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4코스는 울진군 후포항을 출발하여 월송정과 구산해변을 경유하여 기성면까지 이어지는 18.2km의 순수 해안길이다.
망망대해가 아득한 수평선,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 바닷길, 해송으로 뒤덮힌 울창한 소나무숲과 고운모래가 일품인 해변을 지나가는 명품코스이기도 하다
흰 모래사장과 우거진 소나무 숲,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조망, 해돋이 풍경 등 바다와 산의 경관이 잘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이 사람을 반긴다.
특히, 월송정 소나무 숲길은 왜 오랜세월 변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시인 묵객들의 문학적 대상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오늘은 아주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욕심을 내려놓고 걸어보자. 오늘 20일차
(23코스를 이어 24코스까지 걸어가시는 분들은 고래불해수욕장에 주차하면 된다)
관동팔경 중 제 8경인 울진 월송정.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에 있는 누정이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었으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낡고 무너진 것을 1980년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본떠 다시 세웠다고 한다.
월송정이라는 이름은 신라 때 네 명의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는 이야기와 월국에서 송묘를 가져다가 심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하며 망양정과 함께 동해안의 손꼽히는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다.
길은 등기산 등대공원으로 향하지만 후포항 인증대 앞 식당가를 가로질러 좁은 골목을 바라고 가야 길을 잃지 않는다
등기산 입구는 길이 세갈레길이니 주의깊게 살피며 걷는다. 배고프면 후포항 삼거리에 밀집한 식당을 이용해도 좋다.
(해파랑길 24코스에는 생수를 살 수 있는 편의점 등이 없으니 후포에서 미리 준비하실 것)
1997년 가난한 어촌마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장소. 빨간지붕 집이 그들이 드라마에서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최불암, 차인표, 박상원, 송승헌과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 등 역대급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IMF 당시 모두가 힘들었던 때 가족의 소중함을 드라마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히트를 쳤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OST로 사용되었던 "Byond The Blue Horison"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던 명곡으로 알려져 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사이 촬영장소 계단끝에는 도토리집(까페)이 있다.
바깥 외벽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휘트니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음악이 흘러나온다
거대한 느티나무 두그루가 공원을 지키고 있는 등기산 공원을 올라서면 이제 막 잎을 피우기 시작한 나무들과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작은 등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너머 동해바다. 늘 가까이 있는 바다지만 몇번이고 다시 쳐다보고 또 자세히 들여다본다. 고맙고 반갑다.
코로나로 인하여 영문도 모른채 먼길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등기산스카이워크 또한 코로나로 폐장되었으나 최근 다시 재개장하였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길은 흐름이 가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된다. 억지로 막으면 그 길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
아쉬운 발길을 돌려 정자에서 다리쉼을 하고 길을 내려선다
후포리 해변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전망대에서 오는 길에 지나쳤던 풍경을 길에서 다시 만난다
바다 한가운데로 뻗어 있는 다리는 낚시 공원이다.
울진은 낚시의 천국이다. 해상 낚시공원을 조성하고 갯바위를 안내하는 등의 노력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거일리 해변으로 작은 파도가 소리없이 밀려든다. 마치 풍경속으로 들어온듯 해변이 아름답다
대게 다리가 4개밖에 없다. 원래 10개였지만 나머지 다리는 어디로 갔을까
바다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내어준다.
평범한 바다같지만 울진바다는 풍요롭다.
낚시꾼들은 거세파도에도 아랑곳않고 파도와 맞서며 대어와의 한판싸움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직산리 바다위로 따스한 햇살이 부서져 내리더니 갑자기 날씨가 변하고 바다를 사납게 한다,
도로 경계턱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한 후 해변으로 내려서서 다시 길을 걷는다.
잠시 앉아 쉬는 것 만으로 정취가 너무좋아 이곳이 울진바다임을 잠시동안 잊었다.
직산리 바다해변으로 몰아치는 거센 파도가 청정한 기운을 내뿜어 온몸을 감싸 힘들고 지친 몸을 치유한다.
바다가 주는 놀라운 선물이다
바다는 조용해지기도 하고 때로 거센 괴물이 되어 해변을 덮치기도 한다.
바다는 육지의 먼 산을 보지 않고, 바다는 산위의 흰 구름을 보지 않는다는 어느 시인의 시한구절이 떠오른다
머물고 싶은 만큼 편안한 바다가 길을 따라 이어진다.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4월의 햇살은 바다위로 쏟아지고 갯바위와 모래해변의 조화로운 풍경에 절로 흥겨워진다
멀리 나간다고 큰 고기 잡히나. 맘씨 좋게 생긴 이분은 이곳 해변도로에서 원투낚시로 커다란 감성돔을 낚았다.
고기 보여주시고 사진포즈까지 잡아주신 이름모를 님께 감사드립니다.(블로그에 게시해도 좋다는 본인의 허락을 받아 게시하였음)
후포에서 직산리까지 바닥이 딱딱한 아스팔트 차도가 이어지는데 자연스럽게 몸이 동화되지 못하고 무거워진다
수중 갯바위를 넘어 파도가 직산리 해변으로 밀려들고 있는 이런 풍경이 없었더라면 작은 기쁨조차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왕피천을 가로지르는 월송정교를 넘어 길은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아스팔트 도로가 끝이나고 숲길로 접어드는 왕피천 다리에 서니 강물위에 비친 산그림자가 좋고 무거운 몸이 잠시 활기를 되찾는다
숲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곰솔들이 도열하듯 서 있다.
누군가 사색의 숲이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과연 그런지..바람불면 뽀얀 모래먼지가 날려 솟아오른다
순수한 소나무 숲길에 평해사구 습지 공사가 한창이다.
대형 굴삭기가 쉴새 없이 흙을 퍼올리고 굉음을 울리는데 혼비백산하여 잰 걸음으로 현장을 빠져나오지만 한참동안 소음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사색의 길에서 만난 강력한 적군
환정 송백 태창창 월송정 둘러싼 송백은 울창한데
피갑 인순 세월장 둘러싼 소나무 껍질보니 세월이
오래되었네
호탕 창명 류불진 넓고 푸른 바다는 쉬임없이
떠다니고
범장 무수 대사향 돛단배는 석양에 무수하게 떠
있네
울진 평해읍에 있는 월송정은 바닷가에 있지만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초록의 풀밭을 넘어 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그곳에 하나의 바다 " 동해" 가 누정과 하나되는 자연으로 펼쳐진다
다시 솔향 가득한 소나무 숲길을 걸어간다. 숲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며 놀라움이다
트랙터가 내 뿜는 뽀얀 먼지가 때마침 부는 바람을 타고 내게로 달려와도 피하지 않고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쉬어간다고 오늘 갈 길을 못가는 건 아닐터, 농부를 바라보는 재미로 잠시 여유를 가지며...
구산교 지나 바다를 앞둔 왕피천으로 눈을 돌리니 모래언덕 너머로 동해바다 다시 나타나 허틀어져 가는 내 마음을 굳게 다잡아 준다
구산해변 무덤가에 솔방울이 무수히 떨어져 있다.
무덤 주인도 구산해변을 바라보며 삶이 끝나는 날 다가올 죽음을 생각했을까.
구산해변은 작지만 조용하고 깨끗하여 해마다 여름이면 아는 사람들만 찾아온다고 한다.
봄날 아침 저녁 일교차가 큰 울진날씨에도 바다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차박을 준비하는 등 다소 부산한 느낌이다.
깨끗한 화장실, 풍부한 물과 싱그러운 바다 잘 정비된 주차장 등 구산해변만큼 차박하기 좋은 장소를 찾기 어렵다
아기자기한 구산항 쉼터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을 어귀에 설치된 독도모형이 우스꽝스럽지만 인공조형물이 때론 사람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호수같은 구산항이 인기척 없는 마을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나만의 생각일까 .
한동안 기성면 해안도로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이어진다.
파도는 거칠어졌다, 잔잔해지기를 반복하며.....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비틀거리며 길을 간다
가끔 지나가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 깜짝 놀라 길 옆으로 몸을 옮긴다.
이정표와 해파랑길 사인이 보이지 않으면 코리아둘레길 따라가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길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울려주니 길을 잘못 든건 아니다.
아름다움이 풍경의 전부는 아니다.
해안선과 바다사이에 우뚝 서있는 이름없는 바위는 아름답지 않아도 마음껏 자유롭다
바닷길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내려서서 걷는 방법이 있다
봉산리 바다에 함께 살아가는 바위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려서야 한다
마주치면 자세히 보게 되고 몇번이고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봉산리 해변에 발자욱을 남겼다.
프랑스 기타리스트 "클라우드 치아리"의 고독한 여유처럼 그의 명곡 "첫발자욱"이 떠오른다.
봉산리 해수욕장. 고운 모래에 파도가 밀려들며 조용히 젖었다 재빠르게 거두어 간다.
바다의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한 법, 언제 변하여 안면을 달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후들어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우박이 떨어지고 파도가 길을 때리는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된다
질서없이 이어진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길은 모두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있다 봉산1리
희고 거친 파도가 해안 갯바위를 향해 줄지어 달려들고 바다는 비명을 지른다.
봉산 1리에서 해안도로가 끝나고 언덕을 오르 내리는 지루한 아스팔트길이 기성면까지 이어진다
울진공항 내려가는 도로변에 피어난 흰민들레. 서양민들레 사이에 외롭게 피어났다.
기성면 소재지 둘레길에 서있는 느티나무 봄이 선물하는 연두색이 소박하지만 아름답다.
한가롭다 못해 정류장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적막감이 도는 기성버스 정류장.
현재 기성공용정류장은 새로 신축중이라고 한다
해파랑길 24코스는 기성버스정류장에서 길이 끝나고 다시 25코스로 이어진다.
굽이 굽이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오후 들어 하늘이 흐려지더니 비가 오락가락하며 바람이 조금씩 강해진다.
월송정, 구산해변 등 정겨운 이름에서 길이 주는 자연을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다.
내가 사랑한 길 그대로 말이다.
미쳐 다 보지 않았던 풍광들, 기꺼이 자연의 초대를 받아 걸었던 오늘 이길은 생명의 길이자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는 정겨운 길이다.
봉산리 해변에 새겨놓은 발자욱을 생각해서라도 오늘 저녁 잠자리에 클라우드 치아리의 첫발자욱 초대하여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굽이 굽이 해변을 돌아왔던 오늘 이 길.
길을 열어 이곳까지 왔으니 25코스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이어지길 바라며..
(기성버스 정류장 인근은 주차장이 없고 식당이 있어도 영업하는 곳이 드물어 구산방향으로 다시 나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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