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3코스는 영덕군 병곡면에 소재하는 고래불해수욕장을 출발하여 울진군 후포항을 연결하는 11.86km의 어촌과 해변을 지나는 짧지만, 조용해서 오히려 작은 울림을 주는 길이라 하겠다.
걷는 길이 해변도로에 집중되어 있어 품고 있는 풍광 또한 동해안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긴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가 주는 풍경이 이색적이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남해안이나 서해안 해변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백사장과 바위들, 흰 파도와 수시로 변화하는 바다가 어우러진, 가끔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하면, 파도가 만들어내는 꽃같은 포말이 끊임없이 부딫혀 오는 곳, 소박하지만 작은 울림을 주는 울진 구간 첫 해파랑길로 떠나가보자.
목은 이색선생이 해수욕장 앞바다에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고려말 대학자 목은 선생이 보았다는 고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비킴의 고래의 꿈이라는 노래도 있지.
"파아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하얀 꼬릴 세워 길 떠나는 나는 바다의 큰 고래"
도시에 살면서 가끔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라는 것쯤 우리도 다 알고 있다.
동해바다 고래불 해변에 나부끼는 파도를 보라. 숨겨놓은 속마음 하나 꺼내들고 바다로 가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늘과 바다와, 파도 그리고 모래결이 주는 색을 서로 비교해보라. 깊어가는 바다색에 취하여 길을 간다
고래불을 떠난 해파랑길은 계속하여 차도와 옥색바다가 맞물려 경계를 만들며 이어진다
백석해변에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갈매기 떼, 한방향을 향해 서있다. 그곳에 햇살이 있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다. 갈매기도 지 둥지를 먼저 살피고 머물곳을 찾아간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어부들이다. 바다가 가져다 주는 생과 사의 모든 것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시골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 시간 활용이 어려울때가 많다.
무조건 기다리다간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때로 맘씨 좋은 할머니를 만나 시골얘기를 듣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잠시 바위에 앉았다가 햇살 받아 빛나고 있는 비취색 바닷가로 내려서서 기지개를 켠다.
어느틈엔가 갯바위 한무리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영덕군과 울진군의 경계지점에서 만난 바다. 마치 바다가 토끼 한마리를 품고 있는 듯 하다
경주의 지경리, 영덕의 지경리, 울진의 지경리, 같은 명칭 지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군간의 경계지점이라서 자연스럽게 그런 명칭이 생겨났나 보다. 사람이 붙였지만 새로운 맛으로 읽으면 더 친근해지는 "지경리"
날리는 바닷물로 나뭇잎이 흠뻑 젖었다. 바다위로 햇살은 빛나고 물결은 끊임없이 해안으로 밀려든다.
"금빛 소리" 누가 뭐래도 이곳에서 만큼은 금음리 바다가 주인공이다
2019.9월 한국을 강습했던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해파랑길 데크가 훼손되어 길이 끊어졌다.
파도가 몇번씩이나 길을 뒤덮었을 지도 모를 일인데 무너진 콘크리트 지지축이 새빨간 녹을 덮어쓴채 무너져 있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이어져 있는 바다를 뚫고 거침없는 파도가 해안을 누빈다.
격열하지만 결코 세속적이지 않은 풍경 아닌가
멀리 후포항이 바라보이는 금음리 해변에 서서 내가 걸어왔던 해파랑길을 되돌아 본다.
쉽게 따라하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그동안 걸었던 길에 대한 자부심과 의욕들이 되살아 난다.
이생각 저생각하며 길을 걷다 캠핑하는 부부를 만났더니 맥주를 건네며 말을 걸어온다. 인적없는 바다에서 만난 사람
"우리 어떻게 보이세요" 묻길래 "부럽습니다" 하니 "낚시도 하면서 이렇게 세월을 보낸다"며 "저기 빨간버스 보이죠. 저 차가 캠핑카"인데 " 마누라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한다
허긴 두사람만 있으면 산속이면 어떻고 바닷가면 어떠랴.
그들이 사랑하고 누리고 살아가는 울진 바다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고장 울진이 아니던가
바라보이는 건 아득한 하늘과 바다 그 너머 죽도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4월 후포하늘이 푸르다 못해 쪽빛으로 빛난다.
오늘 19일차. 6일을 걸은 후 잠시동안의 휴식후에 다시 찾은 해파랑길. 이제 영덕을 떠나 울진으로 넘어왔다.
4월의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조용하지만 바다는 거친 함성을 내지른다. 바다는 변화가 많은 곳이다.
길이 길어지면 색다른 바다를 만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산길도 만나며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한적한 길들이 내게 길동무가 되어 줄것이다.
새롭게 시작한 첫날 23코스는 짧게 걷고 끝났지만, 내일 부터는 발걸음이 허락하는 곳까지 걸어갈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거칠기도 하지만 때로 부드럽고 포근하게 24코스로 길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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