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1코스는 주문진해변을 출발하여 강원도 석호인 향호를 지나 광진해변과 3대미항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남애항, 쉬고 또 쉬어간다는 휴휴암을 거쳐 양양군 서핑의 메카로 알려진 인구해변까지 이어지는 12.5km의 길이다.
사람은 때로 지혜가 필요할 때가 있다.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쉬고 싶을 때 쉬어가는 "여행의 지혜" 휴휴암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주문진해변을 떠나면 곧바로 향동교를 만나지만, 다리를 건너면 철조망이 길을 막아선다
다리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야만 향호로 진입할 수 있으니 길잃지 않도록 앱을 살피면서 걸어가자
강릉과 양양 고성에는 모래가 쌓여 바다와 단절된 석호가 다수 있다.
향호를 비롯하여 영랑호, 송지호, 경포호와 청초호, 화진포호 등이 대표적이다.
향호는 동해안 많은 석호중 하나로 약 2.5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향호를 지날 즈음 어느새 햇살이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후 햇살은 빛나고, 갈대 숲이 만들어내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있어 혼자 걷는 외로움을 달래준다.
삼형제봉이 바라 보이는 향호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특히 봄날에 피어나는 새싹과 새들이 어울어지는 향호길은 갈대와 수면위로 흐르는 바람이 있어 더 좋다.
향호 호수가 전해주는 봄빛과 물빛이 고저녁함을 더한다.
사방이 고요한데 오전에 내린 비가 대기를 맑게 했는지 향호 수면위로 햇살이 빛나고 있다.
저녁무렵 바람이 일어 조금씩 물결이 일어난다. 여유롭자고 다짐해보지만 오늘 가야할 길이 있어 마음이 급하다.
향호 호수를 돌아나가면 강원도의 시골스러움도 만나지만, 멋스러움은 잠시 보류해둔다.
향호가 위로하는 말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질주하는 차량으로 위험해 보이지만, 길은 짧게 끝이나고 이제 양양군으로 접어든다
양양 접경지역. 산좋고 물좋은 양양이라네!
양양 해변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은 통행차량은 거의 없어도 한참동안 철조망을 이웃하며 걸어야한다.
차박을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장실이다. 주차는 가능한지,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는지가 차박의 요건이다
해안도로변에 설치된 군사 철책선이 화상1교 지점에서 잠시 멈추었다 다시 철조망으로 이어진다
백사장에 수많은 발자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철조망이 의미 없어 보이지만, "출입금지"는 살아있다
길과 이웃하여 마치 살아있는 독수리한마리가 바위에 앉아 있는 듯 하다.
바위로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더이상 바위덩이가 아니다
원포리 해변 화장실도 특별한 이유없이 관리상의 어려움을 들어 문이 잠겼다.
생리현상을 참는 다는 것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것. 급하면 어둡고 구석진 자리를 찾는다
철조망너머 아무렇게나 뛰어놀다 간 흔적들이 원포리해변에 가득하다
조금씩 지쳐가는 시간이지만 나도 철조망 넘어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가로질러 파도와 만난다
원포리 해변의 "고독"이라는 이름의 까페에서 조용한 음악이 들려온다.
심금을 울리는 음률이지만 누구의 작품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쇼팽이던가...
코로나로 남애리 출입을 금지한다길래 조심스럽게 눈치보며 마을을 지난다(마을 현수막)
남애리 바다를 향하지 않고 보란듯이 나를 향해 자신을 보여주는 바위군, 특이하지만 바위가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느낌이 있으면 바위도 생명을 가지는 법...........
저녁햇살에 빛나는 남애리 바다. 화려함은 없어도 소박한 아름다움은 지니고 있다
남애리 바다로 서서히 저녁이 내리고 있다
동해안 3대 미항의 하나라고 알려진 남애리항. 낚시배가 내일새벽 항해할 준비를 다하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미항은 청정함이 우선이며 다음은 사람이다.
소란스럽고 붐벼도 사람사는 맛이 물씬 풍겨나는 그런 항구가 미항 아닐까.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바다와 매바위길에 거침없이 전개되는 갯바위
세월의 무게를 담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갯바위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화려함은 없어도 남애리바다가 주는 선물은 마치 작은 횡재라도 한듯 하다
그런 갯바위와 매바위길이 서로 만나 한폭의 분위기 넘치는 그림이 된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남애 초등학교. 소나무와 푸른 바다 파란 잔디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장난치고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나는 교정이다
放下着 알파벳으로 씌여진 방하착.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비워라.
휴휴암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먼저 휴휴를 알아야 하고 암자 앞 넓은 터에서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정표는 멈출곳과 걸어야할 곳을 가르쳐준다.
인구해변에 수많은 바위들이 흩어지듯 그러나 질서있게 놓여 있다
동해바다 수평선에 저녁놀이 붉게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편안해지고 허식이 사라진다
길이 아무리 바빠도 볼 것은 다 본다.
동해바다의 미묘한 빛과 향기는 말할 것도 없다
고요함과 정갈함이 함께 묻어나는 죽도 바다. 물빛, 어둠 맞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일몰이후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어 다음날 아침에 다시 찾은 죽도 길이 멀어 간단히 정리한다
1965년에 세워진 죽도정은 새소리, 바람소리조차 쉬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조용하고 정갈하며 생명의 바다를 품고 있는 죽도정이라 그럴 것이다
서핑의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둠이 내리고 있는 인구해변에서 서퍼 몇몇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한겨울, 영하의 기온에도 서핑을 멈추지 않는다고 하니 열정이 부럽다
인구해변에 어둠이 내리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을 탓할 수는 없다. 어서 빨리 차있는 곳으로 돌아가 늦은 저녁을 먹고 하루의 피로를 풀며 쉬고 싶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오는동안 한달이 걸렸다. 경이로운 풍경들과 화려한 바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해변들이 아직은 기억속에 생생하다.
이 땅에 태어나 처음으로 동해안을 속속들이 살펴보고 있음은 놀라움이자 가슴 벅찬일이다.
내일은 낙산비치 해변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속초를 지나고 고성군을 만나면 길었던 여행은 끝이난다.
길위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고, 바다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작업을 통해 조금씩 기억을 되새기고, 간직하고, 기록하며 사랑했던 날들을 저장한다.
남은 길은 조금씩 아껴가며 발걸음은 느리게, 가슴은 두근두근, 살아 숨쉬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 해파랑길 41코스
- 주문진해변에서 인구항까지 편의시설 없으므로 식수와 음식은 사전에 준비
- 양양군 지경공원은 편의시설 전혀 없으나 조용하고 화장실이 있어 차박하기 좋음
- 죽도는 군사보호지역으로 일몰이후에는 출입을 할 수 없으니 참고(3월~10월: 6시~20시, 11월~3월: 7시~1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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