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17코스(포항 송도~칠포해수욕장)바다가 좋다

SM 코둘4500 2022. 3.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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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7코스는 포항 송도해수욕장을 출발하여 영일대해수욕장을 경유하여 칠포해수욕장까지 차도와 해변을 교대로 걸어가는 17.9km의 비교적 무난한 코스이다
조금 단조롭지만 포항 구항만과 영일로, 포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영일대, 여남동 숲길 ,해변과 해수욕장, 숲길등 포항의 속살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7코스가 끝나는 칠포해변은 잘 정리된 화장실과 넓은 주차장을 구비하고 있으므로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송도까지 이동후 걸음을 이어간다

해파랑길을 걷는 것은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기억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곳에 가서 느끼고, 어루만지며, 앞으로도 영원히 지켜가야 할 우리네 바다와 신성한 국토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나를 그곳에 밀어 넣고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삶과 길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과, 그 땅에 살아 숨쉬는 역사의 흔적들... 그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해파랑길 17코스를 따라가보자

송도해변 하트모양과 펭수 의자
조형물 공간 사이로 동해의 아침바다가 들어와 있으니 쉬어가는 의자가 아니라 풍경을 담는 그릇이다


송도해변 너머 포스코 공장 전경
1968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고의 철강회사로 포항종합제철(주)이 그 모태이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으며, 현재는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철강회사로 성장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이해불가 S 자 조형물은 송도해변을 조망하는 전망대이다.
갈매기 날개를 형상화한것 같은데 어쩌면 전망대가 아니라 바다를 향해있는 까페일지도 모르겠다


포항 구 항만인 동빈항.
항만 물류의 중심지였던 동빈항은 최근 포항 신항으로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지금은 어선과 요트가 동빈항의 주된 고객이 되었다.
1962년 6월 12일 건립된 구 항내에 세워져 있는 포항개항지정기념비에 의하면 개항기념일인 6월 12일을 포항시민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동빈항을 벗어나 다소 혼잡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보면 울릉도행 포항여객선터미널을 만난다.
터미널은 언제나 만차라는걸 보니 코로나로 혼란스러워도 세상은 돌아간다
(울릉도 가실분은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람)


영일대 해수욕장.
봄날 이른 아침, 가끔 사람의 움직임이 보일뿐 때이른 해수욕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도심속 해수욕장은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준다. 도심을 벗어나면 바쁠것도 조바심낼 것도 없어진다.
행복이 뭐 별거냐고.....영일대는 그런 해수욕장이다


50여년전 포철을 설립한 고 박태준은 이곳 영일만 황량한 바닷가에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철강대국의 꿈을 꾸었을까.
가난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을까. 그의 열정이 만든 포스코는 이제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고요한 아침 영일대는 눈맛이 다르다. 영일만의 바다는 온순하다.
해변으로 밀려드는 작은 파도와 백사장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선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바람도 잠들었는지 조용히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아침안개를 밀어내더니 멀리 호미곶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 영일대 바다로 쏟아지는 봄햇살이 눈부시다. 바다가 좋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다. 그러니 인생을 좀더 느리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좋은 일, 좋은 풍경, 좋은 사람, 그리고 또 뭐지 ... 그렇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좋은 걷기가 있지..


영일대에서 환호해맞이 공원과 여남마을까지 이어지는 영일로 해변길. 약 1시간 이상 강한 햇살을 맞으며 차도를 따라 걸어야 하지만 어느순간 길은 끝이나고 잠시 멈춰서라고 이야기한다.
고개를 돌리니 제방너머로 멀리 호미곶이 희미하게 보인다.
호미곶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일이 걸렸다. 바라보니 코앞인데 한걸음씩 모여 먼길이 되었다


여남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언제쯤이었을까 이곳에 살았던 옛사람들이 사용했을 우물을 만난다.
길을 걷다보면 갈림길도 만나고 두려움도 만나고 산길도 만나며 옛우물도 만난다. 그러니 우물도 풍경이 된다.


정감 넘치는 흙길
봄햇살이 부서지는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고 길을 가는데 부드러운 흙길이 불쑥 찾아왔다.
어디선가 갯내음이 코를 간질이더니 길가 풀잎이 바람에 흔들린다


다시 찾아온 호미곶
뒤돌아 보면 까마득한 길이다.
내땅에 살면서도 객지에 사는 것처럼 내땅을 몰랐으니 무관심일까 아님 게으름때문일까
호미곶은 한동안 시야에서 머물다 사라짐을 반복한다


바다 너머 포항신항


죽천리 바다
바다에서 삶을 이어가는 어부에게 바다는 현실의 삶이며 터전이다.


그럼 여행자에게 바다는 무엇일까.
까뮈는 "여행이 가치 있는 것은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여행은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이며 그리움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선택이 아니고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잠시 움켜쥐고 있던 세상을 놓아버리고 고민하지 말고 떠나면 된다.
움켜쥐고 포기하지 못한다면 그냥 그대로 살면된다.


이제 거의 다왔다. 칠포해수욕장 들머리에 작은 해수욕장이 있고 그곳에 흔들의자와 예쁜 정자 몇동이 길가는 사람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 앉아 빵한조각과 커피한잔, 토마토 1개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칠포가는 길 동해바다
동해바다는 수많은 모래해변을 품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바다는 바람이 불어가는대로 모래해변에 자욱을 남기고.
끝없는 동해바다가 춤을 추고 있다. 너무 익숙한 바다..한참을 떠돌듯 걸어서 칠포까지 왔다.


파도 물결에 따라 변화하는 해안선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곡선으로, 때론 직선으로 바람과 파도가 몸을 비틀때마다 수많은 흔적들을 남긴다
혼자 걷는 사람에게 흔적은 때로 절경이 되기도 하고 죽일놈의 외로움이 되기도 한다


사람도 또한 같다
때로 만나는 것보다 아니 만나고 기억만 가지고 있을때가 더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않은가.(피천득 인연에서)


곡강천은 담수이다. 곡강천은 물이 맑고 깨끗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마도 이름이 알려주듯 꾸불 꾸불 한참을 흘러 이곳까지 왔을 것이다
칠포만에서 긴 여정을 멈추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칠포해수욕장.
하룻밤 차박장소로 더없이 좋은 곳이지만 해변 곳곳에 파헤쳐진 모래가 어지러이 날리고, 밤새도록 젊은 라이더족들의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로 가득하다.
우리땅을 혼자서 걸어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인내하고 참아야 할 것들이 곳곳에 있다.
불편한 잠자리와 먹는 문제, 사용을 고민하게 하는 화장실뿐만 아니다. 땀 흘린 몸을 씻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발딪는 곳마다 변화하는 풍경과 새로움들이 걷는 용기를 주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고 참아야 하며 희생해야 한다. 그러나 걷는 일이 쉬웠으면 아마 해파랑길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머리속에만 존재했던 우리 땅의 조각들을 맞추어 나가는 여행길이다.
이보다 더한 가치가 있을까로 위로하고 위안받으며 다시 18코스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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