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25코스(탑포마을~거제면 파출소 앞)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위하여

SM 코둘4500 2022. 7. 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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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25코스는 노자산의 산허리를 타고 부춘리를 거쳐 거제면으로 들어가는 14.6km의 평범한 길이다.
노자산 산허리를 타고 돌아가는 임도 봄나물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멀리 산달도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산양천이 볼만하다
주로 임도와 찻길과 갯벌끼고 돌아가는 우리네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길이지만 사람사는 땅에 이야기가 왜 없을까

탑포마을 남파랑길 25코스 안내도
탑포마을 작은 포구
탑포마을 바다

부산에서 오전 7시 출발, 탑포마을 도착시각 09시. 마을 작은 포구에 주차하고 길을 떠난다.
탑포마을 바다에 그림처럼 떠있는 죽도가 초록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길은 바다를 따라 마을끝까지 이어지다 솔곶이 방향 언덕으로 안내한다


솔곶이 가는 길 언덕에서 탑포마을 바다를 내려다 본다.
4.16일 산길은 연초록빛 봄이 가득한데 세월을 잊었는지 언덕위 억새밭은 아직 겨울빛이다.
길이 조금씩 눈높이를 높여간다. 이따금씩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그러다 갑자기 차도가 불쑥 나타나더니 팽나무 멋진 양옥에서 길을 건너 부춘리를 가리킨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탑포마을 바다가 마치 호수같은 느낌으로 떠있다
평평하게 이어지다 염소가 한가하게 풀을 뜯는 좁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연초록색이 풍성해지더니 이내 노자산 웅장한 산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당당하게 뻗어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임도로 접어든다


임도길 깊은 속으로 스며드니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뻥뚫리게 한다.
화창한 봄날 바람은 부드럽고 나무들은 연초록 잎을 한가득씩 매달고 숲에 가득하다.


천남성과 그 옆자리 현호색

천남성은 산그늘지고 땅이 비옥한 음지에서 자라는 특이한 생김새의 꽃과 잎을 가진 식물이다.
끝부분이 구부러져 마치 깔때기 모양의 뚜껑아래에 꽃이 숨어 있다.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천남성의 뿌리는 독성이 있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달여서 사약(賜藥)으로 쓰였다고 한다
여기서 사는 죽을 死가 아닌  賜(내릴 사)로 쓰고 있는데 임금이 죄인에게 독약을 내리니 마시고 죽으라는 의미이다


임도에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붉고 흰 꽃송이를 잔뜩 매달고 있는 "병꽃"도 한몫 거든다.


노자산 거친 봉우리
큰 천남성

임도 주변을 살펴보는데 야생 머위가 자라고 있고, 부지깽이 나물이 지천으로 피었다.  
아무리 바빠도 이걸 두고 갈 수는 없지. 부지깽이 나물과 머위를 뚝뚝 끊어 배낭에 넣는데 아주머니 몇분이 " 부지깽이 나물 그거 요새 나물중에서는 맛이 최고요"하며 지나간다. 양손에 들고 있는 비닐봉투에 나물이 가득하다


연초록 가득한 길에 바람이 분다.
살랑 살랑거리며 불어가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흙길을 감싸는 그 부드러움, 고사리 손 닮은 참나무의 어린 잎 들
찬란한 봄날이 오고 있다


임도가 훤해지더니 강원도 깊은 산골 느낌의 차도가 나타난다.


차도를 벗어나 혜양사 갈림길에서 저수지옆으로 나 있는 시멘트길로 향한다.
봄기운 잔뜩 서려있는 산중 저수지, 누군가 낚시를 하고 있길래 한참을 바라보다 부춘마을 쪽으로 간다


부춘마을 논농사 준비하는 농부를 만났다.
어떤이는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어떤 이는 비료를 통속으로 부어넣는다.
10여명이 모여서 작업하는 걸 보면 마을공동작업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밥값은 제대로 하면서 살고 있는지...?


동네 어귀 느티나무

부춘마을 입구에 서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아래에 걸터 앉아 커피를 마신다.
걸어온 길이 어디더라...먼산 바라보며 ..내가 걸어갈 길을 가늠한다.


지나가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걸어가는 길에 하얀민들레가 예쁘게 피어났다.
하필이면 차들이 왕왕거리며 질주하는 찻길이라니.. 그래도 예쁜건 예쁘고 귀하디 귀한 존재는 변함이 없다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들판을 지나고 시영이네 버섯집을 지나 오망천교를 건넌다.
물이 맑다. 넓고 풍요로운 맛은 없어도 거제에 이런 강물이 있다니..


오망천교 명칭을 보고 오망천인줄 알았더니 산양천이란다.


오망천 마실 이야기
산양천 강바위에 왜가리떼가 앉아 있다

산양천에만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남방동사리"가 하천 공사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몇년이 지난 현재 환경론자들이 절대 하면 안된다고 했던 치수공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제도가 내린 산양천 물길속에 "남방동사리"는 잘 살고 있겠지..
강 중간에 설치한 어도에 왜가리 몇마리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사냥준비를 하고 있다.


오망천 3거리에서 강은 바다로 들어가는 제방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제방에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났다.
햇살 쨍쨍 비치는 시멘트제방 따라 한참을 걷는다.
어디 그늘진 자리가 없을까. 쉬어야할 시간이 너무 지났다


이제는 농로길이다. 넓은 들판 사이 쉬어갈 그늘하나 없는 길을 터벅 터벅 걸어간다.
체리를 먹다 멀리 보내기 씨를 뱉기도 하고, 몇걸음 걸었는지 하나 둘셋 헤아리다 천걸음을 넘기고 잊어 버리기도 하는 사이 어느새 들판을 지나고 마을로 들어선다


오수마을 느티나무

느티나무 아래, 무거워진 다리를 쉬고 있는데 걸어야할 길위에 아지랭이처럼 뭔가 꼬물거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내가 뭘 잘못 보았나 싶어 다시 바라보니 사라지고 없다. 헛것을 보았던 걸까

그래도 좋았다. 볕은 따갑지만 나뭇잎에 그늘진 길가에는 바람이 불어온다


오수마을 지나 긴 제방 둑길을 따라 걷는다. 길 중간 중간 야생동물 똥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풀이 돋고 있는 제방길에 바람이 불고 먼지가 사방으로 날린다.
타올을 꺼내 땀도 훔치고, 물도 마시며, 두팔들어 맨손체조도 하면서 그렇게 제방길 끝까지 걸어 간다


제방길 벗어나는 곳에 25코스 종점인 거제파출소가 있다. 도착시각 12시 40분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따라 몇시간을 걸었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주는 하루

26코스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오늘 걸어야 할길은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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