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9코스는 삼척호산공용정류장을 출발, 임원항을 거쳐 검봉산 자연휴양림 인근을 지나 용화레일바이크 정류장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내륙산길 18.3km의 코스이다.
그러나 검봉산 인근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쉬어가는 코스가 되어 주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하루인가.
어제까지 불어오던 강한 바람도 멈추고 전형적인 봄날씨에 기온조차 따뜻하다. 바람도 오고 가는거랬지..
날씨와 자연은 하늘이 만들고 길은 사람이 만든다. 길이 있는 곳이면 사람이 오고 간다. 작은 지명하나에도 길을 오고 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늘 내가 걸어간 이길을 따라 뭇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느니" 이양연의 시에서도 길은 언제나 뭇사람들이 오고 갔음을 알려준다
삼척 검봉산 자연휴양림을 넘어 용화까지 이어지는,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걸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와 이야기가 숨어 있는 해파랑길 29코스를 따라가보자
삼척 호산 인근은 차박장소를 구할 수 없어 울진 봉평해변에서의 2번째 차박끝에 맞이한 봉평해변 일출
어쩌다가 다시 오게되었는지 야속한 날씨를 탓했지만 뜻밖에 맞이한 일출은 선물같기만 하다
방파제를 넘어오던 파도와 차를 뒤흔들던 강한 바람에 버거워했던 지난 밤의 기억에서 벗어나 "일출"이라는 "위안"을 안겨주었다
다시 찾은 호산리에 적막감이 돈다. 버스정류장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 호산읍으로 이동한다
날씨 덕분인지 발걸음이 한결 수월하다.
호산읍과 공사중인 다리아래를 지나 길을 산으로 인도하는가 싶더니 호산읍과 임원을 연결하는 도로와 다시 만난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길이 계속된다.
차도 아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임원가는 버스 24번 배차간격 3시간.
삼척의 초록빛 산과 바다, 그리고 평화가 넘치는 길을 만날 수 있는데 버스를 탈 일이 전혀 없겠지만....
기다릴때는 죽어도 오지 않던 임원가는 버스를 운좋게(?) 만났다.
비화항은 자연산 돌김생산지라고 한다. 맛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지만 길이 주는 풍경이 대신 보상한다
평화로운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찻길에 서서 길이상의 의미를 가진 해파랑길에 감사한다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희망을 가져다 주는 풍경에도 감사한다
강릉 헌화로와 임원항에는 허황후의 향기가 살아 숨쉰다. 다리를 건너면 임원항으로 이어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곳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움직이는 차량조차 없다
다 어디로 갔을까.
적막이 흐르는 임원항과 달리 빨간등대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물나도록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낭만가도는 삼척에서 동해와 강릉, 양양과 속초를 지나 고성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동해안 여행자길로 소개하고 있다. 길이만 약 200km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거리이자 뻔질나게 다닐 수도 없는 길이지만 동해안 해안절경을 품고있는 길임은 분명하다.
해파랑길은 낭만가도와 같은 길이다. 따라가기만 해도 낭만가도와 해파랑길을 다 걷는 셈이 된다
임원항을 벗어나면 푸른 잔디와 형형색색의 교정이 잘 어울리는 임원초등학교를 만난다.
1934년 개교한 임원 초등학교.
명태잡이로 번영을 누렸을 때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던 사람들은 아직도 임원의 화려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임원읍을 벗어나 검봉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에는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구입한 맥주 한캔을 개울가 벤치에 앉아 홀짝 홀짝 마신다.
차를 타고 가면 결코 만날 수없는 풍경과 대낮에 마시는 맥주의 오묘한 맛,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맛!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물레방아는 검봉산에서 내려오는 임원천의 물길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물레방아로 인하여 풍요로웠을 들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전에 물레방아를 복원해보는 건 어떨까
검봉산 자연휴양림 1km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길을 버리고 계곡을 따라 용화방향으로 길을 다시 잡는다
용화역까지는 소나무와 맑은 물이 흐르는 외길이니 무조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날씨는 온화하고 바람조차 없는 봄날, 잊어버릴 길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을 길도 없으니 오늘은 댕큐다
검봉산 맑은 계곡에 발을 씻고 너른 바위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모처럼 맞은 봄날의 계곡, 잔잔한 계곡물에 봄이 선물하는 연초록빛이 담겨있다
계곡이 끝나는 끝자락에 서서 바라보는 끝없는 동해바다, 참으로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
틀림없이 나를 위한 자연의 배려이다
바다와 산과 공원이 함께하는 해파랑길 29코스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강원도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길은 지금 현재는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머지않아 옛 길의 원형을 복원하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잠시 멈추었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신남항 인근에 위치한 해신당공원과 남근조각상 이야기는 다음의 운영규정상 옮길 수 없어 일부 만을 게제한다.
동해안 유일의 남근숭배민속(男根崇拜民俗)이 전해 내려오는 해신당 공원에는 어촌민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어촌민속전시관,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남근조각공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삼척 관광안내 참조)고 하니 잠시 짬을 내어 둘러보기를 권한다
★ 해파랑길 29코스 정보
- 강원도의 첫번째 만나는 코스로 원덕읍과 근덕면을 잇는 길임
- 식수는 호산시외버스정류장 또는 임원항 하나로마트에서 구입 가능하나 식당은 코스를 벗어나 임원항 안쪽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음
- 호산정류장과 용화레일바이크역은 화장실과 주차장 완비되어 있으나 차박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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