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6코스는 울진 엑스포공원 앞 수산교를 출발하여 양정항과 봉평해변을 경유, 죽변항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13km의 비교적 순탄한 길이다
울진 엑스포공원 방둑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은어다리가 나타나고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데크길에 서면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산간 작은 마을이 나타나는가 싶으면 이내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바다가 사라지면 다시 오지마을이 시선을 붙잡는 시간이 이어진다
해변에는 산더미같은 파도가 자지러질 듯하고 오락가락하는 비속에서도 한구비 넘어가면 다시 한구비 계속되는 길이 봉평해변까지 이어진다.
현란하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바다 풍경이 없었더라면 죽변까지 갈 수 조차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 갈 수없는 길 이제 26코스를 따라가본다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망양해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송림에 둘러쌓인 언덕아래로 망양정해변이 있고 왕피천이 바다로 흘러간다.
조선 당쟁의 대명사 정철도 이곳을 들러 풍광을 즐겼다고 한다.
수산교를 건너 공원안으로 길은 시작된다.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둘러쌓인 공원을 외면할 수 없다
길은 숲으로 인도하지 않고 숲 위쪽에 위치한 제방으로 안내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제방은 봄바람길이다. 적당한 그늘과 불어가는 봄바람..밖은 강풍으로 서있기 조차 힘든데도 이곳은 봄의 시샘으로 부터 벗어난 평화 그 자체이다
바다가 감동을 주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울진시내를 가로지르는 남대천위로 은어다리가 지나고 있다 .
"은어다리"는 시민 공모에 의해 작명되었다고 하는데 남대천과 동해바다를 잘 조화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까이 보았을 때 예쁜것이 있고 멀리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 있다.
은어다리는 멀리서 보았을 때 아름답다. 일률적 눈으로 재단할 수 없지만 은어다리는 그렇다
은어다리 하늘위로 검은 구름이 뛰따라 오고 은어다리 공간으로 한마리 새가 날아들고 있다.
구름은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고를 반복하는데 들릴듯 말듯 새의 지저귐에 몸을 돌려 뒤돌아본다.
강물과 봄이 선물하는 연두빛 이파리, 자연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는 또 다른 거울이다. 나무가 주는 기운이 느껴진다
울진시내를 가로지르는 남대천위로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은어 비늘같은 파문이 일어난다
나태주님의 말마따나 작고 하찮게 보이는 모든 것들도 자세히 보면 예쁘고 아름답다
코리아둘레길 따라가기 기능이 연호공원에서 길을 잃었다.
아무리 찾아도 길을 찾을 수 없다. 다시 되돌아와 탐색끝에 겨우찾은 연호공원은 공사중
담장이 가로막혔으니 못찾는게 당연하다. 우리 사는 세상도 앞만보고 끝없이 나아가기만 할때 종종 길을 잃고 헤메인다
연호공원을 벗어나 언덕을 오르니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든 바람이 불어온다.
대나리 바다에 꽃잎같은 물결이 일어난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먼 바다에는 하늘과 맟닿은 수평선만 보일 뿐..
세찬 바람앞에 서성거리기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그것은 걷는 것이다
바람은 점점 거세어지고, 물결은 갯바위로 거침없이 달려들고, 바다에는 흰 포말이 수천송이 꽃잎을 만들어 낸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으로 숨쉬기조차 힘들다.
걷는 것도 고행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기쁨도 얻어진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속에서도 나는 터벅터벅 무념무상으로 길을 걷는다
나를 인도하는 그 무엇 조차 없지만 반복하듯 걸음을 옮기고 생각을 비운다
멀리 죽변항이 낮은 구름아래 시야에 들어온다
온양리 민박집에 적막이 흐른다. 코로나로 인하여 함부로 돌아가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듯...
거친 파도가 해변을 덮친다. 어지러히 널린 발자욱이 깜짝 놀라 뒷걸음을 친다
가슴이 터질일도 없는데 온양리 바다는 제멋대로 춤추고 노여움으로 가득찬 듯 하다
다행스럽게 비는 그쳤고 파도치는 데크 난간에 기대어 식어버린 커피한잔을 마시며 춤추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이름조차 특이한 골장항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골장의 뜻을 뒤로하고 골장항 위에 서서 뒤를 돌아다 본다.
원시적 생명력으로 반짝이는 바다, 미지의 시간과 공간을 따라 걸었던 오늘 길 그 끝이 보이고 있다.
골장항을 지나 죽변항 도착 전 1km 지점에 해파랑길 26코스 종점 및 27코스 안내판과 인증대가 있다.
아무생각없이 파도소리 따라서 길만 걸었다.
모진 날씨를 탓하랴. 바닷길은 변화가 많다. 예상못한 일도 아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 길이 없듯이, 바닷길 또한 변화무쌍하며 날마다 이야기를 뱉어 내어 스스로를 표현한다.
어느날 선물처럼 다가온 해파랑길은 때로는 평화롭고 아름답게, 때로는 거칠고 오만하게 내게 이야기한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내게로 다가올까.
오늘 21일차, 울진 봉평리 해변에 자리를 잡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봉평해변은 깨끗한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어 차박하기 적당한 장소로 추천
또한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편의점 등이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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