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16코스(포항 흥환~송도해수욕장) 세상이 모두 길

SM 코둘4500 2022. 3. 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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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6코스는 영일만에 위치한 포항시 흥환보건소앞에서 출발하여 송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19km 의 해안둘레길이다. 영일만을 따라 길게 조성된 해상 데크길과 철강산업의 메카인 포스코를 경유하는 비교적 평탄한 코스이지만, 흥환리까지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코스이기도 하다.
부산오륙도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13일차, 이번 회차부터는 숙식을 차량과 함께 하기로 하고 , 잠자리 장소와 음식, 식수 등을 준비하는 등 사전준비를 많이 하였으니 영일만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을 즐기기만 하면되는데................
꽃샘추위가 시샘하는 오늘 구름낮은 하늘에서 조금씩 빗방울이 날리더니, 바람까지 불어온다.
그렇지만 어쩌랴....
부산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찾은 흥환이니 날씨가 방해하고 추위가 막아 서도 해파랑길 이야기 찾으러 고개 빼들고 출발

길은 길에서 이어진다. 갑자기 나타나 길이되는 곳도 있지만 세상 대부분의 길은 길에서 시작하여 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15코스와 16코스를 이어주는 길은 흥환해수욕장 수로에 설치된 데크길에서 시작한다


영일만 너머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포스코 건물.
하늘은 낮고 바람은 강하다. 비까지 뿌리는 3월하순의 일기변화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추려들게 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흥환해변을 걸어간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전날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노란텐트가 비 바람을 견디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가족나들이같은데 작정하지 않으면 올 수 없는 날씨를 감안하면 특별한 가족이 틀림없다
흥환바다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흥환해변의 시작은 사모관대와 족두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신랑각시 바위로부터 시작된다.
흥환바다에서 마산리 바다로 이어지는 데크길위에는 신랑각시바위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바위군들을 만날 수 있다
바위에 붙여준 이름들을 음미하면서 바위가 내뿜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나러가보자


바다위로 설치된 데크길이 신랑각시 바위에서 선바위까지 이어진다. 봄바다가 내어주는 바다의 내음을 음미하면서 걸어보자. 길아래는 해초가 가득하고 살아 숨쉬는 작은 생명들이 기어다닌다. 한참을 따라가다보면 이길이 과연 길이기나 한걸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놀랍게 느껴진다


바위 이름은 보는 사람의 관점과 바라보는 장소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 데크길해변에서 바라보는 미인바위는 미인이라기보다 오히려 구멍바위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엉뚱하게 다가온다.
이때는 빨리 정리하고 바다를 감상하고 영일만을 음미하며 걸어가는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데크길이 바다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강한 바람에도 바다는 고요하다.
데크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으면, 작은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미역과 톳이 자라는 걸 볼 수 있다.
바위절벽을 오르지 않고 어떻게 바다로 길을 낼 생각을 했을까
바닷길이 고저녁하여 걷기좋은 산책길이기도 하지만 바다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글씨가 새겨져 있는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비문바위
흔히 볼 수 있는 바위를 미인바위 비문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지명이나 바위에 붙여진 이름들 모두 유래가 있거나 없으면 만들어준다. 비문바위 이름에 작은 아쉬움이 남는것은....


어디서 몰려왔는지 갑자기 한무리의 여자분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를 삼켜버린다.
눈을 바다로 향하고 천천히 걷는다. 영일만 바다가 발아래 펼쳐쳐 아기자기한 뷰를 보여준다


비문바위


마산리마을을 지나면 다시 데크길이 이어진다. 잠시 느린 걸음을 즐기며 바라보니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하얀색의 믹스견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더니 빤히 쳐다본다


.

마산리 작은 어항
"우리나라는 좁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땅을 걸어서 가다보면 대한민국 결코 좁고 작은 나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30km정도를 걸을 뿐이고 그것도 겨우 지나온 땅의 일부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이 서린 먹바우(검둥바위)
지금부터 만나는 바위를 돌아보며 천천히 감상하기로 한다.
이런 바위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다위로 설치된 데크길위에 서서 주어진 행운을 누리며 천천히 걸어가보자


먹바우의 전설
이길에도 전설이 하나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먹바우에 서린 전설을 읽어보니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다


.

먼 옛날 용왕과 선녀가 데이트를 즐겼다는 하선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암초에도 의미를 부여한 조상들의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힌디기 바위


멀리서 바라본 선바위
바다와 깍아지른 절벽을 사이에 두고 가파르게 솟아 있다



데크길이 잘 놓여있어 가볍게 산책하듯 감상하면 된다


고릴라 바위


여왕바위


머리위에 마치 왕관을 씌여놓은 것 처럼 보인다고 여왕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큰 바위위로 돌출한 연근을 가로 자른 듯한 모습의 바위. 이름을 얻지 못해도 보는 맛은 대단하다
바위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붙이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이름을 얻기도하고 무명바위가 되기도 한다.
뛰어난 풍경은 결국 보는 사람의 객관적인 시각이 낳은 결과물아닐까.


폭포바위


돌하루방 닮은 남근바위

선바우.
신랑각시 바위에서부터 시작된 바위 박물관은 선바우를 마지막으로 끝이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니까 바위마다 붙여진 의미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다만 데크길이 놓이기 전까지는 접근이 어려워 내어주지 않았던 풍경을 데크길이라는 열쇄로 빗장을 풀어 풍경을 내어주고 이름을 붙여준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영일만 너머 아름다울 것같은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오폐수와 쓰레기로 뒤덮힌 도구해수욕장이다.
멀리서 바라볼때 추함이 묻힌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안내도
안내도는 걸어가는 사람을 위해 배려이다.


연오랑 세오녀을 전설을 스토리텔링화하고 공원화하였다


기념관에서 바라본 영일만.
영일만은 풍경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호미반도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한반도의 상징 호랑이 꼬리는 비상하는 그날을 준비하며 조용히 누워있다.


영일만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임곡항과 마을은 온통 연오랑과 세오녀 전설로 가득하다
과거속에 잊혀져간 신라천년의 전설도 지나치면 실증을 느낀다


도구해수욕장 해변으로 밀려드는 영일만 거센 파도
바람은 점점더 강해지고 날씨조차 걸음을 방해하는 오후. 도구해변 제방위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불편한 걸음을 옮긴다.
강한바람에 나무조차 바로 서지 못하는 곳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안내도
해파랑길은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 관리하고 있다.
포항은 호미둘레길, 영덕은 블루로드로. 명칭은 다르지만 길은 같다. 포항의 호미반도길은 양포에서 화진포 해변까지 이어지고, 이어서 영덕으로 넘어간다.


도구해수욕장은 모래가 유실되고, 파도를 따라 이미 많은 쓰레기가 유입되어 해수욕장으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도구해변에 길게 이어지는 야자매트 길의 초가 쉼터. 바람은 불어도 길 양옆으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너무 편한 길이 잠시동안 이어진다.


해수욕장으로의 기능은 상실하였지만, 해파랑길은 잃어버린 도구해변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되찾은 듯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추함이 모습을 감추니 좋은 풍경만 바라보기로 하자
그러면 초가 쉼터에 앉아 마시는 커피도 일품이 된다.


해파랑길이 있어 다시 생명을 찾은 도구해변을 뒤로하고 길은 철강공단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제철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역사를 창조한 포스코 공장을 비롯한 포항공단이 차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1960년대 말 포항 영일만의 한적한 바닷가에 세워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은 당시 상황으로는 농업사회를 공업사회로 변화시키는 한편의 역사가 되었다.


포항의 근대화는 포스코와 함께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경계선에는 구 형산강교가 있다. 길을 내는 사람이 지금의 형산강교를 만들었고 구 형산강교는 사람만 왕래하게 되었다


구형산강 다리위에서 바라본 포스코.
원광석이 이곳을 거치면 철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산업의 쌀이 된다
길은 이제 송도해수욕장을 을 향하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꽃샘추위를 몰고 왔는지 산책로에는 하얀 벚꽃잎만 날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걷고 또 걷고 또 걷는다. 먼지 가득한 찻길을 걸어서인지 길이 멀기도 하다


포항운하관

포항운하는 죽도시장방향으로 흘러가는 샛강위로 설치된 복개도로를 해체하여 운하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2014년 준공된 포항운하는 포항이 자랑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토목대통령의 고향이 이곳 포항 영일지역이니, 운하사업을 접은 대신 고향땅에다 운하를 만들었나 보다. 막혀 있던 물길을 뚫어 물길을 잇고 부분적으로 생태환경을 복원했다고 하지만 운하에는 코로나로 운행이 중지된 크루즈선만 외로이 떠있다.


해거름 송도해수욕장 길위에 서서 오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바람과 바위와 데크 바닷길과 산그림자와 흰파도, 물방울같은 바다길에서 몰래 훔쳐보았던 풍경들..조금씩 깊어져가는 길과의 우정...
나는 아직도 길위에서 길을 찾는 것이 좋다. 내가 길이 되면 더 좋겠지만 내가 길이 될 수 없으니 길을 찾아갈 수 밖에


해수욕장 해변에 세워진 하트와 평화의 여신조형물.
여행은 오감을 자극하지만 때로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도 현명할때가 있다


해파랑길 16코스의 종점은 포항 송도해수욕장이다.
인증대를 찾기 어려우면 미래로 보내는 우체통앞으로 가서 인증을 받으면 된다.
우체통 앞 길건너에는 중국집도 있으니 오늘 걸어서 뿌듯해진 마음을 한그릇 자장면으로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


송도해변을 넘나드는 거센 파도가 바람타고 도로를 넘어온다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경험으로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해파랑길에 서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수많은 것 들 중 하나쯤은 알수 있게 된다.
두발을 내 디딛음으로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는 것, 옳고 그른 것 조차 없는 완전한 평등을 해파랑길은 알려준다.
잊고 살았던 것 들.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중요한 것들의 이야기 주머니를 조금씩 헐어가면서 이제 흥환에서 송도까지 이어지는 긴 길위에서 주웠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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