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7코스는 강릉 안인항을 출발하여 모전 정감이 등산로와 굴산사지 당간지주를 지나 강릉 구정면 학리 오독떼기전수관까지 이어지는, 강릉코스 중 가장 평범한 코스라 할 수 있다. 총거리 18km
안인화력발전소 신축공사현장을 지나면 시멘트 포장된 농로가 군선천을 따라 강동초등학교 인근까지 이어지고,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정감이 등산로가 나타난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풍경과 길이니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봄이 오는 향기와 시원하게 뻗은 키큰 소나무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으니 가벼운 기분으로 해파랑길을 떠나보자. 오늘 28일차
굴산사는 통일신라 범일선사가 개창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당간지주라고 한다.
안인화력발전소 공사현장이 빤히 보이는 마을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이 없으니 마을 입구 길가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떠난다
최근 시민환경단체에서 탄소중립과 시민의 생명을 값싼 전기와 바꿀수 없다며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값싼 전기와 탄소중립..어떤 결정이 사회적 가치를 더 높이는 길인지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다
군선천을 따라가는 길은 시멘트 농로길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분다
안인화력발전소 공사현장을 지나 물빛 좋은 군선천 시냇물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이른 아침 봄바람같지 않은 시린 바람이 강변을 흟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초록빛 보리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도(고깃길)에는 은어, 황어, 연어 등이 회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군선천으로 은어, 연어가 돌아온다면 그것 만으로도 가슴벅찬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시린 바람에도 군선천에 봄은 오고 있다. 초록빛 풀잎과 잔물결이 어우러져 소박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군선천에 잔물결이 일어나더니 물고기가 그림자 아래로 숨어든다.
작은 물줄기가 주는 풍경은 신선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물색만큼은 이름있는 유명계곡 부럽지 않다
정감이 마을길이 끝나는 곳에 유총각과 김낭자가 야반도주(?)하면서 정감이 마을을 지나갔다는 설화를 스토리텔링한 안내도가 서있다.
남녀간 사랑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하는 형식은 장소가 다르고 대상이 다를 뿐이지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내용의 스토리렐링은 자주 접할 수 있는 일이니 관심이 없으면 스치고 지나가면 된다
숲길 2시간. 걸음 걸음이 소나무가 주는 향기로 가득한 솔잎깔린 흙길이 마치 융단위를 걸어가듯 부드럽고 포근하다
인적끊긴 산속 잡초에 묻혀 버려진 듯 방치된 운동시설. 해파랑길, 바우길 걷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곳에 운동시설을 만들었을까
발걸음도 가볍게 숲으로 들어간다.
길은 부드러운 흙길, 솔향 가득한 소나무숲,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며 마음이 넉넉해진다
길위로 흩어진 솔잎을 밟으면 자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숲속에는 바람소리만 가끔 들릴 뿐 인적을 만난지 이미 오래다
소나무 숲이라고 해서 사계절 같은 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 숲 아래는 연초록 잎을 매단 키작은 나무들도 있다. 이들도 이숲의 주인공들이다
어단리 농로에 몸이 쓰러질것 같은 바람이 분다.
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의 바람! 이 바람을 어떻게 할까
마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재촉해보지만, 바람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말없이 묵묵하게 마을을 지켜온 참새미 마을 입구 소나무 두그루, 그 앞에 서면 바람이 멈추고 걸음을 옮기면 다시 온몸을 휘감는 바람이 몰아친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면 손에 잡힐 듯한 풍경도 놓치고 지나간다. 안타까운 시간이 길을 따라 흘러간다.
갑자기 시장기가 돌고, 갈증이 심해질 즈음 언덕으로 둘러쳐진 야트막한 교각이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 선채로 물한모금과 간단한 요기를 했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밤나무숲으로 길이 이어지더니 넓은 밤나무 숲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바람과 작별이라도 한 것일까.
당간은 사찰 입구에 세워놓고 행사 또는 의식을 치를때 당이라는 깃발을 꽃아 세우는 기둥을 뜻한다고 한다
굴산사지 당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데, 규모가 워낙 거대하여 내눈에는 마치 광개토왕비를 보는듯 하다.
직진해서 시멘트 농로를 따라가면 38코스로 이어지므로 섬석천다리를 건너 다시 학리 방향으로 다리품을 팔아야 학리 오독떼기 전수관과 해파랑길 인증대를 만나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학산(鶴山) 표지석.
오독떼기는 논농사지을 때 부르는 농요라고 하는데 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해파랑길을 걷다보면 해변길을 버리고 산길과 내륙의 도심까지 연결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길을 만들 때 지역별 특성과 스토리를 한데 묶어 산과 산을 연결하고, 강과 마을을 이어 다시 바닷길을 열어나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까.
서둘러 주마간산처럼 눈으로 훓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그곳에 녹아 있는 삶을 배우라는 메세지는 아닐까.
오독떼기에서 남항진 솔바람다리까지 이어지는 다음 코스는 발걸음은 가볍게, 길에는 감사를 담아 걸어야 할 것...
★ 해파랑길 37코스 간단 정보
- 코스 중간에 편의점 등이 전혀 없으므로 미리 식수와 간식을 준비
* 전수관이 있는 학리는 숙박이나 식당등이 전혀 없고 차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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