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10코스(마산항~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 길위에서 만난 사람

SM 코둘4500 2022. 6.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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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10코스는 마산항을 출발하여 구산면 구서분교까지 이어지는 15.6km길이다. 마산 월영동을 지나 청량산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마산항과 마창대교가 내려다 보이고 바다건너 삼귀마을까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를 거의 품지 않고 산길과 차도를 걸어가는 길이지만 청량산 임도를 따라 걷는 재미가 제법 솔솔하다

길을 걷다보면 때로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옛사람의 흔적을 만날때가 있다.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사라져가는 옛기억을 되살리고 흘린 땀을 식혀주는 청량제역할을 한다.
논사이 좁은 길, 작은 물덤벙, 논이 남긴 추수의 흔적과 돌담, 사라져가는 동네 이발소, 작은 구멍가게와 빨간 우체통 그리고......

수변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시작한다


바다를 매립하고 수로를 내어 사람 다니는 길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마산 가고파국화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인지 산책로를 걷는 사람이 드물다. 날씨 탓일지도 모른다
멀리 마창대교가 보인다.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길 건너편에 거대한 공원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 2003년 태풍매미로 인하여 숨진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새겨진 추모비가 수변공원 입구에 서있다.



수변공원을 따라 정신없이 걸어가면 코스를 이탈한다. 월영동 청량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파트 사이로 난 찻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월영동 청량산 입구 도로변에 아름들이 메타스퀘어 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굵은 나무가 오랜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데크계단을 따라 도심속의 산 청량산을 오른다.


청량산 한구비를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임도.
오르막 내리막을 포함하는 5km 마라톤 연습하기 좋은 산길이다.

조금씩 눈높이가 높아져 간다
조용하고 깨끗한 길을 천천히 즐기며 걷는다


아파트 뒤편 나무가지에 오색딱따구리 한마리 나무등걸 쪼아대는 "딱딱"하는 소리가 숲의 적막을 깬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런 풍경들은 더 자주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 숲이다.


한때 20여년간 마라톤을 한적이 있었다.
긴 시간동안 백수십번이상의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뛰었던 기억이 그립다
부상으로 마라톤을 그만 둔 이후 한동안 꿈속에서도 달리기 하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바람을 가르는 운동이 좋아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걷기가 나의 유일한 특별함이 되었다


마창대교

길은 정상부근은 향하여 계속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한다. 하늘위로 구름한조각 둥둥떠다니고 있다


해양전망대 가는 길. 너들지대를 통과하는 엄청난 데크길을 설치하고 있다. 데크길 아래 다리가 춘천 마라톤 의암호를 건너 삼악산 아래를 뛸 때 바라본 교각을 연상시킨다. 단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푸른물 눈에 보인다고 했던 마산앞바다, 한때 황금어장이었으며 이은상 시인의 "가고파"의 시적 영감을 얻고 표현한 그 바다이다


청량산 등산로 입구에서 길은 임도를 따라 가포 날개방향으로 내려간다.


가장 먼저 만나는 마산 바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남의 집 대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모처럼 만난 바다를 바라본다
잔디깔린 예쁜 집, 바다위에 떠있는 작은 배, 대나무 숲과 파란 바다..


짬뽕집 "뽕"

남파랑길 안내도에서 계속 주의를 당부하는 찻길이 덕동마을 입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스쳐지나가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걸어간다.

역방향으로 남파랑길 걷는 사람을 만났는데 "청량산 임도까지 이런 찻길을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를 물어온다
20분이라고 했는데, 동행하는 여자분이 "그렇게 멀어요"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얼마나 걸어 왔는지. 몇km를 걸었는지..
걷다보면 시간과 거리에 대한 관념이 없어지질 때가 많다. 내 탓은 아니다. 걷는 환경과 날씨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


차량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덕동마을 입구까지 왔다. 이제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을까. 덕동마을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걸음을 옮긴다. 유년의 고향 이발소 닮은 덕동이용원을 지나고 마을 회관을 지나 골목같은 길을 따라 마을끝까지 걸어간다


창원하수도 사업소.

차가 싱싱달리는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남파랑길 10코스동안 이런 길을 만나는 것은 드물지 않다.
풍요로움으로 가득해야할 전혀 " 남파랑길" 답지 않은 길이다

왼방향은 일명 "콰이강의 다리" , 남파랑길 리본이 달린 오른방향으로 걸음을 옮겨갈 때 갑자기 코스를 이탈하였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다시 길을 되돌아 유산부동산 앞으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이동한다. 조용한 걸 보니 코스가 맞는가 보다

작은 시내와 논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걷는다. 해파랑길 맹방해변의 덕봉산 닮은 왕릉모양의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월의 바람이 눈을 시리게 하는 길을 벗어나 따뜻한 양달 담벼락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넓은 "논" 끝 까페에 앉은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 본다. 빨간 배낭에 빨간 모자, 농로 한가운데 퍼질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쁘진 않았겠지


유산마을 정자에 이르니 이탈경로와 만나는 길임을 알게 된다. 작은 개 한마리가 반기는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동한다


논가에 만들어진 작은 둠벙. 유년의 기억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둠벙이라 부르던 웅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둠벙은 논에 물을 댈 수 없는 천수답 주변에 많았다.
둠벙에는 물방게와 소금쟁이, 엉멍구리라고 불렸던 참개구리와 미꾸라지도 살았다.
운이 좋으면 메기도 잡혔는데 가끔 물자수(물뱀)가 나와 깜짝놀라기도 했다. 유년시절 맑은 강물과 함께 둠벙은 기억속에 남아 있는 놀이터였다


질주하는 차량을 피하며 갓길로 몸을 피한다
인도조차 없는 길을 따라 언덕하나를 넘어섰다. 굴곡진 커브길은 서로 볼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
눈에 잘 띄는 빨간 배낭을 들러메고 곡예처럼 길을 건너고 고개를 넘는다


이정표가 지시하는대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갑자기 전해오는 해초향이 바다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남파랑길 10코스는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까지 이다. 오늘 길은 다 걸었다. 한겨울 해는 아직 중천에 있다


구서분교 앞 1월의 오후 햇살이 바다를 은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갯펄 너머 작은 섬들과 그 사이 방파제 그리고 작은 배들, 무한으로 펼쳐진 동해바다와는 느낌부터 다르다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 학교 정문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촬영. 11코스는 구서분교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으면 된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빛 구서분교는 한편의 풍경화다.



청량산 임도에 오르면 마산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진해 드림로드와 색과 느낌이 다르다.
남파랑길 11코스부터는 마산의 도심을 벗어나 진동항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이어진다.
남해 바랫길 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앞으로 다가올 풍경에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세상을 조금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달라보이듯 길도 그렇다.
길은 때로 뜻밖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낮선길에서는 낮선 사람조차 풍경이 되지 않던가

코스를 마무리하고 마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있을 때 남파랑길 걷기를 시작했다는 한 여자분을 만났다. 공직자 출신같다는 말에 그렇다고 했더니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가 오갔다. 자전거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이야기와 남파랑길을 완주하고 싶다고도 했고, 해파랑길과 코리아둘레길 완보증관련 이야기도 나누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걷기와 여행과 풍경과 사람을 이야기했다
"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헤어졌지만 이런것도 걷기의 즐거움이자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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