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8코스는 오독떼기전수관을 출발하여 단오문화원과 남대천 창포다리를 건너 중앙시장과 월화공원을 지나고, 남항진 솔바람다리까지 이어지는 17.3km의 길이다.
무형문화재 오독떼기를 시작으로 오월단오와 서민들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주는 전통시장, 그리고 야경이 아름다운 솔바람다리까지 이어지는 이길은 서민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서민의 길이자, 청년문화가 새롭게 자리잡은 "커피거리가 있는 안목과 젊은 연인들의 거리인 경포"를 연결하는 세대연결의 길이라 하겠다.
김매기소리인 오독떼기와 1년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을 골라 지내는 단오제, 서민의 먹거리가 가득한 중앙시장을 보는 것은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그 옛날 강릉 남대천에 흘렀을 맑은 물이 지금도 창포다리 아래로 너울거리며 흘러간다.
남항진에 부는 바람은 지금도 솔바람다리를 안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가슴 밑바닥에 숨어 있는 서정과 바다를 향한 동경과 강과 함께 뛰어 놀던 유년의 기억까지도 함께 되살려 주는 길, 그 긴 호흡을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걷는다.
피자두나무가 도열해 있는 길로 접어들자 깊은 계곡 못지 않은 깨끗한 시냇물의 섬석천이 반긴다
소박한 풍경이지만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펜션이라면 흔히 있어야 할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은 없다. 그러나 오월의 정원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드리 나무에 둘러쌓인 연못과 산책로가 비밀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강릉만석 고택을 지나 강바닥이 파헤쳐져 흙탕물이 흐르는 섬석천 다리를 건너면 다시 초록빛 청보리밭을 만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창백한 강물이다.
장현저수지 갈대는 아직 새싹을 피우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시간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강태공이 붕어한마리를 낚아 올리고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 좀 잡힙니까?" 물었더니 " 오늘 첫수"라고 돌아보지도 않고 답한다.
샛바람이 불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
모산봉 가는 길 사과나무에 하얀꽃이 피었다.
강원도 산간마을 마을이래야 겨우 10여호..누구를 위하여 모산에 나무계단을 깔고 이정표를 세웠을까
해파랑길 걷는 사람을 위하여 만들었다면 기쁜일이겠지
모산 지나 마을입구에서 길을 잃었다.
마을 사람 한분이 다가오더니 " 해파랑길 걸어시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옆집에 가려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고 하며 장독대 뒤로 난 길로 안내하고는 " 사유지"라는 말을 남긴다. 큰 힘이 되어준 청기와집 주인분께 감사드린다
모산로 길위에 서면 온갖 풍파를 다 겪은 탓인지 상반신이 휘어진고, 구부러지며 가지를 뻗은 소나무 한그루.
치열한 아름다움이다.
걸음을 멈추고 높지도 않고 평야처럼 산이 펼쳐진 모산을 뒤돌아 본다
키높은 감나무 아래 요양원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 ....내나이가 어때서" 기나긴 인생의 끝에 서서 부르는 노래는 이땅에 터잡고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이 부르는 "세상밖으로 나오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깊은 산골을 지나온 듯 한데 금새 마을이 나타나고 도시가 눈앞으로 다가 온다
남대천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오늘 여정은 여기까지이다.
강한 바람이 기온을 끌어내렸는지 저녁무렵이면 기온이 곤두박질 친다
남대천 일몰이 아름답긴하나 시린 바람때문에 한낮의 상쾌함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도 없는 저녁을 맞았다
그리고 다음난 아침..오전 8시 다시 출발하는 해파랑길.................
강물이 흘러가듯 우리의 삶도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없이 흘러가기도 한다.
잠시 가던 발걸음 멈추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창포교 다리 건너 강릉읍성의 남문이었던 어풍루 옛터자리(파랑달)를 지나는데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이 갑자기 끼어들며 감상에 젖어 걷는 길이 혼란스러워진다
시나미 명주길. 시나미는 강원도 사투리로 천천히를 뜻한다. 천천히 명주동을 걸어서 이곳 거리를 음미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여행은 천천히..명주에서 위로받으며, 조용히 바라보고, 슬며시 숨어들어 함께 가는 길
조용히 걸으며 주변을 살펴본다. 시나미..시나미....
한낮이면 사람들로 붐볐을 거리는 이른 아침이어선지 한산하다 못해 적막이 흐른다. 시나미..시나미
강릉의 대표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상품이 다양하고 크다고 대표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강릉의 대표시장이 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일까.
월화공원과 남대천을 흐르는 강물, 아름다운 일몰. 대표시장은 시장외적인 테마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길을 따라가면 해답이 나와야하는데..일단 떠나보기로 하자
계단아래 중앙시장과 남대천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자리에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앞은 월화교, 뒤돌아 보고 있다
아침햇살에 만들어진 실루엣 사진...월화다리가 끝나고 길이 이어지는 곳에 터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 동해선 철로가 아니었을까.
향수는 고항에 대한 그리움이다.
기적소리, 덜커덩 거리며 굴러가는 철도의 바퀴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고향의 향수에는 기차와 관련한 기억이 많음은 우연일까.
월화교 다리로 들어서면 남대천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대천 강물위로 파란 물결이 일어난다
걸음을 멈추고 터널안까지 따라 들어온 햇살을 바라본다
휘어져 굽이치듯 돌아나가는 터널.
어두움, 그리고 두려움..그런 터널안에서 천천히 음미하듯 걸어보자
터널의 끝 지점으로 찾아 든 햇살 한줌. 터널 밖에 노암이라는 글이 붙여져 있다.
산책로에 터널이 있다는게 의아할 듯하나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동해선 폐선부지임을 알고되고 알고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월화거리가 끝나고 차도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산촌느낌의 마을을 만난다.
험하지도 않고 오지의 느낌조차 없지만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과 제멋대로 흩어져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 산촌같아 마음이 편안해지고 넉넉해진다. 이른바 대장골
등굽은 소나무를 보면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가 떠오른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눈물과 사랑의 시인 그의 천재성이 잘 나타난 시 "선암사" ..
남항진 바다는 현재 공사중. 위쪽, 아래쪽 사방이 모두 공사중이다.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지만 없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고민하다 남항진 다리를 건넌다
정겨움이 느껴지는 다리..남항진 솔바람다리 아래로 남대천이 흐른다.
바람한점 없이 조용하지만 하늘이 잔뜩 흐려 금새 비라도 내릴 듯 한데, 오늘 걸어야 할길은 아직 멀다
새벽부터 남항진에 비가 내린다.
질박한 서민문화를 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먼 여행길에서 때로, 나를 닮아 찾고 싶은 곳이 있다. 오늘 걸었던 길이 바로 그런 곳이다.
강원도 산간 작은 마을과 그 마을을 이어가는 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그 길을 오갔을 수많은 사람들과 힘들고 어려웠던 긴 시간을 살아온 옛 선인들의 호흡이 느껴지는 길..
그 길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노래와 강물과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길이 주는 편안함에 취할 즈음에 다시 바다를 만난다
해파랑길 37~38코스가 왜 강릉의 내륙으로 이어지는지, 왜 산간의 마을과 들판을 연결하는 지 길을 다 걷고 난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겠다.
해파랑길 38코스 정보
- 편의점 등은 단오 문화원 인근외는 찾을 수 없으므로 미리 식수 등 준비
- 차박은 남대천 둔치공원 가능하나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 어려움이 예상되며
- 차박은 남항진 솔바람다리 건너 처음 만나는 강릉항 주차장을 이용하면 만족할 듯
* 강릉항 주차장은 깨끗한 화장실과 조용한 주차환경을 가진 가장 적절한 차박 장소임
* 강릉항 방파제에서 낚시도 가능하며 솔바람 다리 아래 남대천은 은어반 물반으로 은어낚시도 잘 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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