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3코스는 동해 북평의 ‘추암해변’에서부터 ‘묵호역’까지 전전천과 한섬해변, 하평해변 등 내륙과 해안을 따라 걷는 순수 평지 13.6km의 코스이다.
고향의 강을 닮은 전전천과 해안절벽, 바위섬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걷는 이 길은 추암해변의 걸출한 풍경을 보고 난 이후의 코스이기때문에 자칫 실망할 수도 있지만 해파랑길은 그러한 방심을 금방 불식시켜버린다.
북평을 가로지르는 전전천의 맑은 물과 강변에 도열하듯 서있는 미루나무들, ‘도경리역’과 ‘묵호역’ 사이에 있는 ‘동해역’은 향수를 자극한다.
이어 나타나는 한섬해변, 작은 야산으로 이어지는 하평해변이 다가오고 여기서 묵호항을 바라보며 조금 더 걷다보면 ‘묵호역’을 끝으로 오늘 코스가 마무리 된다.
그러나 묵호항 역에는 휴식 공간이 없어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까지 걷기로 한다. 오늘 25일차.
동해시는 1980년에 당시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을 통합하여 신설한 도시이기 때문에 여기서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다음백과사전과 동해시 관광 참조)
서쪽에는 무릉계곡을 비롯해 두타산·청옥산 등이 있고, 동쪽 해안에는 망상해수욕장·어달해수욕장 등이 있어 관광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무릉계곡은 한국 자연100선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경치가 띄어나 소금강으로 불린다.
동쪽 해안에는 얕은 수심과 깨끗한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망상해수욕장과 가자미 낚시로 유명한 어달항, 그리고 촛대바위를 비롯한 많은 기암괴석들이 바위숲을 이루고 있는 추암해수욕장이 있다.
산과 바다, 계곡과 동굴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따뜻한 인심으로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 하겠다
하평해변으로 작은 파도가 밀려온다. 물고기가 빠져나간 썰물의 바다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지난 간 풍경은 가슴에다 남겨두고 앞에 남아 있는 길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231.9km 남았다.
정말 내 두다리만으로 여기까지 걸어 온 것일까.
때로 포기를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잠시뿐 포기에 매몰되지 않고 걸어온 내가 대견스럽다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은 30km와 나머지 12.195km 두번뛰는 것이라고 한다
30km를 넘어서면 포기를 생각하게 되고 그 포기를 띄어넘는 자만이 나머지 거리를 뛸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포기가 아닌 휴식이다.
추암을 지나 국가 기간산업을 이유로 만든 철조망이 길을 방해하는 낮은 야산을 꾸불꾸불 돌아나간다
왜 철조망이 그곳에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겠지.
북평항 작은 야산을 내려서면 호해정이다.
예전에는 호해정에서 전전천과 해변을 볼 수 있었지만 북평항이 생기면서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간 것들은 얼마나 있을까.
북평항 시멘트공장앞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어르신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도다리한마리가 어망에 담겨있다.
고기를 잡는 건 뭐 그리 중요한게 아니라는 듯 노인은 "예전에는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동해역 가는 길에 봄이 활짝 피었다. 흰민들레도 한몫 거든다.
노란 서양민들레에 치여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며 살고있는 흰민들레 그 자체가 진귀한 구경거리이자 축복이다.
이런 풍경은 챙겨주지 않아도 선물이 된다.
하늘 키높이로 서있는 미루나무는 매미가 울고 조각구름이 꼭대기에 걸려있는 고향의 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디 그뿐인가. 미루나무는 고향 강변과 함께 했던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동해시 로고 "동트는 동해"
대부분의 도시가 영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동해시는 동트는 동해이다. 바로 그 동해에 해파랑길이 있다
동해시를 관통하는 해파랑길은 해물금길이다.
해물금길은 해 뜨는 수평선을 의미하며 동해시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길로서 어달해변과 천곡, 송정을 거쳐 북평을 잇는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바라 보면 정말 아름답다.
깨끗함과 투명함, 선물은 주고 받는 것이다
전전천이 풍경을 주었으니 나는 칭찬해주고 자세히 바라보는 것으로 보답한다.
전전천 강물위로 바람이 분다. 잔물결이 일어나고 물속의 고기들도 돌틈으로 숨어들더니 이내 물밖으로 헤엄쳐 나온다. 나는 전전천 징검다리에 쪼그리고 앉아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바라보다 ...그 느낌
참 아름답고 예쁘다. 아름다운 원이다
지금보다 훨씬 느린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기차역에 대한 향수가 있다
KTX 달리는 철도를 보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없듯 다양한 형태의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알 수없는 일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멈춘듯 하다. 해파랑길 내내 다수의 전시관이나 유물관, 박물관 등이 폐쇄되어 아쉬움이 많았다.
동해시의 버스마저도 일부노선이 단축된다는 공고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기차역에서 기차역으로 다시 이어져 코로나가 불러온 오해와 갈등으로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통로가 되었으면
동해역을 지나 차도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길이 끝나면 한섬해변이다
몸을 가볍게 할 준비를 마쳤는지 산책로에는 봄의 초록색이 초록 초록 살아나고 있다
한섬 가는 길은 홍가시, 소사나무, 소나무, 부드러운 흙길과 아직 채 잎을 피우지 못한 메타스퀘어로 서로 혼잡스럽다
붉고 화려한 홍가시 나무보다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사나무가 더 의젖하고 당당하다
길뒤에 숨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길로 남아 있지 않을까.
담장너머 저쪽에는 바다가 있겠지. 이길이 끝나면 한섬해변이 있겠지
이런 길은 거의 20여분이나 계속된다.
작지만 예쁘고 소박하지만 기암이 아름다운 해변이다. 한여름에도 한산하여 수영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젋은연인이 바다가 주는 파도의 추억을 만들어가기 딱 좋은 한섬해변이다.
몸이 더워져 싱그러운 숲속으로 급히 들어간다. 인적없는 관해정에서 쉬어 갈까.
비탈 아래 동해의 파도구경이나 할까
하루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 하평해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인적없는 해변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든다.
대부분 낚시꾼들이다. 그들은 고기를 잡으러 왔겠지만 사실 낚시는 놀라운 놀잇감이라 할 수 있다
하루를 만드는 일이 그리 쉬울까만은 나름대로 모두 고된 일도 마다않고 시련과 위험을 감수하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묵호역이 가까워졌다
통일전망대까지 여전히 231.9km..오늘 하루 종일 걸었는데, 며칠전부터 남은 거리가 같다.
무성한 풀로 기둥이 뒤덮인 안내도는 단단하고 야무지다. 그럼에도 가만히 읽어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231km라니........
작은 협곡을 연상하게 하는 바위틈으로 파도가 갯바위 기슭을 거칠게 두드린다
왼쪽 꾼은 경사진 바위(자세히 보면 바위가 갈라져 위험해보이지만...)위에서 낚시에 몰두하고 있다.
발아래는 수십m 절벽, 해안을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목숨을 건 고기와의 한판 싸움이다
하평해변으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툭 트인 바닷가 데크길위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바라보는 여유, 해파랑길 길손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순간에 있다(영화 "조르바"에서)
묵호역을 지나 묵호항여객선터미널까지 왔다. 이곳에서 울릉도 가는 여객선이 뜬다. 터미널에는 사람그림자 조차 없다. 북평의 전전천과 파도를 온몸으로 다 받아주는 기암괴석의 갯바위들, 언덕배기에 낮게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여러 얼굴의 해변..오늘 해물금길에서 만난 기쁨과 행복의 풍경들이다. 오늘 길은 다 걸었다. 바람부는 터미널 주차장에 앉아 해파랑길 25일차를 마무리하며 3차 원정을 마친다.
오늘 저녁은 집에서 평안을 만날 것..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오세영 바닷가에서..인용
★ 해파랑길 33코스 정보
- 추암해변 끝 역사 앞에 주차장과 화장실 있으며 주변에 식당과 편의점 다수 있으나 차박은 원활하지 않으며
- 코스가 짧고 길이 평탄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바닷길보다 주로 내륙으로 연결된 코스이기때문에 북평을 제외하면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음
- 묵호항터미널 주차장은 넓고 화장실이 잘 완비되어 차박 가능하되 주변 상인들의 눈치를 봐야할 경우도 있음
- 또한 묵호터미널은 주변 식당 등 편의시설이 많은 지역으로 인근에 맛있는 물회와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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