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1코스는 해맞이 공원을 출발하여 오보해수욕장과 노물리와 경정리 해변과 석리를 거쳐 축산항에 이르는 12.8km의 단거리 코스이지만, 영덕군에서 지정한 블루로드 중 으뜸이라고 할만하다.
블루로드 B코스이기도 한 이 길은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숲과 끝없이 이어지는 기암, 바위군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어떤한 풍경이 절경인지 잘 보여준다.
옥빛 바다가 만들어내는 천혜의 절경이 발딪는 곳마다 펼쳐지고,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이름없는 바위와 절벽아래로 솟구치는 파도,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바다가 유혹하는 해파랑길 21코스를 향해 출발한다
해맞이 공원까지 오르내리는 산길에 지쳐버렸지만 해파랑길 21코스 안내도와 인증대를 출발하여 창포말등대 언덕배기에 조성한 공원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늘 목적지는 오보해변까지이다
차량이 있다면 창대말등대 부근에 주차하면 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은 도로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이 선정기준이라고 한다.
테마별로 계획을 세워 직접 걸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창포말 등대 아래 조성된 공원을 따라 200m정도 내리막길을 가면 그때부터 바다가 오보해변까지 길을 열어간다.
파도가 갯바위에 강하게 부딫히며, 흰 포말을 만들어내는 동해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바라보면 바다는 저마다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견뎌온 시간과 바람과 파도가 서로 낯설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파도 넘실거리는 바위끝에 서서 낚시하는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은 바다와 싸우는 용맹한 전사처럼 버틴다
뽀얗게 일어난 산더미같은 파도에 갇혀 모습을 감춘 갯바위너머로 비취색 바다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어항내에 갯바위와 은빛모래를 함께 가지고 있는 대탄항을 지나서 곧바로 찻길로 올라선다
몰아치는 파도를 지켜내고 있는 갯바위가 홀로 길을 배웅한다
영덕군 시내버스 시간표.
축산에서 이곳 대탄까지 1시간~ 2시간, 때로는 3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온다는데, 운행은 하루 5번 운행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몇시간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
강구를 출발, 오보에 도착하니 저녁무렵, 방파제와 해변 축대가 강한 바람을 막아준다.
멀리 해맞이 공원의 풍력발전소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하룻밤을 보냈다.
몸이 피곤하다고 아우성칠 때 막걸리 한잔으로 달래보면 어떨까.
어둠이 내리는 바닷가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정취를 마시는 것..
어제 저녁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손이 시러울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강하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만난 노물리 방파제. 호수가 몇되지 않은 작은 어촌임에도 제법 항이 넓다.
고기잡는 뱃일은 대개 새벽에 항구를 나서지만 늦잠을 잤을까. 작은 어선한척이 급하게 항구를 빠져나간다
이제부터 길은 산모퉁이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파도타기를 한다
경정리까지 길은 외길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잘 가꾸어진 길은 아니지만 처음만나는 바위와 바다가 줄지어 맞이하니 결코 지루하지 않다.
블루로드 바위 숲으로 들어가면 비취색 바다가 마중을 나오고 아직 때묻지 않은 바위절벽을 만난다
골라보지 않아도 된다. 선보이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로우니까
바닷가 길없는 곳에 세워진 해녀상이 잠수일을 끝내고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듯 하다.
자부심을 가지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블루로드..해변에 안내도를 설치하고 험한 바닷길에 데크를 깔아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첫 대면" 슬로건에 더하여 B코스에는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길"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붙여 주었다.
길이 끊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데크길이 놓여져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어선 두척이 해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물속으로 일하러 갔는지 해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노물리에서 석리항까지 거친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초소길이 계속 이어진다.
해녀의 숨비소리가 들려오다 가끔 다가오는 파도소리에 묻히기를 여러번, 바위가 길을 막아서더니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거치른 돌길이 주는 불편함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길은 소나무 숲길로 안내한다. 절벽위로 솟아있는 소나무아래로 블루로드는 신비함을 더해간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덕분에 동해바다에 내려비치는 은빛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바람이 약해지더니 해변에는 파도조차 조용하다. 현재 오전 9시
호젖한 해변 오솔길에서 바라본 해변. 과연 "바다와 바람이 함께 걷는 길"이라는 명칭이 절묘하게 다가온다.
지나온 길이 남은 길보다 멀기에 수평선까지 바라볼 여유를 가진다.
해변은 길이 없다. 긴 해안선을 따라 바위위에 데크를 놓고, 바위길에 길표시를 하고, 숲에는 줄 난간을 만들어 찾는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
비경을 품은 해안에는 수많은 갯바위들이 저마다 모습을 자랑하고, 길걷는 사람들이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게 만든다.
잠시 바위길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길위로 인도한다. 너무 가팔라 땀이 비오듯 쏱아진다.
차도를 따라 100여m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석리항이 보인다. 푸른 물빛을 가진 작은 어촌 항이다.
석리 마을은 평지가 없어 전부 언덕배기에 집을 지었다.
동해바다를 향해서 저마다 색을 달리해서 지은 지붕낮은 집들이 아침 햇살을 맞고 있다.
이런곳에는 어김없이 군 초소가 있고, 철조망으로 둘러쌓여 있는 모습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최첨단을 걷는 우리 군의 감시망에 육안으로 감시하는 이런 초소가 왜 필요할까하는 의문이 들다가도 분단국가라는 생각에 미치면 생각이 바뀐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이 외딴곳까지 벤치를 가져와 설치까지 했을까.
긴여정에는 휴식이 필요한 법, 잠시 앉아 숨고르기를 하고 한모금 물로 목을 축인다
길걷는 사람을 위한 쉼터라고 하는데 내부는 쓰레기로 더럽혀졌다.
과거 이곳은 초병 감시초소로 활용하던 곳이었다
부산 영도 태종대 신선바위를 연상하게 하는 바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바다를 두고 이제 길은 숲길로 안내한다
파도소리 자욱한 길에는 아직 이른 봄인지 풀조차 돋지 않았다
눈을 앞으로 하면 죽도봉이 있고 뒤를 돌아보니 걸어왔던 길이 까마득하다.
여전히 햇살은 하늘에서 빛나고 바다는 그 빛으로 산란한다
이 데크길을 내려서고, 모래 해변을 지나면 축산리 경정해변이 나타난다.
외딴곳의 경정리 사람들은 어떻게 길을 열어 삶을 이어갔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마을이 외롭다
경정리 해변의 물빛을 보라. 가끔씩 보여주던 비취색 바다가 영덕 경정리를 경계로 비취색 빈도가 높아지며 청자빛, 에메랄드빛 등으로 바뀌어가며 자주 등장하게 된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경정리 마을이름이 어디 괜히 얻어질까.
정결하게 관리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냥 두어도 어지럽지 않고 오히려 번잡함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그렇게 놓아둔 것 같다.
거대한 바위 아래 천년송이 뿌리를 바위옆으로 내려 끈질긴 생명을 자랑하며 멋진 모습으로 살고 있다.
천년송 가까이 길을 내었지만 누구도 훼손하지 않고 길을 비켜지나간다.
어촌마을 어디를 가든지 작업은 공동으로 한다.
두레정신이 살아있는 곳 경정리 사람들이 채취한 돌미역 건조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두레는 본래 농촌의 생활풍습으로 정착되었으나 모든것이 수작업으로 행해졌던 노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전통이 되었다.
어촌마을의 공동작업 또한 두레의 상부상조 정신이 자리잡았던 결과물이 아닐까
작아서 아름다운 경정리 해변
길은 해변을 따라 자갈길도 되고 모랫길도 되며 때로는 바위길도 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
경정리 바닷길은 바위가 끝맺음을 한다. 길은 이제 차도로 이어진다.
점빵이라는 단어. 50대 이상이면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올 단어 점빵은 60~70년대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에게 누깔사탕의 단맛과 사먹지 못하는 쓴맛을 동시에 가르쳐주었다
산과 바다가 경계를 가르고 길은 한참을 이어간다.
이른 아침 거친 바다는 어디로 갔는지 너무 조용하여 마치 호수같다
말미산 해안을 누리는 길은 바다위 숲으로 길을 내었다.
등굽은 소나무가 길을 비켜 바다로 가지를 뻗고 바위는 자랑하듯 서있는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블루로드 "풍경 있는 길"이 참 좋다
모랫길은 이색적이다.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모랫길이 길게 이어진다.
수평선이 하늘과 선을 긋는 동해바다는 그 이름만으로도 장엄하다 그리고 "모래 돌섬길"
축산해수욕장 뒤로 죽도봉이 보인다. 콘도 건물 앞으로 해파랑길 데크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해변을 따라 부드러운 모랫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발자욱이 뒤따라 오고, 신발이라도 벗고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4월 초 정오 햇살이 뜨겁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지나온 길은 흔적도 없고 역할을 다한 길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육지에서 떨어진 섬이었다고 하는데 모래가 쌓여 지금의 육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를 육계도라고 하고 부산의 몰운대가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해안에서는 희귀한 존재라고 한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로 만들어진 축산바다가 블루로드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좁은 죽도봉 계단을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면 넓은 동해바다가 발아래 놓이고 오늘 찾아온 바다의 평화까지도 반겨준다
먼발치에서 내려다 보아도 바다와 모랫길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잘 어우러진 길임을 단번에 알수 있다
긴 여정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치고 힘든 길이 끝나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삶의 보람일까 아니면 마음의 평화일까. 그것도 아니면 자족감일까
해파랑길 21코스 안내도는 죽도산 아래쪽 휴게소 부근에 설치되어 있다.
인증대는 축산항이 끝나는 지점 하나로 마트 앞 축산택시 지부 옆에 있으니 단디 보지 않으면 찾지 못한다
해파랑길 21코스는 천천히 걸으면 자연이 주는 신비감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해변과 검은 바위에 빛나는 햇살과 그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수평선, 작은 오솔길을 번갈아 가며 눈으로 느끼고 몸으로 기억한다.
파도와 바람과 햇살의 합작품, 오늘 나는 바다가 내게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제,,,
긴 인생에 있어 단 몇시간이지만 좁은 생각을 조금씩 넓혀가며 걸었던 해파랑길 21코스
짧은 길위의 긴 이야기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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