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떠난 이후 16일차, 해파랑길 19코스는 화진포해변을 끝으로 포항 구간을 벗어나 장사해변, 남호해변, 삼사해상공원을 경유하여 대게의 고장 강구항까지 이어지는 15.8km의 길이다.
블루로드 D코스와 길을 함께하는 19코스는 기암괴석과 비취색바다와 잘 어우러진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동해바다, 그 바다에 우뚝 서있는 기암들, 봄소식 전해주는 상큼한 해초 내음, 파도에 몸을 맡기면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잔 자갈과 모래언덕들, 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바다의 꿈을 찾아 길을 떠난다..
낯선곳에서의 차박이 가져다 준 선물.
삶의 무게가 여전히 무거웠는지 구름바다 위로 떠오른 태양이 주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고 조용히 출렁이는 물결 위로 작은 배들이 항해를 하고 있다. 여명의 빛이 보이는 짧은 시간 순식간에 떠올라 뭔가 비어 허전한 가슴을 채워준다.
갯바위 언덕을 성큼성큼 넘어가니 해변으로 밀려오는 흰 포말이 싱그럽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앙증맞도록 작은 자갈들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내는 합창소리에 곧바로 빠져든다.
움직이는 파도와 자지러지는 자갈들 이또한 살아있는 생명이고 선물같은 경험이다.
화진의 해변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사자머리 바위 앞 해변에 서면 파도가 만들어 내는 자갈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걸음이 쌓여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 지금 이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풍경과 경험들이 지나가고 있다
지경리 바다에 적막이 내린다.
화진을 떠나 사자바위를 만나고 자갈하나 주워 바다로 팔매질하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영덕과 포항경계 지경리 바다까지 왔다
지경리 바다 몽돌이 자르르르르...자르르르르...쏴~~~르르르 표현할 수 없는 언어와 소리로 세상과 소통한다
이제부터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다
코리아둘레길은 길이 정해져 있으며 약속된 길로만 걸어야 한다.
이쪽 저쪽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다니면 제대로 된 볼거리를 놓친다.
비록 대책없이 떠나더라도 길이 주는대로 받아들이고 주인이 시키는대로만 걸어가면 세상살이 시름도 잊게 해주고 한번도 느끼지 못한 감동도 가져다 준다
지경리를 벗어나면 곧장 블루로드 D코스가 시작된다.
모두 4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내도가 설치된 대게공원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블루로드 전코스를 해파랑길에서 만나게 된다.
두구간의 해변코스와 두구간의 등산코스로 연결되어 있는 블루로드는 장사리를 지나 해맞이 공원에서 죽변항까지 이어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품은 해변코스, 그리고 이색의 길 등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산악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니 길이 주는대로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걸어가다보면 변화하는 자연과 빛나는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곳이든 오래머물면 자세히 보인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늘 그자리 그대로 있다
장사리 마을 앞 갯바위도 잘 알고 있다
장사리해변 너머가는 언덕배기 작은 밭에 화사하게 제 색을 드러내며 활짝피어있는 복숭아꽃
계절마다 제색깔을 찾아와 감성을 자극한다.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은 국내유일의 바다위 호국전시관으로 알려져 있다.
(입장료는 3천원이며 영덕과 포항시민은 50% 할인)
전쟁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70여년 전 역사의 현장을 장사리는 기억하고 있을까.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으로 한국전쟁사에서 대구를 지켜낸 중요한 전투였지만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로 남았다. 작전에 참여한 병력은 대부분 학도병으로 구성되었으며 16세에서 19세 사이 772명의 학도병이 상륙작전에 투입되어 치열한 전투를 치럿고 수백명이 전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는 잊혀진 영웅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만은 그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조금씩 다리가 아파오고 몸은 길에 집착하게 되는 시간으로 가고있다. 집착하면 괴로움이 찾아오게 마련이니
남정바다 시도 읽어가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자 어차피 삶도 여행아니던가
마주하는 것 하나하나 모두가 새로움이고 설레임이다. 남정리 바다가 만들고 사람이 이름붙인 바다에 기적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도 남을 비경이다
조금 흐린 하늘은 아득하게 푸른데 남호리 바다는 말이 없다
모래해변과 갯바위를 넘어 남호해변을 따라 누군가의 발자욱이 길게 이어진다.
동해바다............
누군가 삶은 여행이라고 하더니 누군가는 삶은 파도타기와 같다고 한다
거친 숨비소리를 뱉어내며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생계를 바다에서 찾는 사람들이다
앞만보고 걷다보면 보지못할 풍경이다.
여행은 구경만 하는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애환과 이야기가 녹아있는 모습까지 바라보아야 진정한 여행이 된다.
거치른 모래사장과 갯바위를 끼고 돌아나가면 삼사해상공원이 나타나고 그러면 이제 강구는 코앞이다
산책로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풍경은 일품이지만 거센파도와 몸이 날아갈듯한 바람이 몰아친다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건너 광장으로 건너가니 숨쉬기조차 어려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이런 날씨에 산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상산책로를 벗어나 차도를 따라걸어가다 왼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모텔과 음식점등이 보이고 그 골목길을 따라오르면 삼사해상공원 가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지나온 길을 슬쩍 되돌아보게 하는 벚꽃은 시간여행끝에 만나는 놓치면 안될 손님같은 꽃이다
바다와 접한 해상공원 벚꽃이니 이길을 지나가면 시간도 천천히 흘러갈 것이라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행복한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공원안에 가득한 모텔과, 노래주점, 음식점은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코로나 영향이 이곳까지 미치지는 않았나 보다.
예상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강구항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떼를 지어 움직이는 인파들 틈에 섞여든다.
이곳은 대도시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강구는 대게의 고장..대낮임에도 대게식당은 사람을 호객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를 찾아 이곳을 찾아든다.
풍경보다 사람이 더 많은 곳을 따라 해파랑길은 길을 이어간다..
기억은 가끔 분별없이 과장되기도 하니까 실망은 않아도 된다
턱없는 아름다움으로 덧칠해 놓기 전에 오늘 만났던 강구항의 허전함은 털어버리자.
오늘은 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바다길의 아름다움이나 바다가 주는 충만함까지도 거부하고 싶은 그런날..
내일 아침은 또 새로운 길이 있으니 이것으로 해파랑길 19코스를 마감하기로 한다.
( 해파랑길 19코스의 인증대는 강구다리 시작 지점(경찰지구대 부근 다리)에 있으니 인증이 필요한 사람은 잘 살펴야 보이니 주의하시기 바람. 주차장은 화장실 등이 잘 정비되어 있으나 민가가 가까이 있어 조금 불편하지만 위 사진 오른쪽 주차장 건물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 무료. 사람이 불편하신분은 강구항 대게 거리 끝지점에 위치한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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