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39코스(남항진 솔바람다리~강릉 사천진 해수욕장) 불꽃처럼 살다 간 허난설헌

SM 코둘4500 2022. 5. 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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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서 사천진까지 8개의 은빛 백사장을 품고 있는 해수욕장과 맑고 푸른 바다위 바위섬들, 딴봉마을 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솔향이 허난설헌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해파랑길 전체 구간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조선이 낳고 조선이 버린 비운의 여인 허난설헌도 이곳 강릉에서 태어나 생을 마친 인물로 본명은 초희이다.
허균의 누나로 아름다운 용모에 문학적 소양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살았던 이 여인은 원만하지 못한 부부생활과 타고난 천재성으로 인하여 고독한 삶을 살아야 했다.
15세에 결혼하여 두명의 아이를 두었으나 모두 어린 나이에 먼저 사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친정집의 옥사와 허균이 귀양가는 비극을 지켜보기만 했던 초희는 삶의 의욕을 잃고 책과 한시로 슬픔을 달래며 불우한 생을 살다 27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강릉시청, 다음 백과 참조).

가장 사랑했던 동생 허균의 비참한 죽음을 보지 않고 먼저 생을 마감한 것이 어쩌면 초희에게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기전 생전에 지었던 모든 작품을 불태워 달라는 유언에 따라 모두 불태워졌지만, 사후에 허균이 누이의 시를 모은 문집을 발간함으로서 세상에 알려졌다.
허난설헌이 미리 죽음을 예감하고 지었다는 시 한수를 읽고 암흑의 시대를 불꽃처럼 살아간 그녀의 생을 되돌아본다.

"꿈속에 노닐던 광상산의 노래"

푸른 바닷물이 구슬바다에 스며들고
파랑 난새는 채색 난새에 어울렸구나
연꽃 스물일곱송이 붉게 떨어져
달빛 서리위에서 차갑기만 하다 (허균, 허난설헌 시비공원에서)

경포해변바다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십리섬, 오리섬
해파랑길 39코스 안내도와 인증대는 남항진 해변 표지석 부근에 설치되어 있다
해파랑길 트레일 사인(Trail sign) 종류.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동해바다를 상징하고 있다
솔바람다리 표지석
솔바람다리

강릉은 솔향의 도시라고 한다. Pine City.
솔바람다리위에 서면 남대천의 향기가 짙게 우러난다.


솔향 품은 남대천의 푸른 강물이 남항진 바다로 흘러간다


이제부터 경포호와 허초희의 예술과 문학을 만나러 간다.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생인 허균과 스승과 그 가족들,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며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솔바람다리를 건너면 길은 곧장 강릉항으로 이어진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그쳤다. 오늘 하루 휴식을 생각했지만 일정을 미루기는 어렵다.


벽화로 말하는 여기는 강릉항. 바람 강한 날 이곳 만큼은 조용하다.


장난스럽지만 애니메이션 포스트 느낌이 있는 강릉항에 예술로 재탄생한 가자미 조형물
강릉8경을 비롯하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강릉을 자랑한다.

39코스를 즐기려면 이제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벤치가 있으면 쉬어도 가고 풍경이 있으면 멈춰서서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보며 걸어 보자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강릉 커피 거리로 알려진 안목 강릉항 일대는 1980년대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으나 커피 자판기 5~6대가 생겨나면서 강릉은 물론 영동 지역 청춘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았고, 바다 동네에 자연스럽게 커피 마을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세대 바리스타로 손꼽히는 박이추(朴利秋)가 손으로 커피를 직접 볶아 내려 마시는 커피를 선보인 뒤로 강릉 커피 문화는 꽃피기 시작하였다. 특히 최초의 상업용 커피 공장, 커피 박물관과 커피 농장 등 쟁쟁한 커피 명인들과 함께 커피 템플 스테이, 커피 힐링 캠프, 커피 공원, 커피 갤러리, 한옥 카페 등 특화된 커피 명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커피 관련 인구와 문화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2009년 10월, 지방 자치 단체 최초로 강릉커피축제가 개최되었다(강릉시에서 펌)


안목해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백사장에 수많은 발자욱들..
500m의 짧은 해변이지만 깨끗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커피거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말이면 주차전쟁이 벌어질 정도의 대도시 흔한 풍경으로 재연된다


나도 커피거리에서 소문난 커피집 "산토리니"에 앉아 아메리카노로 잠시 다리쉬임을 했다.
혼자 마시는 커피가 무슨 맛이 있겠냐고 하면 대답이 궁색하지만 해변을 내려다 보며 커피향을 음미하는 것도 썩 나쁘진 않다 .
"여행에는 동반자"라는 말도 있듯 동반자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목해변
안목해변 소나무슾

안목해변과 소나무숲을 바라보며 커피거리를 지나면 송정해변으로 접어들며 갑자기 길이 조용해진다


송정해변 안내도
2번째 바다 송정해변
송정해변 딴봉숲

딴봉마을 산책로는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해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소나무숲으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영혼을 쉬게하는 쉼터가 있고, 가끔 숲을 열어 바다를 보여주기도 한다


솔향가득한 해변길을 걷다보면 누군가를 위한 벤치도 반갑다..


모래해변에 휘어지듯 등굽은 소나무 사이 바다와 하늘이 나무만큼 맑고 푸르다
한참을 걸어도 숲은 계속된다. 온갖 세상 번뇌 씨름 잊고 몸과 마음을 쉬게하는 곳..
솔향에 취해 소나무를 품고 걷고 또 걷는다,
솔향가득한 딴봉산책로와 같은 숲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직 여기뿐


청동나상

딴봉숲의 만남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훗날 추억이 되어 기억속에 머물다 반드시 찾아 올 것..
숲길이 내어주는 소나무향기는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이에게 평온과 위안을 준다.
청동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좋다. 휴식하듯 걸음을 옮기면 된다


존레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비틀즈의 명곡 Imagine이 떠올라 흥얼걸리며 걸어간다


세번째 바다 강문해수욕장

안목, 송정해변과 같은 느낌, 다른 공간, 강문해변
두발로 걸어간다는 것은 온몸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체득하면 온몸이 기억한다
긴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는다. 걷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강문솟대다리

강문해변과 경포해수욕장을 연결한다.
다리위에 서면 강문해변과 경포해수욕장의 맑은 백사장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경포해수욕장
4번째 바다 경포해수욕장

경포해수욕장은 어떤이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을, 어떤 사람에게는 햇살같고 봄바람같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하늘과 바다가 아득하게 푸르고..


모래사장 흰 모래는 아득하게 희다


비어있듯 아무도 없었던 그해 겨울 경포대를 닮았다.


경포해변

그림처럼 떠있는 십리섬, 오리섬.
한참을 모래 언덕에 앉아 풍경을 바라본다. 섬 갯바위에 부딫히는 잔 파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렵게 찾은 경포해변이라면 모래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기왕에 걸을 양이면 맨발이 더 좋다
흰 모래가 발바닥아래에서 부드럽게 자지러지며 발가락사이로 비집고 나와 발등으로 흩어진다
그 감촉, 걸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편안함


경포해변은 20대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부산에서 설악산을 갈려면 강릉은 야간열차든, 버스든 반드시 거쳐야할 경유지였다.

나도 천천히 바다 가까이로 걸음을 옮긴다. 파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어버린다.


경포해변을 벗어나 길은 경포호로 이어진다.
경포호수에 강한 바람이 불어 흐린 물빛이 더욱 흐려진다.
건너편 경포대가 자리하고 있고, 호수 한가운데 조암 월파정이 작은 물결에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한다


우리집은 강릉땅 강가에 있어
문앞 흐르는 물에 비단옷 빨았지요
아침이면 한가롭게 목란배 메어놓고
떼지어 나는 원앙새를 부럽게 보았지요
- 난설헌 허초희 죽지사-


교산 허균의 홍길동전 주인공 다소 익살스런 형상을 한 조형물이 산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가 궁금하다면 시대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생활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굶주리고 가난한 백성을 위한 시대가 조선 전체 역사 속에 단 한번이라도 존재한 적이 있었을까.
홍길동전은 그러한 배경속에서 탄생하였다


난설헌 허초희 생가가는 길, 숲이 짙어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솔향길을 지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 숲에는 소나무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곡선으로 휘어진 나무가지가 초희 집으로 안내한다
어떻게 이런길이 숨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표정이 다양하다


아름다운 흙길이 풍경되어 멈추는 곳에 그녀의 집이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있고 안채가 있다. 또 하나의 대문을 경계로 사랑채가 있는데, 그 사이에 곳간이 있어 내외를 구분한다

초당동 고택이 난설헌이 태어난 곳이라고 하는데 고증은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던 이곳이 허초희가 태어난 곳이라고 믿고 있다


생가터를 돌아나오며 다시 풍경화 속으로 들어간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름답다"의 반대말은 "낯설다"라고 한다.

낯설다의 사전적 의미는 눈에 익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새롭게 만나는 풍경은 모두 낯설다.
그리고 아름답다. 초희집 가는 소나무 숲길은 낯설고 아름답다. 틀린 말일까


“천하에 가장 두려운 것은 백성이다.”라는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민초들의 힘을 모아 패도한 왕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새 질서를 창출하려는 방벌론(放伐論)의 기치를 들기도 했던 허균.
그의 이런 행동들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하지만 개혁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반역자로 남아 비극적인 생애를 마쳐야만 했다.(강릉시청, 다음 백과 참조)
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이상사회를 홍길동전으로 표현했다.
허균은 갔지만 그의 정신은 우리시대에 그대로 남아 새로운 세상을 계속 만들어 가는 힘이 되고 있다.


시가 있는 산책로
김원기 시비 "산위에서"

산위에 서 있으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순한 짐승 그러나 너는 알거야 한마리 새처럼 날고 싶은 내 마음의 설레임을..


경포호 5.5km.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길은 걸어도 걸어도 지겹지 않다. 명품길은 그렇다
휴대폰만 충전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람도 충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힘이 필요하면 경포호 산책길로 가서 걸어라
걷다보면 충전이 되고 힘이 되어 돌아온다


모래가 호수를 막아 동해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석호이다.
해안과 호수주위는 소나무숲과 벚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해파랑길은 경포호 뿐만 아니라 향호, 송지호 영랑호 등 수많은 석호를 길과 길로 연결한다

경포대는 경포호 북쪽에 있는 누각으로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누각에 서서 경포호를 관망하면 왜 그런지 감동이 없다


축음기 박물관

홍장과 박신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벼슬아치와 관아 기생과의 사랑이야기는 어느곳이든 존재한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정신적 사랑을 했다고 그들은 강변할 지 모르지만..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 조암과 월파정. 북벌론과 예송논쟁으로 유명한 우암 송시열은 형식을 소중하게 여긴 전형적인 조선의 성리학자였다


경포호가 끝나는 길 건너편에 경포 비치 조각 글씨가 걸려 있다.경포대 해변으로 다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금새 그리워진다
오늘 지나간 이길과 생각들, 풍경과 감동, 언제인가 그리울거야 라고 위안을 하며 다시 경포해변으로 걸음을 옮긴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질감의 경포해변. 모래 해변은 빨리 걸을 수 없다. 느낌이 존재하는 모랫길이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경포해변에 있다는 것, 지금 이순간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사근진과 경포해변을 연결하는 안현교
멍게 바위

5번째 바다 사근진 해변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망대이다.


사근진 전망대

여섯번째 바다 순긋해변
순긋해변은 경포대와 가까이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지나온 해변과 달리 한적하며 조용하다. 해변뒤로 소나무 숲이 있어 잠시 쉬어갈만 한 곳이다


사천진 가는 길

일곱번째 바다 사천진 해수욕장

걷기 여행을 이끄는 것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를 앞서가며 불꽃처럼 살다간 조선의 가장 뛰어난 여성이었던 난설헌 허초희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삶을 이해하며 함께 아파하는 것도 시간의 간극을 넘어 낮선 길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꽤 근사한 일이 아닐까.
오늘 일정은 허난설헌 초희를 되돌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이제 길은 강릉의 마지막 코스로 향한다

★ 해파랑길 39코스 정보
- 출발지인 강릉항에서 사천진해변까지 음식점과 편의점 등이 다양하게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음
- 사천진해변은 차박 어려우므로 되돌아와 사근진 또는 순긋이나 강릉항 솔바람다리 옆 주차장을 활용하면 되고 화장실 시설 훌륭함
- 안목해변 커피향을 음미하며 걸어가기 좋으나 주차공간 부족
- 사천진 물회가격이 최근 올랐다고 하니 사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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