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18코스(칠포~화진포해수욕장) 연안 녹색길을 따라가며..

SM 코둘4500 2022. 3. 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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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0년 3/31일 3월의 마지막 날 15일차. 구름한점 없고 바람조차 없는 따뜻한 봄날이다
해파랑길 18코스는 포항 마지막 구간으로 칠포해수욕장을 출발, 오도리와 월포해변을 경유하여 화진포해변까지 이어지는 19km에 이르는 "연안 녹색길"이라는 명칭이 아주 잘 어울리는 길이다.

오늘 걸어갈 길의 출발점에 서서 신경림님의 시로 길을 시작한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 만하게
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
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 처럼 너그러워질수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 억센 파도를 다스리며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 하면서.."신경림님의 동해바다"에서

화진포 해변 일출. 현재 시각 오전 6시 10분
삶의 무게가 무거울때 동해의 일출을 보라고 했지..
새벽 차가운 바람조차 녹여버릴 것 같은 여명의 빛을 넋놓고 바라보는데 구름을 뚫고 갑자기 해가 솟아 오른다
시인의 말처럼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져...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날이 어느날 선물처럼 다가올거라고 믿으며..


해파랑길 18코스 안내도와 인증대는 해변광장 오른쪽 출발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차량을 이용하는 분들은 칠포에 주차하면 된다.


동해바다 햇살을 맞으며 칠포를 떠난다. 바다는 은빛 물결을 만들어내고 흰파도는 백사장을 핧듯이 지나가며 스며든다.


멀리 동해 바다 수평선 부근에 햇살 한무리가 은색의 빛을 만들어 낸다. 아침 햇살이 싱그럽다.
걷지 않은 사람은 가질 수 없는 풍경.. 잠시 호흡을 고르며 언덕을 오르는데 또 다른 칠포가 발아래 놓인다.
바다는 하나인데 수백 수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칠포 2리 해변.
흙 한줌 물 한 방울 없는 바위 소나무가 수백년 홀로 서서 거센파도와 바람맞으며 홀로 서있는 칠포보다 더 칠포다운 해변이다.
인적은 없는데 해변에는 발자욱이 어지럽다


수군만호진이 있던 곳이라 하는데, 7개의 포대가 해안을 따라 설치되었다고 하여 칠포라 칭했다고 한다
칠포2리 마을 한가운데로 흘러드는 실개천에 은어, 피래미 같은 민물고기가 떼를 지어 돌아다닌다.
잡고 갈수 없으니 빨리 자리를 떠야지


해오름전망대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사이에 기암이 절묘하게 솟아있고 그 바위위로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오금이 저리도록 아찔한데 마치 하늘을 떠받칠듯 절벽에 걸려있다.
동해안 수많은 기암과 괴석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양지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걸 보니 봄은 봄이다


이정표와 "코리아둘레길 따라가기"를 실행하고 흔적을 따라가는데 지난 태풍때 유실된 길이 걸음을 막아선다
누군가 매어놓은 줄을 잡고 아슬아슬 그네타듯 아래로 내려섰더니 이제는 부서진 데크길이 붙잡고 늘어진다.
출발할때 이런 길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눈앞에 있으니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긴 가야지
힘들게 내려서서 뒤를 돌아보니 아찔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오도리 해수욕장.
힘들게 내려온 만큼 이렇게 멋진 해안선을 선물받았다.


20대 초반 어느해 포항의 작은 어촌 바닷가집에서 하룻밤 머물렀던 생각이 스쳐간다.
길 어딘가에 옛날 기억이 살아있는 장소를 다시 만나는 것은 인연일까, 추억일까.
오른쪽 하얀 벽돌집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청진리 바다
날씨가 좋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도시의 삶이 자신을 억매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거짓없고 진실한 풍경은 어떤 것일까..잔잔한 파도, 얕은 갯바위, 그 바위위 희고 예쁜 갈매기, 한가로이 떠있는 고깃배....
청진리 바다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저절로 평화로워진다
떠나가면 다 보이고 속박에서 벗어난다


청진리 바닷가 연인바위
흥환데크길에 서 있었다면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격식을 차리거나 거짓 웃음으로 맞이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이름이 상징하는 눈높이를 맞추게 된다.


청진리 바다
바다가 다 아름답고 절경은 아니다.
밀물과 썰물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해변은 물이 빠지는 시간이 되면 하수같은 파래로 뒤덮혀 악취를 풍긴다.


이가리 해변
돌의 모양새가 마치 일부러 구멍을 뚫어서 만든것처럼 특이한 형태를 지닌 구멍뚫린 돌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이가리 독도체험연수원이 폐허가 된듯 잡풀이 무성하다. 예측하지 못한 공사는 예산 낭비를 부른다


이가리 해변 오묘한 형태의 바위군

태고적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바위무리가 힘든 여정을 위로해준다. 소금기 머금은 바다내음이 조금씩 밀려오고 나는 그 바람을 따라 길을 옮겨간다.


언덕너머 어디가에서 공사하는 기계의 굉음과 인부들 고성이 들려온다.
언덕을 올라서니 이가리 닻전망대의 해상 다릿돌 공사가 한창이다.
정동방향 251km지점에 독도가 있다고 하지만 상징성은 부여한다고 모두 의미를 갖는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가리 해변 바위군
특히 머리위에 소나무한그루 키우고 있는 바위가 눈길을 끈다. 저런 자세로 얼마나 긴세월을 살았을까
이야기하나쯤 바위에 보태고도 남을 것 같은데 누구도 이야기를 남기지 않앗다


월포가는 길에는 비취색 바다가 춤을 추고 다른 해변이었다면 이름하나 얻었을 법한 바위가 무심하게 서있다



그 이름은 부드럽지만 보경사와 열두폭포 품은 내원산의 근육질 산세가 가히 일품이다.


걸었던 내내 조용하던 바다가 갑자기 춤을 춘다. 단숨에 걸을 것 같았던 길이 봄빛때문이었을까 걸음이 느려지지만 재촉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보니 배고픈 시간이 되었다


월포해변과 호미곶이 아스라이 보이는 청하면 방어리 갯바위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바다속은 온통 봄빛이다
연두색 톳이 물결에 흔들리고 앙증맞은 미역줄기가 나풀거린다
호미곶 떠난지 오늘 4일차


방어리 방파제 앞 시골집 담장에 새겨진 "넌 꽃처럼 예쁘다...바다 봄" 주인장도 꽃 처럼 예쁘지 않을까


지방마다 가자미 말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말리는 풍경은 어디서든 다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조사리 바다와 방석항
건강한 바다는 일상속에서 이뤄져야지 슬로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하는 작은 행동부터 되새김질하며 뒤돌아보는 것이 중요할 듯.........


청보리밭


5인의 해병 순직비


평화로운 갯바위 한 낚시꾼이 고기는 잡지 않고 멍하니 바다만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다.
가까이 다가가 "좀 되냐"고 물었더니.. 구수한 포항사투리로 "아이니더" 한다.


화진교를 건너면 이내 모래가 예쁜 화진포 해수욕장이 나타나는데 18코스를 여기서 마무리한다

화진포해변 주차장은 해변에 위치하고 있지만 깨끗하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다소 시끄럽다고 느껴지면 화장실에서 조금 멀리 장소를 잡으면 된다. 월포와 함께 차박장소로 하룻밤 묵어가기에는 더 없이 좋다

발걸음은 가벼운데 가는 길은 힘들다. 수많은 비경과 새롭게 다가오는 바다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길이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내가 길에서 무엇을 찾을 수있을까.
오히려 길위에서 단맛, 쓴맛을 골고루 맛보면서 느껴가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여행은...무엇일까.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사진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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