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2코스는 구조라를 떠나 수정산과 해수욕장, 망치몽돌해변을 거쳐 황제의 길을 걸어가다 거제 노자산 아래 학동고개에서 마무리된다. 14.4km거리를 4시간 정도면 걷는 코스이다
곰탁 곰탁 거제한바퀴에서 남파랑길22코스를 절묘한 구조라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다로 해설하고 있는데 딱 맞는 표현이다
지나가는 길에도 온통 시선을 끄는 표현으로 가득하다.
구조라성, 바람곶우체국, 황제의 길..어떤 길도 이런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바람곶우체국은 과거 우체국으로 사용했던 붉은색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현재 식당으로 운영중이며 특이하게 여행자플랫폼을 운영중인 곳이기도 하다. 바람곶 우동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남파랑길 22코스는 구조라항을 출발, 여객선터미널과 방파제를 지나 여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길을 따라 수정산 입구까지 이어진다.
남의 시선받지 않고 바다건너 공곶이와 내외도를 맘껏 바라볼 수있는 곳에 자리잡았다.
펜션옆으로 난 길을 따라 수정산을 오른다. 멀리 예구마을과 내도가 보인다.
겨우 200m, 몸을 일으키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은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른다. 어떤 곳은 너무 가팔라 네발로 기어서 넘은 것 같은 사나운길이 한참을 이어간다. 금새 다도해 넓은 바다가 발아래로 달려온다
땀흘린 보람이 있다. 수정산 꼭대기에 서니 거제만의 섬들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조라 양쪽 해변이 마치 비진도 미인산에 올라 바라보았던 풍경과 닮았다
전망대에 서면 공곶이와 서이말 등대와 내도와 외도, 해금강은 물론, 갈매기의 섬 홍도까지 아스라히 보인다
소나무 몇그루서 있는 언덕배기에 파란 풀이 돋아나고 수정산을 내려서는 사방에는 벚꽃이 활짝피었다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대부분 최근 새로 복구하였다.
구조라는 옥포만에 있는 조라포에 빗대어 조라포를 신조라, 옛부터 있었다는 의미에서 구조라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구조라진성 안쪽으로 이어진 길위의 남파랑길은 거제만을 굽어보며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다.
누구든지 성위에 올라서서 내려다 보면 오른쪽으로 해금강과 구조라 해수욕장을, 왼쪽으로는 멀리 구조라항과 더 넓은 거제만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눈맛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리가 이곳이다
진성을 거쳐 내려오는 길에는 봄이 가득하다. 푸른바다와 하얀 백사장, 하얀벚꽃, 초록의 풀밭 모두가 평화롭고 부드럽다
시눗대 숲 사이를 뚫어 길을 만들었다. 그 길안쪽으로 메세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꽃길만 걸어라, 거제로 올 거제"
대숲이 끝나는 곳에 시한편이 걸려 있다.
"샛바람소리길은 뎅박동에서 구조라성 망루가 있었던 언더바꿈으로 가는 오솔길 아입니까"
"그래도 혼자 가모 쪼깬 그한께 우짜든가 둘이 드가서 댕기보이소"
시릿대 샛바람소리길을 타고 구조라해변으로 내려선다.
너무 이른 계절탓인지 보이는 건 넓은 백사장과 아무렇지도 않게 흩어진 해초들과 수많은 발자욱만 해변에 가득하다
그래도 보인다. 구조라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 것.
수정산 바닥에서 구조라성을 오르고 시눗대 울창한 대숲을 넘어 해초향 가득한 바다로 내려섰다.
구조라 해변끝에 숨바꼭질하던 외국인 남매가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부모들은 바다기슭 그늘진 곳 캠핑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본다. 한없이 아름답다.
구조라해변을 뒤로하고 길위로 올라선다. 멀리 해금강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기자기한 곡선의 해금강과 바다위 우뚝 솟은 작은 바위섬 모두 거제의 풍경이다
다시 찻길로, 그리고 펜션촌으로 들어선다.
바다가 좋은 곳은 모두 펜션이다.
바닷가 언덕을 깎아 펜션을 짓고 까페를 만들고 음식점이 들어섰다. 앞으로 가는 길도 모두 그렇다
망치몽돌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은 펜션촌과 해변이 끝나는 주차장, 단 두곳 뿐이다
수많은 펜션과 까페촌이 길을 막고 전용 출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돈을 내고 뭘 마시고 먹고 자야만 들어 갈 수 있는 전용공간이다.
그래도 아름다운건 아름다운 것. 망치몽돌은 여전히 아름답고 최고의 풍경을 보여준다
여름이면 망치 몽돌에서 수많은 파라솔과 벤치가 손님을 기다린다. 인근에 학동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망치" 의 지명이 궁금하여 찾아 보았다.
못을 박는 망치가 아니고 망치(望峙) 거제만을 고개에서(치) 바라본다(망)는 뜻이 숨어 있었다. 그 망치였구나..!!
2022.4.6. 오후 5시 망치 몽돌해변까지만 걷는다.
택시를 타고 차가 있는 지세포항으로 되돌아 오는 데 걸린 시간 15분. 요금 10,000원
오늘 하루 21코스와 22코스의 절반을 걸었다.
22코스의 절반과 24~25코스까지는 "찬"이 동생과 며칠 후 1박 2일 예정으로 걸을 예정이다.
4.10. 오전 9시, 저구항은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다.
명사해수욕장과 저구항은 이른 시간때문인지 조업준비하는 마을주민 몇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주차장은 만차이다
어제 매물도 들어간 사람들과 새벽에 출조한 낚시꾼들 차량이란다
망치몽돌에서 만나 차 한대는 저구항에 주차하고 나머지 한대는 망치몽돌 주차장에 주차 후 저구항까지 걸을 예정이다
22코스 남은 거리 7km
망치몽돌 주차장에 주차하고 학동고개를 향하여 출발한다. 출발시각 10시..예정시간보다 늦었다
여행은 동반자라는 격언이 있지만 동반자 구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여행을 망칠 수도 있고 먼훗날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여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가장 적합한 동반자일까. 물론, 가까운 사람이다
이번 1박 2일간의 도보여행은 과거 직장동료였고 인간적 신뢰로 30년을 함께한 동생 "찬"과 함께 하기로 했다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을 기대하며 길을 출발한다
망치몽돌에서 노자산 방향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호흡이 조금 거칠어질 무렵이면 거제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까지 오른다. 검둥이 한마리가 그런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꼬리를 흔든다.
아스팔트로 된 도로를 따라 북병산 입구까지 오른다.
아래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섬과 산을 이야기하며 함께 걷는 길이 오늘따라 훨씬 수월하다. 동반자 효과이다
황제의 길앞에 서서 그 이유를 묻는다.
1950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는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국전쟁"에 참전을 결심하고 황제의 친위부대였던 "강뉴부대" 6,000여명을 파견한다. 전쟁기간 동안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으며 무려 253전 253승이라는 놀라운 전과를 기록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1968년 한국을 방문한 황제는 거제를 방문하여 "황제의 길"을 따라 망치몽돌쪽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환상적인 거제의 풍경을 만나게 되고 '원더풀"을 계속 ㄴ외쳤다고 하는데 오늘 우리가 걸었던 길이 바로 황제의 길이다
1974년 쿠데타로 제위를 찬탈당한 셀라시에 황제는 다음해인 1975년 82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최근 강뉴부대 용사들을 위한 모금활동과 한국방문, 후손들의 한국유학을 주선하는 활동을 펴고있으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황제의 길이 잠시 멈추는 곳에서 학동고개 방향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간다.
길양편으로 새파란 풀이 돋아 나고 있는 임도를 따라 조금씩 위도를 높여간다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더미 사이로 "얼레지"가 모습을 보여준다. 학이 춤을 추는 듯한 모양의 꽃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봄이 주는 향을 만끽하며 천천히 임도를 따라 거제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노자산 아래 고로쇠 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채취시기는 아니지만 푸른 잎 돋아나는 숲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임도따라 조금씩 고도가 높아진다. 구비 구비 돌아가는 길이 임도같지 않게 여유롭고 풍성하다.
부서져 내리는 햇살과 아름다운 초록의 향연, 봄날의 서정이 노자산자락으로 스며든다
봄이 선물하는 초록의 산과 푸른 하늘을 보라.
길가에는 각시붓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포근한 바람은 나뭇잎사이로 이리저리 불어간다.
비목과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반짝 반짝 연초록 잎을 한아름씩 피워낸다. 나무들 모두가 잎을 피우느라 한껏 신이 났다
임도에 부지깽이와 취나물이 지천이다.
부지깽이 나물 한웅큼 뜯어 배낭에 넣는다.
저녁 막걸리 안주용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진한 더덕향이 계속 따라 온다
임도를 벗어나 꼬불 꼬불, 이리 저리로 연결된 잡목사이 오솔길따라 학동고개로 오른다. 학동고개 500m
노자산 아래 산 전체가 초록의 향연으로 물결친다.바야흐로 봄날이다.
연초록은 골짜기마다 가득한데 벚나무는 하얀꽃잎을 떨구고 있다.
학동고개방향은 내리막이다. 잡목으로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케이블카정류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4일전 코스를 이어 망치고개와 황제의 길을 지나고 전화통화도 되지 않은 임도를 따라 학동고개까지 걸었다.
생명이 움트고 있는 길을 따라 학동고개 도착시각 오후 1시. 22코스를 모두 걸었다.
동생이 물었다. "형님 케이블카 탈까요?" "ㅎㅎ 그러면 편하겠다." 편안하게 올라서는 쪽을 선택하였을까...?
아니다. 노자산 줄기를 타고 가라산을 넘어 저구항을 향하여 곧장 23코스로 나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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