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2코스는 영덕 축산항을 출발하여 대소산 봉수대와 괴시마을, 그리고 대진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16.5km에 이르는 해파랑길 영덕구간 마지막 코스이자, 동시에 영덕군 블루로드 C코스이기도 하다. 대진항과 고래불해변의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축산항에서 괴시마을까지 산길로 이어지는 다소 지루하며 조금은 힘든 코스이다,
오늘 18일차. 휴식을 주는 길도 있지만, 때로 지루하고 힘든 코스도 있게 마련이다.
오늘 일정이 그렇다.
출발때의 기대에 찬 즐거운 기분, 절경이 주는 위안, 기쁨, 그리고 이어지는 피로감, 끝나는 지점에서의 평화로움이 마치 전원교향곡을 떠올리게 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은 시골의 평화로운 정경과 자연에서 받은 감명을 곡으로 옮긴 음악이다.
각장의 표제를 따로 두고 있는데 제 1악장은 시골에 도착하였을 때의 즐거운 기분을, 제 2악장은 시냇가의 풍경을, 4악장은 비바람, 천둥, 폭풍우를 그리고 마지막 5악장은 폭풍우가 갠 후의 기쁨과 감사를 노래하고 있다.(1979. 베를린 필 레코드)
지나친 생각일까
축산항 하나로 마트 앞 버스정류장과 영덕군 안내도 사이에 숨어있는 인증대는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봄 햇살이 좋은 양지쪽에는 유난히 노란 꽃을 달고 있는 양지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 양지를 좋아하는 양지꽃은 꽃말이 "봄"이라고 한다
남씨 발상지 언덕을 넘어가면 대소산 봉수대 올라가는 길목에 잠시 쉬어가는 정자가 있어 잠시 다리쉼을 한다
여기서 대진항까지는 바다를 만날 수 없는 산길이 계속되므로 잠시 쉬어가는게 좋다.
대소산 봉수대로 연결되는 산길은 지겨울 정도로 많은 나무계단과 마사토길이 이어지지지만 산이 높지 않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이면 봉수대에 도착한다. 소나무 사이로 흐르는 봄내음을 만끽하며 걸어가면 된다
듬성듬성 들어선 소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목은 이색의 길은 외길이다.
괴시마을까지 4km 목은 이색의 길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아마 옛길을 복원한 듯 한데 예전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다
산불로 헐벗은 민둥산 너머로 동해바다가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오르막을 반복하던 길은 어느새 평지로 바뀌었다
솔잎깔린 바닥과 시원한 바람이 있을뿐 이색의 길은 이색적인 풍경이 없다
해파랑길이 아니라면 누가 먼곳에서 찾아와 이길을 걸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길이다.
"이색의 길" 스토리텔링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
비록 볼거리와 재밋거리를 주지는 못해도 도시에 찌든 몸과 정신에 여유를 주지 않았나고 반문한다면 그건 인정..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혼자서 걷기에는 산이 깊고 외로우니 동반자와 함께 걷기를...
괴시마을은 영덕 영해면에 있는 영양 남씨 집성촌이다.
고려말 유학자 목은 이색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괴시마을과 비슷하여 괴시(槐市)로 불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마을 앞으로 송천이 흐르고 뒤로는 깊은 산이 두르고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라고 할 만하다.
출발지점인 오보해변을 떠난 후 7시간을 걸었다.
꼬불 꼬불 이어지는 산길을 지나고 차도를 따라 대진항까지 왔지만 아직 고래불까지 길은 멀다.
오후 4시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며 지침 몸을 힘들게 한다.
대진해수욕장에는 파도소리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신발 벗어들고 끼어든다.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봄바람에 아랑곶 않고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해변이 곧 평화이다
고래불대교를 지나 소나무 숲이 울창한 국민 야영장안으로 길이 이어진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풍림이 지금은 야영객에게 그늘을 지워주고 위안을 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영장에는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야영장과 고래불 해변은 길이 끊어지고 다시 차도로 사람을 인도한다.
두리번 거리며 목적지인 고래불해수욕장 주차장을 찾았지만 주차장은 보이지 않고 청소년 야영장 간판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몸은 지쳐가는데 저절로 걸음이 빨라진다
고래불해수욕장에 꽃잎같은 파랑이 일어난다.
오후 5시 저녁무렵 백사장 너머 넘실거리는 파도가 갑자기 날씨가 변하였음을 알려준다. 지친 탓인지 몸이 추워진다.
대소산 봉수대를 오를때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코스에 나는 지쳐버렸다
현재시각 오후 5시 20분..오늘 걸었던 30km를 끝으로 강구항에서 고래불해변까지 이어지는 영덕군 블루로드 64km를 모두 걸었다
다 걸었다는 안도감이 크지만 6일동안 쌓인 피로감이 몸을 엄습한다.
오늘 18일차 6일째 차박하면서 걸어온 길 130km.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다. 이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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