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8코스는 구 거제대교앞 신촌마을을 출발, 삼봉산 임도와 세자트라 숲, 이순신공원을 지나 통영항이 빤히 바라보이는 남망산 조각공원앞까지 이어지는 바다 경관이 아름다운 14km의 거리를 약 4시간에 걸쳐 걸어가는 길이다
그중에서도 푸른바다와 아름다운 바위, 키큰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름이 일품인 이순신공원이 압권이다
2022.04.23. 25일차
부산 신평에서 07시 15분 시외버스를 타고 고현하차, 용남면 까지 이동후 08:30분 용남면 신촌마을을 출발한다
통영에서 만나는 두번째 코스이다.
인도가 따로 없는 차도를 지날 때는 조심하며 걸어간다. "위험구간"을 알려주며 차량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길 걷다 차량 이용이 가능할까...?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바람이 부드럽다. 오늘 길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온화한 날씨에 감사하며 언덕을 넘고 인적없는 마을을 지난다.
삼화삼거리까지 가는 길에 갯벌보호구역이 있어 읽어 보았다. 누구든지 훼손할 경우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4월은 기온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갯벌의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코를 감쌀만큼 진한 갯내음이 가득하다.
회조암에 들러 부처님 말씀은 듣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된 경내를 둘러본다.
갈대밭 앞에 벤치를 놓아 까페 분위기를 연출한 원주스님의 센스가 느껴진다
아왜나무 잎에 가려 이정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손을 들어 이파리 몇잎을 제거하니 겨우 가야할 길과 방향이 보인다
사람다니는 길 없는 차도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가끔 대형차량들이 속도를 내며 스치듯 지나간다.
달리는 차가 조심해야 하는데 걸어가는 내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양촌과 음촌은 15코스와 28코스가 중복되는 지점이다. 음촌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자칫 양촌으로 가기 쉽다
코리아둘레길 앱도 알려주지 않는다. 남파랑길 빨간 화살표 싸인도 헷갈리지만 무조건 음촌 방향...
노란꽃의 서양민들레가 이땅에 들어오면서 흰민들레는 희귀종이 되어 버렸다. 서양민들레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 혈통을 이어가는 흰민들레..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민들레는 아마도 하얀민들레일 것이다
음촌마을을 지나 지난 3월 초 걸었던 15코스와 같은 임도길 따라 역방향으로 걷는다.
삼봉산 아래 교차로에서 28코스와 15코스가 헤어진다.
이지점에서 28코스는 삼봉산으로 오르지 않고 임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왼쪽 방향으로 해간도가 내려다 보이는 견내량을 곁눈질하며 30여분을 걸어간다.
갈색 솔잎 깔린 임도 양편으로 무성하게 풀이 돋아 나고 있다. 푸른 잎과 짙은 수향이 임도에 가득하다
임도가 채 끝나기 전, 왼쪽 방향 야자매트 깔린 길로 내려선다. 달포마을이다.
대형차량이 질주하는 차도를 따라 길을 건너고 굴다리를 지난다
길은 통영법원 앞 도로를 지나고 한두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해안으로 접어든다
용남해안로이다.
멀리 해간도와 거제 둔덕이 보이는 해안로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물위에 뜬 작은 고깃배와 흐린 하늘 아래 바다, 바다 너머 거제의 산과 그 능선 들.. 지금 바라보는 풍경들이다
흐린 하늘 아래 나무가 자라고 있는 바위섬을 바라보며 선촌 소공원을 찾아든다. 그늘있는 나무와 그 나무아래 벤치
바위섬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봄소풍같은 점심을 먹는다.
소풍가기 전날 마음이 가장 순수한 설레임이다. 유년의 기억이 그리 아득하지 않을 것 같은데 소풍가기 전날의 설레임은 간곳없고 세월만 흘렀다.
휴식은 休息이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편안하게 쉬는 형상이다. 지금 나도 그렇다
조용한 어촌마을, 선촌을 지난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타지역 사람은 백사장을 제외하고 바닷가 가까이 갈 수 없다.
통영 세자트라숲은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는 생태공원이다.
2015년 개장한 국내 유일 RCE공원으로 UN이 지정한 "세자트라(Sejahtera)"는 지속가능과 공존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라고 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힐링공간으로는 제격이다
습지생태공원, 연못과 잔디마당, 메타스퀘어 산책로 등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통영사람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세자트라 숲을 지나 망일봉 힐링 숲길을 따라간다.
대나무에 둘러쌓인 산책로는 토영 이야~길과 방향을 같이 한다. 숲 그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길위에도, 숲속과 바닷가에도 뛰어 노는 아이들 웃음소리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다
울창한 숲과 멋진 해안 풍경, 저절로 힐링되는 산책로를 따라 1.5km정도 걸어간다.
힐링이 무엇인가. "Healing"은 말그대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일상에 지친 우리네 삶에서 힐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떠나 스스로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것 아닐까
이순신공원가는 길은 봄이 뿜어내는 화려한 산수화다.
연초록 나뭇잎과 푸른 바다, 하얀 백사장, 점점이 떠있는 섬과 섬들, 초록잔디와 붉은 영산홍피어 있는 길위, 노란 양지꽃이 활짝 피었다
잠시동안 멈춰서서 공원과 바다를 조망한다. 사방이 탁 트였다. 섬과 섬 사이로 고깃배가 지나간다. 사람이 지나간다
통영은 섬의 도시이다.
섬을 빼고는 통영을 이야기할 수 없다.
통영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비경은 모두 섬에서 나온다.
달아공원이나 미륵산에 올라 한려해상 다도해를 발아래 두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비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섬을 제외한 육지 통영에서 Sejahtera 숲길과 이순신공원 처럼 스스로 빛나는 풍경을 가지고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나뭇잎이 손짓 하는 곳이 바로 이순신 공원이다
"나를 영국의 넬슨에 비유하는 것은 가하나 조선의 이순신과 비교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 일본군 제독-
이순신 장군은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존경과 추앙을 받는다존경과 추모의 대상이 된 유일한 인물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승기록은 23전 23승으로 기록되어 있는 곳도 있으며 이순신공원에서는 32전 32승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실 전적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가 단한번도 패한적이 없으며, 왜적으로부터 풍전등화속의 조선을 구한 명장이라는 것이다
메타스퀘어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도로를 따라 이순신공원을 벗어난다
이순신 공원가는 길은 정량항 좁은 길로 연결된다. 좁은 도로 길 끝,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원이 그 안에 숨어 있다
디피랑 198계단을 오르지 않고 계속 차도를 따라 걷는다
디피랑198계단은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남망산에서 통영바다의 남다른 비경을 접할 수 있다
현재는 경상대학교의 전신이다.
무예를 사열한다는 의미를 가진 붉은 글씨의 열무정은 국궁장이다.
해발 72m의 야트막한 산에 남망산조각공원이 있다. 공원에 올라서면 세계유명작가들의 조각품을 둘러볼 수 있으며 동피랑벽화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치환시비가 있으며 통영의 푸른바다와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남파랑길 28코스는 남망산 조각공원 주차장 입구의 정자아래 김춘수 의 시 " 꽃"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끝이 난다
통영이 낳은 꽃의 시인 김춘수는 동피랑 벽화동네에서 태어났다. 꽃을 좋아 했는지 그의 시는 꽃관 관련된 시어가 많다
꽃을 위한 서시가 그렇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고 노래한 "꽃"이 그렇다
통영은 유치환과 박경리, 김춘수와 김상옥, 그리고 윤이상을 배출한 예향의 도시다.
위대한 예술가를 탄생시키는데는 천혜의 자연과 바다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을 새롭게 읽으며 28코스를 마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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