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24코스(저구항~탑포마을)길은 날마다 달라진다

SM 코둘4500 2022. 7.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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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24코스는 저구마을 앞 매물도가는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길의 대부분은 임도이며 임도가 끝나는 곳에 쌍근마을이 있고 쌍근을 지나면 탑포마을이다.
지나가는 곳이 적은 만큼 거리도 짧아 10.6km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풍경만큼은 다른 곳과 비교하여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어제 걸었던 길과 느낌은 달라도 다가오는 감동은 같다.
다양한 표정속에 뭔가 숨어 있을 것 같은 그런 길을 따라가보자.

거제의 대표적인 수국마을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6월이면 수국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매물도가는 배가 저구항에서 출발한다. 통영에서도 갈 수 있지만 저구항이 여러면에서 편리하다.
주말이면 매물도가는 사람들로 주차장이 부족하다.
명사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숲속 야영장이 있어 성수기때는 자리가 부족하다.선착순이며 무료캠핑장이다
가장 큰 장점은 성수기만 아니면 조용하다는 것.
여객선과 유람선이 있어 복잡할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식당과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
불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다. 주변에 민박이 있으며 아담한 까페도 있다.


벨르메르 까페에 앉아 저구항 바다를 내려다 보며 마시는 커피는 분위기 만점짜리 맛을 안겨준다
바로 뒷쪽에 부경밥상집이 있어 한끼 식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구항
명사해변
저구항 몽돌해변

아름다운 저구항을 뒤로하고 마을앞을 걸어간다.
바람조차 없는 고요한 바다, 이 길의 관심사는 몽돌이다. 아니 뭔가 비밀스런 바다일지도 모른다


저구바다
저구항을 바라보며 동생이 걸어간다
복숭아꽃

이길도 무지개길의 일부이다. 동네를 벗어나는데 하얀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다.
바람한점 없는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린다.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원을 그리며 흩어진다.
사방이 온순하다. 급할 것도 없고, 바쁘지도 않다.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때로 풍경이 아닐 때도 있다.
오늘은 고요함 가운데서 내리는 봄비가 풍경이 되어준다


어구 손질하는어부들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꿈쩍도 않고 한땀 한땀 살펴보며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저렇게 많은 그물을 언제다 손질하노...


23코스 안내도는 저구항에 있지 않고 마을이 끝나고 임도로 진입하기 직전 산아래 서있다.
임도 입구에 이정표와 거제 한바퀴 인증대와 안내도가 한 곳에 다 몰려 있다.


잠시 내리던 비가 그쳤다. 임도길 따라 쌍근리 가는 길은 외길이다.
길 양쪽으로 연초록의 싹이 돋아 나고 있는 임도는 시멘트길이다..
굽이치며 흐르는 도로를 여유롭게 걸어간다.
무지개길 섬&섬길이니 뭔가 섬이 있을 것 같은데...


길한가운데 장지뱀 한마리가 재빠르게 길을 건너고 있다. 가까이 갔더니 갑자기 꼼짝않고 죽은척 한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주둥이는 뾰족한데 생각처럼 징그럽지 않고 귀엽게 생겼다


빗방울이 길 양편 나무가지를 흔들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더니 갑자기 세찬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강해진다.
겨우 매달고 있던 벚꽃잎이 길위로 떨어지고 바람소리가 윙~하며 임도길을 불어간다

우산도 없고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산속 임도에서 동생과 나는 차라리 비를 맞으며 걷기로 했다.
비는 내리고 바다위 섬&섬은 구름에 쌓이고, 나뭇잎은 반짝이며 더욱 빛나고 있다.


그렇게 30여분 배낭과 겉옷이 거의 다 젖어갈 무렵, 바다가 기슭에 서 있는 정자를 만났다
비를 피해 앉자 마자 내리던 비가 제 역할을 다하고 물러간다.
금새 구름이 걷히더니 가려졌던 섬&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죽도와 그 뒤쪽 비진도, 용초도

벚꽃잎이 떨어져 길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왼쪽부터 장사도, 죽도, 비진도, 용초도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만한 섬들이다. 바라만 보아도 작은 흥분에 휩쌓일 정도로 아름답다.


정자아래로 데크길이 있어 내려가보았다.
바다로 연결되지 않고 중간쯤에서 끝난다. 그 끝은 절벽이다.
바위벼랑 높은 데크에 서서 거칠 것 없는 바다에 점점히 떠 있는 수많은 섬들을 바라본다.
이때는 감탄사를 흘려야 한다. 야..참 좋다.


동생과 함께 자동차가 옆으로 누워있는 표시가 뭔지를 두고 한참을 이야기 한다.
교통관련 표지같은데 검색을 해봐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뭘까...?


마르지 않은 임도에 꽃잎이 가득하다.
티끌하나 없는 길위에 서서 "옥처럼 맑은 공기" 를 마신다


쌍근마을 포진지

"역사를 잊지 맙시다"고 말한다.
아픈 역사가 유난히 많은 이땅에서..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그 미래가 없다"고 했다.


임도를 내려서서 쌍근마을로 접어든다. 숲을 빠져나가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쌍근마을 캠핑장은 문을 닫았다.
폐교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캠핑장 데크뒤쪽 아름드리 팽나무가 병풍처럼 서있다
바다뷰가 멋있는 캠핑장이다.


캠핑장 인근에 쌍근마을 공원 정자에 앉아 커피와 삶은 계란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정자에 올라 쉬고 있을때 마을 노인분이 다가와 "뭐하는 사람인데 마스크를 안쓰고 있는 거요"하며 질책하듯 묻는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얼른 마스크를 하는 사이 노인은 빠른걸음으로 공원을 벗어난다.
마스크 쓰지 않은 모습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같다.  시골 마을을 지나갈 때는 무조건 마스크..



쌍근마을 구판장

구판장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지만 정겹게 느끼는 분들도 있다
유통망이 발달하지 않은 1970~80년대 공동으로 구매해서 마을사람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곳이다.
지금은 쌍근구판장에서 쌍근마트로 이름을 변경하였으나 구판장이라는 명칭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더 익숙한 것 같다


쌍근마을을 벗어나 이정표가 시키는데로 다시 옛날 도로로 쓰였을것 같은 길을 따라 탑포로 넘어간다
엷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더니 이내 사라진다. 햇살을 받아 잎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탑포항

탐포항 방향으로 아이들이 걸어간다. 국토순례중이란다. 저구항까지 간다고 하는데 얼마나 걸었는지 모두 힘든 기색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힘"내라고 주먹을 쥐며 응원하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고맙습니다" 완주하세요."


보리밭

보리의 푸르름이 하루가 다르게 들녁을 채워가는 4월, 조금씩 익어가는 보리이삭이 바람에 날려 제멋대로 춤을 춘다


ㅏ는
남파랑길 25코스 안내도
탑포마을 죽도

남파랑길 24코스는 탑포마을에서 끝이난다.
발걸음 떼는 곳마다 멋과 느낌이 살아 숨쉰다.
섬과 섬이 있어 더욱 그렇다.
어쩌면 봄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님 아낌없이 내어주는 동생과 함께 해서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2022.4.11. 22일차

1박 2일의 짧은 여행끝에 집으로 돌아오니 봄비를 맞은 탓인지 마당에 모란이 활짝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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