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28코스(덕구온천 입구 부구리~삼척호산버스정류장)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SM 코둘4500 2022. 4.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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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8코스는 울진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부구리에서 출발하여 나곡리 해변과 도화동산과 경북의 경계를 넘어 강원도 삼척 호산공용 정류장까지 이어지는 약 11km의 비교적 수월한 코스이다.
내륙 코스가 대부분이긴 하나 나곡해변의 거친 풍경과 경상도 울진 경계를 넘어 강원도 삼척으로 걸어가는 코스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직장생활 내내 단 한번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본 기억이 없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자유조차 없었다
내가가진 능력과 사회적위치, 인간관계와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금새 포기하게 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하고 싶어하던 때가 있었다.
푸른하늘과 바다와 맑고 투명한 강물과 초록의 산을 헤메고 다녔던 것도 아마 그런 희망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해파랑길이라는 "좋아하는 일"을 만날 수 있었고 비록 내 나라땅 일부이지만 동해안을 걸어서"좋아하는 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770km의 긴 경계를 넘나드는 해파랑길 28코스를 향해 출발해보자

나곡리 해변으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강한 바람이 발목을 잡는다.
강한 바람은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것도 모자라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울진원자력 발전소.

탈원전과 재가동 정책, 후손에게 잠시 빌려온 이땅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원전 피난민이라도 생긴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장터길에서

강한 바람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밀려난다.

차박용 차창밖은 어둠과 부딪히는 빗물뿐, 세찬 바람이 아침까지 이어지며 차량을 흔들던 어제 저녁 봉평해변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다행스럽게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미치도록 불어대는 바람을 어떻게 할까


나곡리 바다

하늘은 바다보다 더 푸르고 맑은데, 바다는 거침없이 바위로 밀려든다.
파도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뢰소리와 같다. 사나운 맹수처럼, 강렬한 천둥처럼...
바람은 힘들어도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하얀 포말, 하얀 백사장이 그려내는 풍경만큼은 멋지다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하다.

봄이 왔음에도 나곡바다는 염샘식물 초록의 싹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나곡리 해변 데크길로 오르기 전 협곡같은 웅장한 바위가 바람을 막아준 덕분에 잠시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진다.


산더미같은 파도가 발아래까지 다가와 덮칠까 두렵다. 바다의 변화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 한 것..
지치지 말자..오늘은 지치지 말고 걸어가보자.


나곡리 해변으로 거대한 파도가 몰아친다

닿을 수 없는 먼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바다를 움직이고 바다는 기꺼이 흰포말을 해안 갯바위까지 밀어올린다.
데크길에 앉아 감상하기에는 강한 바람..엄청난 파도, 바람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포말이 너무 사나워 발걸음이 절로 더뎌진다


태실이란 왕실에서 태어난 자손의 태를 묻은 장소를 말하는데 광해군 왕녀의 태를 묻은 태실이 삼척가는 길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왕의 시호를 얻지 못한 조선의 왕 광해군. 그의 자손인들 편안한 삶을 살았을까


해변길을 버리고 이제 강원도를 향하여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석호교 다리를 건너면 길은 나곡리 마을을 지나 삼척가는 고갯길 차도로 접어든다.
성글게 자란 나무사이로 동해바다의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2000년 4월 산불을 진화하고 그 장소에 도화동산을 조성한 뜻을 새기고 있지만 2022년 4월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예전 산불의 기억을 품고 있는 도화동산이 다 타고 말았다고 한다
실화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지만 이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야기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슬프고 가슴아픈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도화공원을 넘어서면 "강원도 한국관광의 1번지"표지판이 손짓한다.
바람에 밀려 강원도로 가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나보다


삼척자유수호의 탑

강원도와 만나는 첫인상은 바람이다.
삼척과 강원도 최북단 고성을 잇는 낭만가도의 시작점에서 바람때문에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바람도 가고 오는 것.
내일이면 바람은 가고 따스한 봄날이 다시 돌아올 것을 굳게 믿는다


삼척 월천 넘어가는 갈령재에 "국시댕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옛 사람이 넘나들던 고갯길에는 이런 서낭당하나쯤 꼭 있었는데 서낭당은 보이지 않고 흔적만 남았다


갈령재 고갯길 장승은 귀가 없고 눈이 크다. 귀가 없으면 소리를 듣지 못한다.
듣지 못하면 말할 수 없기에 월천가는 길을 머리와 가슴에 검은색 화살표로 표시해놓았다


갈령재 중턱에 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니 강원도 산의 지맥들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시선을 아래로 두면 지난 겨울 떨어진 낙엽이 뒹굴고 있지만 돌아보면 풍경은 달라진다


월천 가는 길은 미끄럽고 가팔라도 나무마다 연초록잎을 매달고 있는 걸 보니 이곳에도 봄의 전령이 도달했나보다.
떡갈나무 잎을 보라 . 자연이 주는 선물이 얼마나 크고 반가운지.


월천리 마을 보호수

낮선 풍경이지만 보면 바로 사랑할 것 같은 풍경이 있다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건 아닐까. 월천마을이 그런생각을 들게 한다


사람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가곡천은 고향의 강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곳을 찾아 다니는 것, 고향에 대한 그리움때문 아닐까


황어가 얕은 자갈받에서 산란을 준비하고 있다

가곡천은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도 4월이면 이렇게 얕은 자갈밭에서 황어는 산란을 하고 바다로 돌아간다


삼척 원덕읍 호산리 호산공용버스 정류장 앞 해파랑길 29코스 안내도와 인증대

울진을 넘어 삼척까지 이어지는 길은 몸이 날아갈 듯한 강한 바람때문에 힘들고 무기력한 여행이 되었다.
그러나 걷기가 좋아서 길위로 나섯기에 늘 같은 리듬의 날씨를 기대할 수 없지.
때로는 비껴 갈때도 있는 법. 장애 없는 세상이 어디있는가
대신 바다와 숲과 나무와 연초록의 잎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행운을 만나지 않았는가.
날씨가 만들어내는 길을 향해 가슴을 열어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져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해파랑길은 이제 29코스로 이어진다.

★ 해파랑길 28코스 정보
- 길 중간에 매점이 없으므로 식수등은 미리 준비
- 최근 울진~삼척간 산불로 인해 코스에 낙석과 노면 붕괴등이 우려된다고 하니 사전에 확인 필요
- 대중교통 이용하실 분은 삼척 호산과 울진 부구리간 버스 하루 1회 운행한다고 하니 배차 시간 확인
- 호산버스 정류장 내 주차장과 화장실 완비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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