은 하늘에 재빛 구름이 흘러간다
숲이 잠시 멈추어 서서 쉬어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에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지는 않을까.
남파랑길 비대면 걷기 행사 안내판. 오늘 우리가 걸었던 길의 역방향이다
오늘 남파랑길 동행자가 꽃처럼 피어난 단풍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떻게 이런 길이 숨어 있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원래 정해진 법칙에 따라 운행되듯 우리네 인생도 순리대로 다 잘되었으면...
이런길은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길은 시간을 따라 변한다고 하지 않던가.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숲과 단풍길만 보아도 그런줄 알겠다
여행에서 얻어지는 것은 푸른 바다, 찬란한 햇살, 반짝이는 별들, 파도소리, 삶의 풍요로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것만 있을까. 잊고 살다가도 언제인가 꺼내 볼 수 있는 그리움도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드림로드 16km는 숲속나들이 언저리에서 끝난다.
장복산 편백치유의 숲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상리마을 주차장까지 진해시내를 통과하는 요금은 1만원이다
코스 중간에 매점 등이 없으므로 식수와 도시락을 준비하여야 하며, 한번 들어오면 끝까지 걸어야 한다
마치 거대한 화원을 지나온 듯하다. 천자봉과 시루봉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지나쳤지만 드림로드 길마다 화려한 단풍과 수려한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솟구친 바위와 싱그러운 편백숲 모든것이 새롭고 새삼스럽다.
지나온 길 16km 4시간은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11월 말에 걸어간 드림로드를 끝으로 2021년 남파랑길 여행을 마치고 2022년 1월에 다시 시작한다.
사량도 볼락과 겨울바다, 통영의 섬을 찾는 짧은 외도 후에 다시 남파랑길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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