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8코스는 현대자동차 앞 성내3거리를 지나 염포산 입구에서 동구 일산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13km의 산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해안누리길과 중복되지만, 거문고소리가 들릴듯한 슬도의 비경과 신라천년의 신화로 다시 조명하는 대왕암을 만나는 행복한 길이다
물이 흘러가듯 사람도 흘러간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지는 알 수 없는 것, 인연이 겹치면 이러한 길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걸음 옯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앞다투어 나가고, 하늘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해파랑길, 이제 해파랑길 8코스를 출발한다
염포산 입구에 세워진 해파랑길 8코스 안내도
여기서 부터 거친 비탈길을 따라 땀을 흘려야 평지를 만난다. 편한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감동이 없으니 천천히 올라보자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나타나는 염포산 흙길
장날이면 방어진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혹은 지게에 실어 염포산 고개를 넘어 성내까지 갔을 것이다.
화정산 정상에는 울산대교 전망대가 있고 안내판에는 시적으로 씌여진 해설이 있다. " 울산에 밤이 내리면 내일의 울산은 별이 됩니다. 시간을 건너는 다리에서 만나는 도시의얼굴 벌써부터 두근두근합니다"
천내 봉수대를 지나 방어진항에 서니 슬도 다리와 등대가 보인다. 진하해변을 떠난 이후 바다를 보지못한 탓인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동해바다이야기를 들려줄 듯하다.
방어진보다 슬도의 거문고소리가 들린다는 해변가 다리와 슬도등대가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지만 왠지 슬도 바다 작은 갯바위에 내려앉은 갈매기에 더 눈이간다
염포산을 넘어 늦은 시간에 도착한 방어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길을 떠난 덕분에 가자미 경매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방어진 슬도 활어직판 경매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가자미
슬도 활어직판장위로 검은 구름이 떠간다. 아침부터 바람불고 가는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해가 고개를 내밀고 다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음력 2월은 바람조차 시샘하는 영등할매가 주인 아닌가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슬도라는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슬도 등대에 기대어 눈감고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냈을 우리의 조상님들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혜안을 본다. 거문고 소리라니.. 얼마나 위대한 발견인가.
슬도 등대
슬도바다 갯바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갈매기가 휴식을 취하고있다
갑자기 에밀자토팩의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는 마라톤 명언이 떠오른다
한때 마라톤에 미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던 때가 있었으나 혹사했던 탓인지 20년을 뛰고서야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에밀 자토팩과 바다 갯바위에 내려앉은 갈매기..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길을 걷다보면 때로 온갖상념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때도 있는 법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건 자신있다고 그럼 신발끈제대로 매고 먼저 걸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나 세상에 꽁짜는 없으니 걷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충분히 연습 되었으면 이제 길을 떠나보자
소리체험관에서는 파도, 바람, 산사의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로 폐문되었다.
굳이 소리체험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이곳에는 물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자갈구르는 소리, 그리고 바다가 들려주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걸어서 이곳까지 가라. 그러면 들을 수 있다.
소리체험관 뒤로 돌아가면, 정원이 예뻐서 한번 들어가고 싶은 카페가 있다. 너무 이른 탓인지 문이 닫혀 이다
까페를 돌아 나오면 "자르르르르"소리를 지르는 자갈해변을 만난다.
날씨 탓인지 구름이 참 푸지게도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뛰어 심장이 터질 듯한 감동을 주는 대왕암 산책로. 누군가 일찍부터 비질이라도 해놓은 듯 깨끗하고 정갈하다.
대왕암해변산책로에는 벤치가 두개 놓여져 있다. 이곳에서 향기나는 예가체프 커피한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혼자만의 생각일까
해설은 누구나 알수 있도록 쉽게......
정호승 시인의 "풍경을 달며" 먼데서 바람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좀전 소리체험관에서 보았던 풍경소리
절간 풍경과 한그루 나무와 바다와 파도소리 그리고 행복이라는 단어..
대왕암가는 길
불어가는 바람에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몸이 절로 따라간다. 길은 사납고 파도는 거칠다
등굽은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갔더니 길이 끓나고 되돌아 나오는 길에 저절로 힘이들어간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속을 알 수없는 바다지만 어쩌겠는가 남의 집에 왔으니 주인 말 따르는 수 밖에....
소나무 한그루 깊이를 알 수 없는 동해바다, 수천년 바람과 비와 파도가 만들어 내는 멋진 소리를 들어보라.
클래식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하듯 자연이 내는 소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고동바위와 대왕암
가슴 두근거리는 한치도 빈틈 없는 풍경이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아도 바다는 바다대로 자갈은 자갈대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사람처럼 무기력하지도 않고 구체화시키지도 않는데도 풍경은 늘 제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신랄하게 다가온다
바람부는 동해바다 소나무 같은데 기대어 서서 바라보면 더 좋다
사람이거나 바위이거나 더 빛나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건 같다
흐린하늘과 거친바다는 한몸이다. 대낮임에도 사방이 어둡다는 느낌을 주어 더욱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왕암
독도를 닮아 가는 이 바위를 보라 바람과 파도와 천년 세월이 맘내키는데로 살아온 흔적이 가득하지만 대왕암 바위중 으뜸으로 쳐줄만 하지 않은가
현대중공업에서 대왕암교를 놓았다고 하는데 덕분에 대왕암과 대왕암 공원을 성큼성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홀로 떨어져 거친 동해의 파도를 맞는걸 보니 사는 건 어디서나 모험인가 보다.
사소한 풍경은 쉽게 잊어버린다. 이제 대왕암을 벗어나 다른 자리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 본다.
맘내키는데로 살고 싶지만 그런 일은 세상에 없겠지.
깊은 홈통안으로 밀려드는 파도. 키작은 소나무와 부서질듯 위태롭게 서있는 바위들..최근 대왕암 공원에는 유명 관광지에는 다 하나씩 있다는 출령다리가 생겼다고 한다
일산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솔바람공원(대왕암공원)이 있다. 이제 이곳에서 대왕암과 작별인사를 해야한다.
어느 봄날 찾아온 해파랑길은 아무리 애를 써도 달아날 수 없었던 사소한 일상으로 부터 나를 이끌고 이곳까지 왔다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은 많다. 길이 있다고 늘 같은 길로만 다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이제 당분간 해파랑길을 사랑하기로 했으니 어떤 시인의 말마따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고 격려해주기로 하자
해파랑길 제8코스는 이곳 일산해변에서 끝이 나고 울산의 마지막코스인 9코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귀는 익숙한 소리를 좋아하고 눈은 새로움을 원한다.
파도는 늘 익숙한 소리로 다가오고, 내딛는 발자욱마다 풍경은 새로워진다
이곳까지 걸어온 여정이 내게는 행운이고, 큰 행복이다. 아직은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고, 걷고 싶은 열정이 있으며, 걸을 수있는 시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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