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6코스는 거제스포츠파크 인근 정글돔 식물원과 외간리 동백나무, 대봉산 임도를 거쳐 상죽전마을 너머에 있는 청마기념관까지 이어지는 13.2km 소요시간 4시간 정도 걸리는 산길이며, 산아래를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반짝 반짝 빛나지 않아도 가치없는 길은 없는 법이다.
걸어가는 모든 길은 날마다 달라진다. 오늘이 다르고 시간 따라 달라진다.
길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그래서 아름다운것 아닐까. 세상은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그랬지..
25코스에 이어 26코스를 하루에 걷는다. 걷는 거리는 모두 27km,
천천히 걸어도 내 여행에는 지장이 없다. 시간과 거리에 얽매이지 말고 맘 내키는데로 걷자
길은 스포츠파크 방향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거제항쪽으로 들어갔다. 막다른 골목길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각산식당이 있다.
매운탕, 생선구이, 멍게 비빔밥..... 갑자기 허기가 지며 힘이 떨어진다. 배낭에는 점심때 먹을 도시락과 각종 먹거리가 들어 있다. 힘들게 여기까지 매고 왔는데 계속 무겁게 갈 수 없다..갈등을 떨쳐버리고 점심먹을 장소를 찾는다
스포츠파크 가는길 아래 개펄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은밀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편다.
유부초밥에 김밥, 김장김치와 단무지, 그리고 된장국물..멋진 점심상이 차려진다. 식당 안들어가길 백번 잘했지
천천히 혼자만의 만찬을 즐긴다. 갯벌 속 작은 게들과 함께 먹는 밥이니 혼자가 아니다
후식도 있다. 체리와 커피한잔..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하얀 구름.. 그걸 바라보는 나..
맛나게 점심을 먹고 후식까지 챙겨먹고는 다시 길을 떠난다.
무지개빛 수문을 지나고 간덕천 너머로 정글돔을 보며 지난다.
멀리서 바라보면 UFO를 연상하게 한느 정글돔은 식물원이다. 입장료(5천원)가 있지만 사계절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가성비 만점의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찾아 보길 권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간덕천 다리를 지나 외간리 동백나무를 만나러 간다. 바로 앞 주차장이 있다
한눈에 보아도 엄청하게 큰 동백이다. 수령 약 300년으로 가까이서 본 동백은 크기만큼이나 기품이 있고 자태가 아름답다
외간리 동백나무를 떠나 신두구비재를 오른다.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 천천히 걸어도 호흡이 거칠어진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어디선가 멧비둘기의 톡특한 "우~훝 훝 후..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산아래 정글돔과 거제면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길의 끝에서 오늘 걸어야 할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는 온통 푸르고 연초록으로 가득하다.
빨라지는 걸음을 달래며 숲의 정취를 느끼며 걸어간다.
길은 꽃잔치가 한창이다. 길은 흙길, 산벚 꽃잎이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다.
서부해당화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임도 양편으로 노란 양지꽃과 제비꽃이 마른 풀을 헤치며 무리지어 고개를 내민다.
숲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던 거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혜의 환경을 가진 땅, 거제는 풍요로운 바다와 넓은 들판, 화려한 한려수도의 비경, 아름다운 마을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높은 산, 낮은 산.. 아픔없는 땅이 어디 있으랴만 그 아픔마져 풍경속에 승화시킨 땅이 바로 거제이다.
신두구비재를 넘어간다.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풍경이 어느새 밖으로 나와 온 세상을 가득하게 비춘다
길위의 임도는 부드럽다. 그리고 편안하다. 길 양편으로 초록의 풀잎이 돋아나고 봄바람이 온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임도가 끝나는 길위에 상죽전 마을이 있다.
가라산 오르는 임도에도 휴대폰이 먹통되더니 상죽전도 휴대폰이 작동되지 않는다.
코리아둘레길 따라가기도 멈췄다.
바람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청마기념관 가는 갈은 너무 멀다
상죽전 지나 다시 임도길로 접어든다. 26코스는 온통 산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그런데로 괜찮다
4월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잘 보이는 산이 안에서는 하나씩만 고개를 내민다.
하얀제비꽃, 연분홍 서부해당화, 고사리 줄참나무잎, 향기로운 비목, 바람 타고 다가 오는 봄날이다
고개를 넘어가면 오늘의 종착지인 방하마을이다. 27km 걸어온 길의 끝이 보인다
고려 18대 왕으로 무신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였다. 무신란 이후 거제 둔덕기성으로 피난왔다가 이의민에 의해 경주에서 허리를 꺾여 죽는, 역사상 가장 비통한 최후를 맞은 임금으로 기록되었다
무신의 난을 피해 거제도로 도망간 의종에게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고 차를 다려 아버지인 의종에게 차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다. 딸조차 없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공주샘이 있는 둔덕면은 의종이 상둔과 하둔에 둔전을 설치, 호의군의 주둔지를 두었던 것에서 그 이름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둔덕면에는 전하도, 거림, 농막, 마장, 마하터, 망골 등 그 당시에 유래된 지명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청마 유치환은 자연과 사람과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 시를 쓰며 "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고 했던 청마는 정운(이영도)을 죽을 때까지 그리워했다
유치환 기념관 앞, 노인들이 돌벤치에 앉아 "내 나이가 어때서"를 손뼉치며 부르고 있다.
날 어쩌란 말이냐...청마의 그리움을 뒤로하며 오늘 일정을 마무리 한다
청마의 묘지는 부산 사하구 하단 에덴공원꼭대기 있으며, 전국 각지에 청마의 시비가 세워졌다
생가에 들러 거제 문학 책 2권을 배낭에 넣고 되돌아 나온다
길위에 청마의 기억을 두고 온다.
기억을 내려놓으며 다양한 얼굴로 맞이 했던 거제의 바다를 기억한다.
봄날 환희때문인지 청마의 그리움때문인지 가슴이 허전해진다.
청마기념관 앞 방하마을 늙은 고목에서 오늘의 걸음을 멈춘다.
다음 일정은 거제의 마지막 코스 27코스로 향한다
탑포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은 너무 길고 택시비는 비싸다.
때마침 거제에 와 있던 봉만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차를 가지고 청마기념관까지 와주었다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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