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20코스(강구항~해맞이 공원) 블루로드 2

SM 코둘4500 2022. 3. 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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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0코스는 강구항에서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영덕 해맞이 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19km 순수 산길로 블로로드 A코스와 대부분 일치한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주로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었지만 20코스는 산속으로 코스를 이어간다.
강구항을 벗어나면 영덕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깊은 산골인듯 아닌듯한 길은 뜻밖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풍력발전단지까지 이어지는 임도가 다소 지루함을 주기도 하지만 먼 길 가는데 힘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

솔잎이 떨어져 길이된 숲은 바람이 불면 솔향기 가득한 길이 된다.
바다는 보이지 않아도 솔잎 뒤덮힌 오솔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능선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단순함을 솔잎길이 충분히 보상한다.
바람에 땀을 식히며 고사목 등걸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면 진달래, 복숭아, 흰앵초가 길손을 반긴다.
솔잎 융단 깔린 길을 걸어가는 행운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강구항 다리를 건너고 복잡한 시가지를 벗어날 무렵 강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왼방향으로 난 언덕위로 길을 안내한다
푸른 양철지붕과 콘크리트 건물과 삼사해공원과 짙푸른 바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지 않어?


언덕을 올라서면 부드럽고 편안한 흙길을 만난다. 이슬이라도 내렸겠지 촉촉한 부드러움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언제인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길...바닷길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S 자 형태의 강구천이 흐르고 솔잎 뒤덮힌 길은 사람이 밟으면 바자작거리며 스스로 제몸을 부수는 기분좋은 소리로 화답한다.
길 양편으로 연초록의 싹이 돋고 보잘것 없던 가지조차 연두빛으로 물드는 4월의 봄날 아침....


금진교를 조심스럽게 건너며 생명이 움트는 소리를 듣는다. 고불봉은 아직 멀다


이맘때면 산과 들에는 싹이 돋고 나무는 새잎을 달고 사람은 두꺼운 옷을 벗는다
만물이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봄을 맞고 있지만 솔잎가득한 이 길은 변하지않길  간절히 바라며 ..


흰앵초
고불봉

걸음마다 만나는 낯선 시간과 새로운 풍광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해가는 산색
그것이 곧 자연의 법칙이다


200m 높지 않은 야산이지만 해파랑길20코스에서 왕초노릇 하는 고불봉
왼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흔히 만나는 익숙한 도시형태의 영덕시가지
고불봉 전망좋은 벤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해파랑길 표시가 전혀없으므로 코스를 따라가기해도 길을 찾기 힘들다.
( 고불봉 정상에서 길을 찾으면 해파랑길을 찾지 못한다. 지나온 길을 따라 정상 약 50m 아래쪽으로 내려서면 해파랑길이 이어진다)


영덕시가지
영덕 풍력단지

고불봉방변 등산로는 블루로드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길을 잃으면 되돌아와야 하는 건 참고가 아니라 삶의 법칙이다


솔방울 많이 달고 있는 이유는 생명을 다해가는 소나무가 후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쏟기위해서라고 하니 길위의 생명치고 위대하지 않은 것은 없다


고불봉을 내려서서 쓰레기재활용선별장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길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지치면 앉아 쉴 수 있다
부드러운 길이 끝나면 비탈지고 미끄러운 마사토길로 이어지고 키작은 나무와 좌우로 드러나는 산아래 풍경을 조망하며 해맞이공원가는 임도를 찾으러 간다


임도 입구부터 풍력단지까지 이어지는 약 3km 가량을 지루할 정도로 계속 걸어가야하는 길의 좌우 급경사 언덕이 위태롭게 보이는데 힘들고 지쳐도 앉아 쉴곳조차 없는 삭막한 길이다.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

80미터 상공에 매달린 플로펠러가 회전하며 삐끄덕 거리는 기계음이 금방이라도 덮칠것 같은 위협감을 준다.


국립청소년 해양센터를 지나간다. 풍력단지를 내려서서 트릭아트전시관을 벗어나면 다시 시야에 들어오는 풍력단지
걸음이 편안해지니 떠나온 집생각이 간절해진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으면 동해바다 호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창포말 등대

해맞이 공원은 산불로 버려진 땅을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친환경공원으로 되살렸다고 하는데 아직 옛모습을 다 찾지 못한 탓인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은 끝날길 없어 보이는 임도길처럼 지루함을 준다. 오늘은 그 두종류의 길을 모두 걸었다. 시작할때 표현이 다소 과장되긴 하였으나 뒤돌아보면 지루함보다는 맘껏 햇살받으며 걸어온 산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솔향 가득한 소나무와 그 솔잎이 주는 선물은 또 어떤가.

솔잎 깔린 산길을 걷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편안함, 풍광만으로도 편안해지는 오늘 하루를 나에게 다시 묻는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내것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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