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간을 지나 울산구간 두번째 코스인 해파랑길 5코스는 진하해수욕장을 출발하여 회야강과 울산 덕하역까지 이어지는 약 18km 바다를 잠시 떠나 내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해파랑길의 4코스가 끝나는 지점은 명선도가 바라보이는 진하해수욕장 끝지점에서 시작된다.
길게 뻗은 강둑길이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마음먹기 따라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지 않을까
명선도는 울산시 서생면 진하리에 있는 무인도이지만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바닷길이 열린다.
명선도(鳴蟬島) 매미가 운다는 뜻을 가진 작지만 예쁜 섬이다. 사진동호인들이 즐겨찾는 일출의 명소이기도 하지만 섬이 스스로 만든건 분명히 아닌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까이서 바라본 명선도가 흰파도와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스스로 부족한 걸 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3월 초순 구름은 낮아 하늘과 구름이 맞닿아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갑자기 바람이 일고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든다
야간 조명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선교. 2010년 완공된 이 다리는 두마리의 갈매기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이다.
다리를 건너면 횟집촌이 있다. 각진 다리 형태가 사람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듯 하다.
간절곶 소망길이 거꾸로 시작되는 길이며, 해안누리길에서 지정한 새천년길의 종점이기도 하다.
명선도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탓인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모래와 명선도의 뚜렷함, 빛의 굴절이 빚어 내는 환상적인 풍경이 렌즈에 가득하다
봄바다와 잘어울어진 명선교아래 서면 폴 사이먼의 The bridge of trouble water이 뜨오른다. 아마도 날씨 탓일게다
회야강의 물줄기가 이곳에서 명선교를 만나 바다로 흘러간다.
회야강은 울산의 젖줄이다.
회야댐에서 잠시 머무른 강물은 흘러 흘러 동해바다와 만난다.
여전히 바람은 불어가지만 구름사이로 비껴가던 빛이 차츰 나를 따라 옮겨왔다 다시 사라진다
회야강을 따라 이어진 길은 조금 지루하다. 그러나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리면 푸른 강물과 봄날 비상하는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오더니 갑자기 추워진다.
회야강에는 대숲이 많다. 길게 또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푸르른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어가면 서걱거리는 소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강물이 바람에 물결치듯 출렁이고 있다. 강물너머 맞은편 언덕 위에는 소나무 몇그루가 구부정하게 서있고 마치 진주 의 의암을 연상하게 하는 바위하나가 회야강에 누워있다.
보이는 새들은 가마우지이다
붉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 신천지 깃발이 나부낀다. 갓 신내린이라고 하는걸 보니 무당인가 보다. 신천지 무당.....
회야강변에 드높은 나무 한그루가 섰는데 가지는 바람에 흔들리고 댓잎이 바람에 나부껴 초록의 배를 드러낸다
그 나무 아래 논병아리 몇마리가 여유롭다.
울산가는 기찻길 그 철교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건 이채로운 일이다. 마치 덜커덩 덜커덩하며 달리는 레일의 굉음소리라도 들려올듯 하다.
남창강과 회야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에 걸려 있는 철교는 주변 나무와 울퉁불퉁한 모래언덕 탓인지 마음에 썩 와닿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당구대 통 철판 삼겹살집. 포장되지 않은 주차장, 판자집을 연상하게 하는 키작은 집들이 조금 헐겁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 고기를 좋아않는 내 입맛탓이 아닐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삼겹살집 장작더미.
강물을 만나면 과거로 돌아가 추억에 잠기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몸은 춥지만 아늑한 기분이 된다.
너무도 고요하여 내륙 깊숙이 들어와 얌전해진 회야강을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회야강 보호수 소나무. 수백년은 족히 나이들었을 법한 노거수가 지켜본 회야강 풍경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덕하역까지 4.7km 이제 거의 다왔다.
회야강 강물위로 낚시대가 걸려있고 작은 텐트는 미동조차 없다. 이곳에도 겨울을 넘긴 마른풀 사이로 파릇파릇 새풀이 돋아 날 것이다
논 한가운데 보리밥집. 갑자기 시장기가 물결처럼 몸으로 다가온다. 집나오면 개고생..원래 사는 일이 그렇지 않던가
차들이 줄지어 보리밥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갑자기 저 밥집에 퍼질고 앉아 파전에 두부를 곁들인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싶은생각이 간절해진다.
덕하역이 해파랑길 제5코스의 종점이다. 부서지는 파도가 조금씩 그리워지는 시간이면 이곳에 도착한다. 울산시 울주군 청양읍에 소재하는 덕하역은 내게 낯설은 역이다.일제강점기때 만들어진 역인데 간이역같은 느낌이다
덕하장은 소금장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소금축제를 한다고 한다.
(덕하장날은 2일과 7일이다)
옛날 언제적이던가..덕하장날이면 덕하역은 새벽기차에서 내려 장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으리라. 난로위에는 지짐과 생선을 굽고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막걸리 한잔으로도 삶이 풍족했을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질펀한 장터, 추억속으로 가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얼어붙은 몸을 녹여내고 헝클어진 마음을 바로 잡아 신명으로 이끄는 시골역과 장터야 말로 바로 그런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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