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번 정차하지 않은 시골 기차역과 기차여행은 사라져가는 추억을 간직한 곳이자, 과거속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가교역할을 한다.
한적한 기차역 주변을 어설렁거리면 때로 장터가는 할머니도 만나고, 그 장터에서 만나는 맛나는 국밥한그릇과 막걸리 한잔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덕하역을 출발, 작은 호수와 울산대공원을 품은 산길을 걸어 울창한 대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태화강전망대까지 순수 산길 약 16km의 해파랑길 6코스는 조금 힘들지만 사람사는 마을 주위를 오르내리며 걸어가는 사람친화적인 길이다
순수 산길이므로 편의점 등은 기대하지 말고 미리 마실 물과 간단한 먹거리 등을 준비하고 길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걸어가보자.
해파랑길 6코스 시작점이 되는 시골역 냄새 물씬 풍기는 덕하역. 인근에 덕하장이 있는 탓인지 아침부터 길이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혼잡한 도로끝 작은 소공원, 이정표가 방향을 가르쳐줄때까지 길을 확인하며 걷는다 .
길은 선암호수까지 외줄기이다. 바람은 훈훈하고 곳곳에 꽃봉오리를 살며시 내밀고 있는 소박한 동백이라도 만날양이면오늘 걷기는 대성공 아닐까 .
이정표가 가르쳐주는데로 산죽숲을 지나고 키높은 소나무숲을 지나면 그곳에 선암호수가 있을 게다
소나무 숲에는 아직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쌓여 있고 건너편 산봉우리로부터 흘러온 바람이 낙엽을 날리지만 내가 가야하는 숲속 오솔길은 너무 선명하다
경사높은 목재데크길을 따라 내려서서 발걸음을 멈추고 안내도를 보고 있는데 산책나온 사람손에 이끌린 개한마리가 컹컹짓고 있다
산책로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돌아서면 제법 넓고 푸른 호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산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개천이 되어 이런 호수를 만들었다. 나는 호수데크 위 벤치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시며 "선암호수"의 풍경을 눈속에 담는다
호수가에 잘 정리된 매화나무에 꽃이 매달려있다. 매화는 흐드러져야 맛이 난다.
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포근한 하늘과 물냄새 풍기는 바람이 호수위를 잔잔하게 불어간다.
산굽이 돌아가는 산자락 사이로 호수가 뻗어 있고 까치한마리가 매화나무아래서 시끄럽게 울어댄다
걷는 재미에 빠져 땀을 흠뻑 흘린다음에야 다다를 수 있었던 신선암 바위. 바위에 서면 울산의 사방을 한눈에 살필수 있다고 하는데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탓인지 신선암에 울산시내가 한눈에 보이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아도 그림이 맞춰지지 않는다
울산대공원까지 1.4km 거의 다왔지만 혼자 걷는 산길이 지루하다.
혼자 걷는 산길은 때로 오싹함을 느껴기도 한다. 바람소리조차 없는 산속의 적막이 흐를때, 갑자기 새들의 날개짓하는소리에....그러나 이내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는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새소리, 바람소리, 낚엽밟는 소리,
아직 걸음은 솔바람길 산중에 묶여 있는데 성급하게 걸어가는 걸음에 어디선가 까마귀 떼창소리가 들려온다
산위 태화강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푸른 대숲, 푸른 태화강이 길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린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국가정원.
십리대나무숲. 울산 12경의 하나로 선정된 울산의 대표적 도심공원이다. 산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울산 대숲전체가 다 내려다 보인다. 오후 5시 해질녁 바람이 불어오고 몸이 추워지며 다리는 조금씩 무디어져 간다.
어딘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나만, 저물녁 태화강변의 봄이 오는 풍경또한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특히, 강과 대나무숲이 빚어내는 풍경은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봄이 끝나기 전에 고난을 이겨내고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보기를 기대한다
해파랑길은 태화강 대숲에서 끝이 난다. 하루해가 다 저문 강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이 떠가는 강변에는 겨울을 이겨낸파란 갓들이 무성하다. 울산을 울산답게 만드는 태화강이다. 덕하역에서 태화강까지 이어지는 길위에는 울산의 여러 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지고 앞으로 가야하는 슬도와 대왕암과 동해바다는 울산이 왜 자연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도시인지 잘 보여준다.
산과 강물이 어우러져 만든 풍경이든 지나가는 사람끼지도 낯설게 느껴지는 때
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세상은 잘도 떠다니며 흘러간다고 생각들 때
혼자 길을 걷다보면 온갖 상념들이 머리를 지배할 때
그럴 때 갑자기 감정이 격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오늘 저녁이 그렇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세상을 걸어간다. 내일 아침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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