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3코스는 학동고개를 출발, 거제의 섬과 해안선을 가장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가라산을 거쳐 일몰이 아름다운 수국의 고장 저구항까지 이어지는 명품코스이다. 거제시에서 무지개길로 명명할 만큼 뛰어난 경관과 거제의 가장 깊은 속살을 모두 보여준다.
해발 585m의 가라산은 노자산을 비롯하여 계룡산과 산방산, 앵산 등 500m 이상의 여러 산 중 거제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사방이 탁 트여 내려다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을 보여 준다
학동에서 저구까지 9.5km의 짧은 거리, 하지만 산세가 험하고 길이 어렵다. 소요시간 4시간
해발 565m인 노자산은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최근 케이블카가 개통되어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노자산을 오르는 숲길에 연초록 봄이 가득하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본다.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색들이 산길을 따라 마구 마구 피어나고 있다.
노자산에는 신비의 새로 알려진 팔색조가 동백숲 깊은 곳에 둥지를 틀고 산다.
7가지 무지개색 깃털을 가지고 있다. 햇살에 비치는 날개가 마치 8가지 색을 보는 것과 같이 찬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20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사슴뿔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수피를 가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노각은 배롱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풍기는 기품은 격이 다르다. 큰키에 아름다운 수피, 희고 둥근 예쁜 꽃은 나무의 귀족으로 불러도 충분할 만큼 아름답다
노각의 수액은 고로쇠보다 더 띄어난 약효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5월에 채취하여 차로 만든 노각차는 차중의 차라고 할만큼 맛과 향이 일품이라고 한다
고도가 높아지니 꽃잎 매단 얼레지를 볼 수 있었다.
마치 학이 춤을 추는 듯한 모양의 얼레지꽃은 한번만 보아도 사람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예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지리산이나 높은 위도의 고산지대에서는 종종 볼 수 있으나 거제에서 얼레지를 보는 것은 행운이다.
갈림길에서 노자산은 오른쪽으로 가라산은 왼쪽으로 갈라진다.
높이가 달라지니 풍경도 달라졌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나무와 산의 곳곳에 남아 있다
동생이 가라산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가라산 가는 길에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 시인의 사랑이야기 가득한 " 행복"이 능선 길 한켠에 세워져 있다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
얼레지는 봄꽃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언제인가 등산 중에 얼레지군락지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마치 보물이라도 본 것 처럼 사진을 찍고 매만졌던 기억이 난다.
노자산과 가라산을 연결하는 능선 뫼바위 삼거리에 서서 거제바다와 그 바다가 품고 있는 마을들을 내려다 본다.
망치, 학동해변과 멀리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내도와 외도, 그리고 우리가 걸어가야할 거제의 산들 앞으로 쭉 뻗어나간 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진다
산봉우리가 전부 바다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붉은 빛도는 진달래가 산위로 오를 수록 점점 더 붉어진다
영화 "고산자"에서 김정호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 산은 산대로 이어지고 물은 물대로 이어져 끝이 없고, 길은 길대로 이어져 끝이 없다"
갈 길이 어디냐는 물음에 " 아직 안가본 길이 갈길"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진짜 그렇게 말했는 지는 잘 모른다)
사람이 밟아서 만들어진 길을 내가 걸어간다.
숲은 고요하고 투명할만큼 깨끗하다.
수많은 것들이 모여 풍경이 만들어진다.
거대한 바위와 길위의 풀잎과 깨끗한 공기와 날아갈 듯 서있는 나무들 그들 모두가 모여서 풍경을 만들고 길을 만든다
붉은 진달래 피어나는 절벽끝, 가파른 계단 끝지점에 서서 거제바다를 내려다 본다.
오르막 내리막을 수십번 거듭했을까.
그렇게 만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바다와 산들이, 표현할 수 없는 풍경들이 뭉게구름처럼 떠 다니고 있다.
경이롭고 놀라운 풍경들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보석같은 풍경이다
야..좋다. 진짜 좋다...
보석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뫼바위 전망대를 내려선다.
진달래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소사나무가 숲을 이루면서 번갈아 나타난다.
이곳에도 며칠지나지 않아 봄이 만들어가는 연초록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진마이재 전망대를 지나고 아직 잎을 피우지 않은 철쭉과 키작은 잡목들과 키큰 나무들 사이 좁은 길을 따라간다.
봄을 맞아 수액을 길어 올리고 있는 가라산의 숲과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기 모습을 뽐낸다
가라산 봉수대앞 나무등걸에 등을 기대고 잠시 다리쉼을 한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숲에 가려져 다른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흘린 땀을 보충하느라 물한병을 다 마시고 자리를 털고 다시 걸음을 옮겨간다
하늘이 조금씩 흐려진다.
오늘 걸었던 산길을 더듬어 본다. 노자산, 뫼바위, 가라산과 경이로운 풍경들을 스쳐 지나왔다
바다를 향한 가라산 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낮고 부드러운 능선너머 검푸른 바다가 상큼하다.
그만큼 깊이가 있고 그만큼 더 아름답다
사람들의 손때를 너무 많이 탄 탓일까. 형체를 잃을 정도로 성은 허물어지고 볼품은 대부분 사라졌다.
다대산성을 내려서서 국립공원입구까지는 잡목이 우거지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학동고개에서 저구항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예상보다 힘들고 길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산봉우리들과 암릉사이 사나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오느라 지쳐가는 몸을 버티게 해준 건 뫼바위와 진마이재 고개 전망대의 황홀한 풍경과 장쾌한 조망이다.
저구항에 노을이 지고 있다. 서쪽하늘이 붉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큰 산 하나를 넘었다는 안도감에 전혀 피곤하지 않다
도착시간 오후 6시, 차를 회수하여 망치몽돌로 되돌아가 숙소인 거제 자연휴양림으로 항한다.
긴 시간 땀흘리며 걸었던 끝에 만나는 휴식, 낮에 채취한 부지깽이나물을 안주삼아 둘이서 마시는 막걸리맛이 기가 막히다
23코스는 학동고개에서 시작한다. 주차할 장소도 없고 대중교통도 불편하다.
22코스 중간지점인 망치몽돌에서 시작하면 모든 것이 해소된다.
도중에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가 없으므로 도시락과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고 최소 8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걸어야 한다.
함께 했으니 추억은 더 깊고 진하게 남을 것이다.
길은 내일 아침 다시 24코스를 향하여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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