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15코스(호미곶~흥환보건소) 여행은 동반자

SM 코둘4500 2022. 3. 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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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5코스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출발하여 구룡소와 장군바위를 거쳐 포항시 흥환리에 있는 흥환보건소까지 이어지는 13km, 걷는 시간 5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이나 걷는 코스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가게등이 전혀 없어 물, 간식 등은 미리 준비해야한다.

길을 걷다보면, 시간에 쫒겨 좌우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걷는 목적조차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있게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가슴설레는 풍경을 접하고 싶은 마음으로(어릴적 소풍가기 전날을 생각해보라 ), 때로는 낯선곳과의 인연을 맺고 싶어 떠나는 것은 아닐까.
여행은 동반자라고 했지..혼자가 싫으면 함께 떠나자
일단 떠나면, 익숙해져야 하고, 세속에서 벗어나야 하며, 여유를 만끽해야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평범한 진리를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왜그럴까. 너무 익숙해져 습관처럼 굳어버린 사고때문일까. 아님, 사회구조가 만든 조급함때문일까.
더이상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자.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의 활력소이자,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주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가슴설레게 만드는 낯선곳의 감동만으로 만족할 것...

대보항 독수리바위
이름그대로 독수리 부리를 가진 바위하나 해변에 서있다. 소문난 바위와는 높이와 크기가 다르지만 뭍으로 나오려다 미쳐 못빠져 나온 독수리 한마리가 바위로 변해서 이곳에 자리잡았다..생각하며 ...


시선을 서쪽으로 돌리면 울퉁불퉁한 자갈마당이 길과 바다를 서로 나누고 있다. 봄날 오후 구만리바다에 갈매기 날개짓 같은 파도가 뭍으로 밀려든다. 그 바다 너머 끝없는 수평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현위치를 보면 크고 작은 언덕을 휘돌아 호랑이 꼬리를 지났으니 이제 영일만을 향하여...


구룡포를 떠나 20km 그리고 만난 거친 자갈길. 이런길은 걷기 힘들다.
왔던 길을 되짚어 보니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를 한나절을 걸어왔다


오르내림을 잊은 이런 자갈길이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저 모퉁이를 돌면 마을이 나타날까


큰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없을 줄 알았던 길이 산을 뚫어 이렇게 데크길을 만들었다. 빨간색 해파랑길사인이 눈에
띌 정도로 선명하다
포항의 오지 흥환으로 가는 해파랑길은 가깝지만 멀다. 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걸어서 가는 해파랑길은 인공적으로 난 길을 가지 않으면 쉽게 접근이 어렵다. 해파랑길 도보꾼들 위해 외딴곳에 돌계단을 놓고, 데크를 설치해놓았다.


사람얼굴 닮은 거대한 "모아이"입석의 늠름한 자태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는걸 보니 이제 마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
최근에 만들어진 해안데크길은 병풍같은 절벽을 가로질러 바다위로 설치되었다. 모아이 입석너머 웬지 비경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입석너머로 계속이어지는 데크길.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바다가 조용하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관심과 흥미를 잃었을 때이다. 그러나 흥환가는 길은 관심을 잃어도 발길을 돌려 중간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
나중에 보여줄 뭔가에 자신이 있다는 듯 끝까지 길을 포기하지 않고 인도한다

어디서 왔는지 얼룩 강아지 한마리가 초콜릿 한개에 한참동안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가 지쳐갈때 위로가 되어준 강아지에게 주는 마음 "댕큐"다


거대한 바위절벽을 넘어갈 수 없어 바다위로 데크길을 만들었다.
해파랑길을 위해 얼마난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했을까라기 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을까로 생각을 바꾸었다
데크길이 없었다면, 바위산을 타고 넘었을까. 데크길을 만들어 길을 열어가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어 살리는 길과 같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걸어간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모아이 석상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대동배 1리의 호미반도해안둘레길 안내도
대동배는 신라때부터 존재했던 봉수대의 이름이다. 오후 늦은 시간 혼자 대동배 2리에서 가파른 길에 서있는 소나무 숲과 비탈길을 걸어올때 어디선가 산돼지가 나타날까 내내 휫슬을 불어가며 산을 타고 이곳까지 왔다.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야생동물을 만날 수도 있으며 갑작스런 위험에 처할수도 있기때문에 혼자 산길 걷기를 권하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고립의 위험이 있을지라도 어차피 혼자 해파랑길을 걸어서 가야하니


절벽아래 구룡소는 아홉마리 용이 전부 승천하였는지 바다가 고요하기만 하다. 영일만에서 가장 뛰어난 풍경이라는 구룡소가 절벽아래에 있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였지만 낚시꾼들이 입구를 어지럽히고 있는걸 보면 신성시되던 구룡소도 이제 옛일이 되었나 보다


구룡소 절벽을 내려서면 다시 자갈 해변길로 이어지지만 사실은 길이 아니다. 거친 자갈을 헤치며 길이 없을 것 같은 절벽해안 끝까지 이어진다. 저 너머에는 마을이 있을까.
배낭을 열어보니 마실 물이 없다. 아름다운 해변이 쉽게 눈으로 들어오지 않을 시간이다.
비경으로 움츠려 있던 싱그러운 기운이 갑자기 사라져간다. 어디선가 멧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없는 길은 해변으로 계속 이어지고, 갈증은 점점 심해진다. 큰 절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길은 있을까 싶었지만 절벽아래도 돌을 쌓아 길을 내었다 . 사람 흔적이 이렇게 반가울줄이야.. 지금 시각 오후 4시 50분.


해안 절벽에 매달리듯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 끈질긴 생명력을 보고 힘을 낸다. 아홉구비도 넘는 길을 돌아 이곳까지 왔는데 지쳤다고 쉬어갈 수 없다. 늦어지면 어둠이 내릴지도 모른다. 4시 55분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운 법.
걸어왔던 영일만 바다가 저녁노을을 맞아 살며시 갯바위로 다가들고 있다. 영일만과 동해바다가 만나 푸른 물결이 넘실대야 마음껏 소리라도 치며 스스로를 위로하지..오늘은 파도조차 없는 고요한 날이다
발산리 마을에서 바라본 영일만 너머 포스코 굴뚝이 어렴풋이 보인다


발산리 마을 버스정류장 말리고 있던 미역을 걷고 있던 할머니에게 구룡포가는 차편을 물었더니 "아이고 우짜노 아이고 큰일났네 금방 지나갔는데" "여서 쬐끔만 걸어가면 보건소앞에 있는 마트에 물어보소 혹시 버스 있는지" 마치 내일이나 되는양 안타까워 하신다.
마음이 급해진다.


흥환 마트에서 맘씨 좋은 주인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구룡포에서 택시 호출(요금 2만원). 구룡포에서 7시간을 걸어 흥환까지 왔는데 최근 개통되었다는 자동차전용도로는 20분만에 구룡포로 실어다 준다.
갑자기 지쳐버린 나는 집이 그리워졌다. 돌아가자..나 지금 힘들어. 오늘 28km 걸었어.
여행은 이런 것이야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떠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설레임을 안고 출발한 여행이지만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후회하지 않을려면 천천히 걸어라.
그리고 모든 것을 눈에 담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몸으로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 또는 "영혼을 씻어주기" 까지 거창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아무생각없이 떠나라..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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