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4일차. 집떠나 고래불에서 7일차. 해파랑길 32코스는 명사십리 맹방 해변을 출발하여 오십천과 죽서루, 삼척 장미공원, 삼척항, 이사부 공원과 삼척해변까지 이어지는 해변 데크길 "새천년해안도로" 와 삼척의 대표 해수욕장인 삼척해변을 지나 애국가의 배경이 되었던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22km의 사람의 눈과 발을 붙잡고 놓지 않는 명품코스이다.
삼척은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에 관심이 없으면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초곡 용굴촛대바위와 용화장호해변,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가 있고, 장미공원과 은빛 모래로 빛나는 삼척해변과 그 해변을 이어주는 약 4km의 해안 데크길 등 동해바다의 파도를 마음껏 감상하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강원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과 해변을 거느리고 있는 도시중 하나가 삼척이라고 할 수 있다.
간섭받지 않는 비취색 바다를 보고 싶으면 삼척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수억년 동안 파도가 만들어내고 바람이 쌓아 올린 추암바위를 보고싶으면 동해시 북평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동해시 북평에 자리잡고 있는 추암은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40대 이전 세대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화상영전에 애국가를 들려줬는데 그 배경이다.
맹방해변은 말그대로 명사십리 은빛 모래사장이 4km에 이를 정도로 길고 아름답다.
등뒤로 울창한 곰솔 군락지를 거느리고 앞으로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있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때가 덜 탄 탓인지 초입부터 맹방해변은 고요하다. 맹방은 조용하며 평화롭다.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오른쪽 방향으로 덕봉산이 시간이 멈춰선 듯 그 자리 그대로 앉아 있다.
1968년 무장공비사건 이후 문을 닫았던 덕봉산은 53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왔다
육계도인 덕봉산은 오른쪽으로 맹방을 왼쪽으로 덕산해변을 가진, 군사뿐만아니라 관광으로서도 천혜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길을 걷고 있어도 흔한 일은 아니다
신기한 기억은 그 당시는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15일만에 맹방까지 걸어왔다는 한 중년의 남자를 만났는데, 해파랑길을 따라 걸은 것도 아니고 무작정 바닷길만 따라 왔다고 한다. 24일동안 걸어서 온 길을 15일만에 그것도 하루 평균 35km를.. 믿어지지 않아
"그게 가능합니까"하고 물었더니 " 가능하죠..하루만 걷다 돌아 갈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주름진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배낭속 커피와 토마토 한조각을 건네며 시작된 이야기는 휴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30여분이나 계속된 후에야
나는 해파랑길을 그는 바다로 난길을 걸어갔다.
맹방해변의 수식어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길이가 길어 상맹방 하맹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곳은 상맹방이다
섬아닌 섬 덕봉산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풍경을 가지지 못하였지만, 맑고 투명한 마읍천과 해안선 길게 뻗어 있는 곰솔숲 다른 해변에서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이 주는 평화는 그것 만으로도 맹방해변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유채꽃 축제장 꽃은 베어지고 황량한 벌판만 남았다. 대한민국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춰선듯 하다.
현실이 아무리 암담해도 끝은 있는 법. 언제가는 이곳에도 꽃이 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때가 반드시 오겠지
맹방을 벗어나 차도를 따라 언덕을 오른다. 명사십리라고 했던가 맹방해변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공사현장은 화력발전소 신축공사장이다.
맹방주민의 반대여론에도 공사가 진행중이며 항의의 표시로 2022.12.31까지 상맹방해수욕장을 폐쇄하였다고 한다
수도권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건설중인 발전소는 주민들의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 맹방해안 일부가 훼손되는 비극을 맞고 있다
안내도 앞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해파랑길 걷는 사람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넨다.
" 해파랑길 걸으시는 모양이죠.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시나요? "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가 아니다. 웃으며 "네"하니 " 삼척역 앞 번개시장에 가면 1인분 10,000원에 푸짐한 회와 밥을 먹을 수 있다"며 밥한그릇 먹고 걸어가라고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 라며 작별 인사를 한다
열정을 갖고 사는 사람은 희망만 이야기한다더니 사진처럼 기억에 남을 사람이다.
길에서 날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철로가 지나가는 오십천에 강한 바람이 만든 물결이 일어나고 물억새가 바람에 눕는다
햇살은 거침없이 쏟아지는데 눈을 뜨지못할 정도의 바람이 불어간다.
봄날씨는 변화가 심하니 먼길 걸을때는 호기심과 기대감에다 마음의 준비까지 더해야 한다.
한재를 넘어 삼척시내로 들어왔지만 번개시장은 찾지 못하고 오십천이 먼저 반긴다
오십천은 하천의 곡류가 매우 심하여 하천의 하류에서 상류까지 가려면 물을 오십번 정도 건너야 한다는 데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오십천이 흐르는 강변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죽서루는 관동8경의 하나이며 조선 선조때 정치적 혼란기때 서인의 거두인 송강 정철이 죽서루를 방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죽서교를 건너며서도 지척거리의 죽서루를 방문하지 못하였다
죽서교아래 오십천 얕은 자갈밭으로 황어떼가 몰려들어 파문을 일으킨다.
잘 보이진 않지만 바람 탓이 아니고 황어탓이다
가파른 물길과 험난한 지형도 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하여 회유하는 황어를 막을 수 없다.
오십천변에 조성된 장미공원은 세계 최고 많은 장미를 가진 공원이라고 한다
수백만송이 장미가 종류별로 어우러져 삼척시민 최고의 여가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1년 태풍때 오십천이 범람하여 장미공원은 흔적도 없이 물속에 잠겼다고 하는 소식이 전해진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구비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걸어서 목욕탕도 이용할 수 있어 오늘 저녁 차박은 여기서 하기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뱃사람들의 애환과 가난을 상징하는 나릿골은 동네 집들의 원형과 생활상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붕을 빨간색으로 칠하고 담장을 흰색으로 꾸미는 등의 노력으로 마치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감성마을로 변화시켰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할머니의 부엌"이라는 식당이 있어 입맛에 딱맛는 가자미 무침과 문어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삼척항 인근에 활어센타가 있어 싱싱한 회를 싼값으로 맛볼 수 있다.
부산과 달리 횟감외 초장 등은 별도로 구매하여야 한다
삼척항을 벗어나 다시 바다와 만난다. 어딘가에 안주할 수 없는 물결이 만들어낸 갯바위가 버티고 있다
새천년해안도로변가 시작되는 기점이기도 하다.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화장실과 넓은 주차장이 있어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삼척 해변 갯바위로 쉬임없이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비치조각공원에서 삼척 해변까지 약 4km의 해변 데크길 " 새천년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삼척 장미공원에서 차박후 이른 시간에 출발한 탓인지 바다는 거센 파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며 평화롭다.
햇살 그림자가 아직 갯바위를 뒤덮지 않은 걸 보니 걸어야 할 길은 아직 넉넉하다
와..이것봐라...
갯바위와 떨어진 작은 바위섬에 사다리를 연결하여 건너간 낚시꾼. 아래로 떨어질 것 처럼 위태롭게 걸려있는데 무심한 낚시꾼은 잡념을 떨쳐버릴려는지 높은 파도와 대어를 사이에 두고 한판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후진해변 바위에 부딫히는 파도가 길을 넘는다.
자신을 오직 파도에 맡긴채 세상밖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갯바위가 도도하게 서있다
삼척시가 해맞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조성한 해안데크길의 정식 명칭 "새천년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해안도로에서면 아름다운 해변과 기암괴석 그리고 명품 일출을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새천년해안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모래가 부드럽고 깨끗하여 사람을 붙잡는 삼척해수욕장이 있다
넘실대는 파도의 유혹에 못이겨 데크길을 내려서면 바다가 먼저 성큼성큼 다가온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삼척해변 만큼은 아무리 긴세월 흘러도 그자리 그대로 영원할 것 같다
왜 모르고 살았을까.이토록 깨끗하고 순박한 해변을 ..애써 외면한 탓일까. 머무르고 싶도록 평화롭고 풍경은 따뜻하다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해변에 설치된 흔들의자에 배낭을 벗어놓고 풍경을 음미하듯 커피를 마신다
커피한잔이면 해변은 모두 내것이 된다. 화려함은 없어도 한참동안 풍경에 취해 바다를 바라보다
시적(詩的)인 횟집 상호가 눈길을 끈다. 바다와 함께하고 고기와 담소를 나눈다...
백사장과 푸른 바다, 하얀 거품을 품고 있는 해안 언덕,,삼척해변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동해안은 걸음걸음마다 비경이지만 삼척해변은 더욱 그렇다
넘치는 사랑만큼씩 담아 흔들의자에 놓고 바다를 품는다
I ♡ SAMCHEOK. 가끔씩은 인간이 만든 조형물이 더욱 운치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삼척해변은 아름답다.
삼척해변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아름답다. 자꾸만 쉬어가라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삼척해변을 떠난다. 멀리서 바라볼 때 아름다운 건축물이 보이더니 솔비치리조트이다.
해변끝에 리조트를 감고 돌아 언덕을 오르면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 추암이다.
솔비치리조트 아래 동해바다. 이곳을 경계로 삼척길은 동해시 북평길에 바톤을 넘긴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 가슴 설레는 풍경이다. 추암..인간이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멋진 풍경으로 서있다
추암해변의 모든 것들을 모아놓고 물어보고 싶다. 누가 주인이냐고
내 기억의 저장고에는 저런 풍경은 없었다. 배낭의 무게로 숙여진 허리를 곧추 세우고 한사코 쳐다본다.
눈어림으로 봐도 수십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 생선..대가리가 없어 뭔지 모를 생선이 줄 빈칸을 메우고 매달려 있다
시린 바람타고 거센파도가 비에 젖은 듯한 모래사장위로, 추암해변으로 밀려들고 있다
파도 밀려간 자리에 다시 파도가 밀려든다. 오늘 여정은 추암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아침 일찍 장미공원을 떠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한 아름다움은 보는 것은 다시 하기 어렵다. 특별함을 되풀이 할 수 있는게 그리 흔한가
그 특별함은 곧 추암해변과 석림과 추암 촛대바위이다
해파랑길안내도와 인증대는 그 위치가 서로 다르다
안내도는 추암가는 데크길위에 있으며 인증대는 추암역앞에 있으나 자칫 지나치기 쉽다
깍아 지른 절벽과 추암 석림(石林)을 만나기 위하여 민가를 뒤로하고 언덕을 넘어서야 한다
이런 풍경을 만나는 것, 고단한 일상에서 묻어 나오는 소소한 행복아닌가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으면 세상이 달라질까. 이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추암해변이 남한산성으로 부터 정동(正東)방향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표지석.
정동진이 경복궁 광화문으로부터 정동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정동진과 유사하며 국토지리원에서 인정한 이름이다
바다에 부러 꽂아놓은 듯 뾰족하게 솟아 있는 촛대바위는 뛰어난 경승으로 사시사철 어느 때나 기막힌 장면을 연출한다
석림사이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장엄한 바위 군(群)이 먼저 반겨준다.
아무리 솜씨좋은 조각가인들 결코 연출할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아닌가
동해시 북평 추암 촛대바위는 수중의 기암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하고 절묘한 형태의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솟아오른 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
예송논쟁으로 유명한 우암 송시열도 이곳을 둘러보고는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촛대바위, 형제바위의 일출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도 나온 곳이다.
좋다..! 멋지다! 아름답다!
추암 촛대바위길을 내려서면 촛대바위보다 더 가슴 뛰게 하는 풍경을 만난다.
하늘과 숲과 구름다리 , 그리고 그 아래 동해바다의 넘실대는 파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어떤 길도 흉내낼 수 없다.
같은 자리에 서있어도 다른 느낌을 준다
어떤 형상인지 알 수없다. 눈으로 바위의 외관을 더듬다 다시 돌아다 본다. 곡선으로 흐르다 날카롭게 깎이고 ...
촛대바위와 주변 기암괴석군을 둘러싼 바다는 수시로 그 모습을 바꾼다. 아침 햇살에 검은 색으로 분장한 바위들이 파도가 만들어 낸 흰거품과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곳 일출은 워낙 유명해 많은 여행객들과 사진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하다. .
주변을 호위하듯 바위 무리가 둘러싼다.
말문이 막힌다는 표현은 이때 써야 한다.
보라! 절묘하지만 신비로운 바위들을..
바위에 부딫히는 파도소릴 따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린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물들이다. 아니 추암에서 건져올린 보물이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위에 서면...가슴이 벅차 눈물이 나올 것 같은 풍경이 뒤따라 온다.
보고, 또 보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경이 아닌가
환상적 풍경에 취해 보고 또 보고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먼훗날 한번쯤 마음 깊은 곳에서 추억 한웅큼 꺼집어 내게 하지 않을까.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와 은빛 모래사장, 짙푸른 하늘을 유유히 날아가는 갈매기, 바닥까지 훤히 보여주는 비취색 바다, 굽이치는 파도가 해변으로 다가오면 파도가 시선을 빼앗는 곳, 삼척과 동해시 북평이 보여주는 관동별곡이다.
김홍도의 능파대 그림으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어느곳 하나도 소홀히 지나갈 수 없는 곳
신의 조각앞에서 물거품을 만들어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수억년을 버텨온 추암의 바위들.
저마다 다른 높이 다른 모양으로도 한데 어울려 만들어 놓은 걸작품을 만나는 기쁨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 해파랑길 32코스 정보
- 맹방해변은 차박하기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나 추암은 사람의 왕래가 많아 추천하고 싶지
않음
- 코스 중간에 편의점이나 식당과 화장실 등이 잘 되어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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