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2코스는 경주 감포를 출발하여 포항시 양포항까지 이어지는 약 14km의 코스이다.
감포항을 굽어보는 언덕배기에 세워진 소나무숲속의 송대말 등대, 오류해변, 일출이 고운 연동마을 그리고 소봉대까지 동해바다가 주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오전 봉길리에서 시작한 해파랑길은 새로운 코스를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오후 2시, 12코스 종점인 양포항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파도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빈약한 상상력을 탓하기도 하고,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면서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지만" 늦은 시간에 쫒겼는지 잰걸음을 옯긴다.
느리게 걷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어둠이 내려오고 있는 낯선곳의 해변이 저절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때로는 휘어진 해변도 마다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에 익숙해졌다
푸른 파도와 푸른 하늘도 쳐다보며, 물결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어 일렁이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는가.
봉길리 문무대왕릉에서 출발하여 감포항까지 거의 4시간이 걸렸다. 도착시각 오후2시 30분.
파도 한점 없이 고요한 감포항은 출항하는 어선조차 없는 감포항을 떠나 양포항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예전 감포항은 새벽이면 고래고기를 삶고, 뱃사람들의 발자욱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제법 큰 어촌이었으나 옛 감포항은 사람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횟집과 대게집들이 고래고기 삶던 포구를 대신하고 있다
감포항 등대 조형물은 감은사 3층 석탑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다보탑을 더 닮았다.
송림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감포항의 풍경이 통영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미항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름다움과 추함
송대말(松臺末)은 소나무가 펼쳐진 절벽 끝자락이란 뜻이다. 감포항 북편 언덕 위에 자리한 송대말등대 주변에는 수령 수백년된 아름드리 해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일출의 명소이기도 하다.
송대말등대 전망대에 서면 거친 바다와 맞서는 갯바위와 암초위에 세워진 작은 등대가 바람을 이겨내고 꼿꼿하게 서있다. 동해바다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이 송대말 등대와 갯바위에 세워진 항로표지를 보고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바깥 세상은 여전히 코로나로 혼란스럽다. 갑자기 나타나 세상을 구원할 구원자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콧등이 시큰해질 정도로 감동을 주는 무언가 필요하다. 지금 절실하게...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감포항 바닷가이다.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했던 옛사람들은 바다가 곧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 등대는 어부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희망이자 마음의 위안이었을 것이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해변에 갈매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눈에 익숙해지면 감동도 무디어진다. 이제 동해안의 수많은 바위와 바다가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감성이 무디어지면 길이 힘들어지니 다시 마음을 추스려 길을 떠난다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해변에도 봄은 오고 있다. 물빛을 보라 싱그런 물빛속에 봄이 보이지 않은가.
연동항의 램프 등대. 램프는 불을 밝힌다. 등대도 불을 밝히고 선장은 안전하고 포근한 항구로 배를 인도한다
봄이 오고 있는 포구는 바람한점 없이 조용하다.
물결이 어슬렁대며 오류 해변으로 밀려든다
시간은 저녁으로 향해가는데 아직 길은 끝나지 않고 조금씩 몸이 추워지기 시작할 때 부러 바닷가로 내려서서 모래해변과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새 해변의 끝지점이다
오류해변 오토캠핑장 휴장안내 현수막에도 아랑곳않고 수많은 차량들이 거의 만차수준이다.
질서는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깨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틀린 말일까
오류해수욕장을 지나 뒤를 돌아 본다. 어디를 지나왔는지, 어떤 길이었는지..상처입고 지친 사람들도 길은 간다.
차도를 따라 걷다가 리본이 안내하는대로 연동리 이름없는 해변가로 내려섰더니 봄을 한껏 담은 연두색 오리나무 열매와 아래쪽 해변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양포항까지 6.8km . 어디쯤인지 알수가 없다. 신창리와 양포항을 가르키는 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경주를 지나 포항으로 들어왔을 지도 모르겠다. 여유롭게 쉬고 싶지만 오늘 걸어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양포항까지 가야하니까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표지. 어느새 경주를 지나 포항을 걷고 있다.
마음이 조급했던 탓일까. 계원리 가는 길을 잘못 잡아 해변으로 내려온 덕분에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게 멋을 부린 갯바위들을 만났다. 에라 모르겠다 풍경좋은 곳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고 가자.
계원리 어항으로 내려가는 마을 안길. 이곳을 내려서면 계원리 어촌마을이다. 내려가는 마을 안길에 손재림문화유산 전시관이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담장대신 심어진 시너리댓잎이 바람에 날리운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이 길을 다 걸어야한다. 오후 6시.
계원리 마을 어항 방파제 위로 초록색의 등대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마을 안길을 경유해서 이제 얼마남지 않은 양포항을 향해서 한걸음씩 걸음을 옮긴다. 마음이 급했는지 소봉대 사진한장 남기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양포항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 항구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곳에 오랜된 여관이 하나 있지만, 코로나로 문을 닫았는지 인기척조차 없다. 아침일찍 문무대왕릉을 출발하여 양포항까지 약 30km 먼길을 걸었다.
이미 지나온 길이고, 다시는 돌아 올수 없는 하루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엇에 쫒겼을까. 시간일까. 욕심일까. 앞으로 걸어야 할길이 더 많이 남았는데, 서두르지 말자고.... 천천히 한걸음씩.. 내일은 양포항에서 시작하는 13코스를 걷는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서툴지만, 진지함이 넘친다. 그럼에도 걸어가는 거리가 늘어갈 수록 조금씩 조급함을 보인다. 길을 걷는 것에 목표를 부여하고,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고,. 여행기를 남기기 위하여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그냥 내가 걷는 이길을 사랑하자고 다짐했지만, 다음날도 똑 같은 오류를 범하고 만다.
'코리아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 14코스(구룡포~호미곶) 상생을 넘어 통일로... (0) | 2022.03.18 |
---|---|
해파랑길 13코스(포항 양포항~구룡포) 구룡포가는 길은 멀다 (0) | 2022.03.17 |
해파랑길 11코스(경주 나아 해변~감포항) 신라천년의 꿈 (0) | 2022.03.15 |
해파랑길 10코스(울산 정자~경주 나아리 해변) 주상절리길 파도소리 (0) | 2022.03.14 |
해파랑길 9코스 (일산해수욕장~정자해변) 동해바다에는 귀신고래가 살았다는데.... (0) | 202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