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따라 서귀포시 전역을 잇고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 무릉 2리부터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들과 바다, 오름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드넓은 들에서 보는 지평선은 아스라하고, 깊은 바다는 옥빛으로 가득하다.
신비한 분위기의 도원연못과 녹남봉은 12코스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생이기정 바당길'로 접어든다.(제주올레 트레일에서 그대로 인용)
총길이 17.5km 소요시간 5-6시간
유년시절의 외갓집은 그리움으로 가득한 단어이다.
"깊고 깊은 산골마을 우리 외갓집"으로 시작해서 "추수하는 가을이면 가보고 싶다"로 끝나는 "외갓집 가는 길"이라는 동요도 있다. 아득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외갓집은 그런 곳이다.
무릉외갓집은 제주도 서남쪽 대정읍 무릉리에 자리한, 계절에 따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무릉외갓집을 떠난 올레길 12코스는 제주어교실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현관 입구에는 국회의원을 선거하는 대정면 제9투표소라는 표지가 선명하다.
며칠전 서귀포시내에서 사전투표를 했으니 국민으로서 할 짓은 했다.
제주어교실이 눈길을 끈다.
제주 사투리는 제주만의 독특한 언어가 있으며 알면 알 수록 정감이 가는 매력적인 사투리다
제주말 특유의 억양은 제주가 품고 있는 자연과 문화의 차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제주어 교실을 뒤로하고 길은 양배추밭을 지나고 제주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껴갈 무렵이면 신도리 도원연못을 만나게 된다. 화산암지대인 제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연못이라 그런지 도원연못은 올레길 12코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제주의 4월은 양파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확한 양파를 빨간자루에 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이삭줍기 하듯 버려진 양파 몇개를 배낭에 담고 녹남봉으로 길을 잡는다.
연초록 무성한 잎은 녹나무이다. 녹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녹남봉은 꼭대기에 전망대를 설치하여 주변 풍광을 보다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녹남봉 오르는 길에는 초입부터 녹나무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100m 남짓한 정상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한다.
녹남봉 전망대에 오르면 태초의 하늘과 숲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군산과 산방산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가마솥 형태의 녹남봉 분화구 아래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다.
분화구에 농사를 짓는다...녹남봉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녹남봉을 내려선 올레길은 12코스 중간스템프가 있는 산경도예로 향한다.
너른 운동장에 아담하게 서있는 세종대왕 동상으로 보아 폐교된 학교임이 분명하다.
도자기 공방인 산경도예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도원마을을 지나면 길은 곧장 신도바당올레로 향한다.
간세가 말하는 신도바당올레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용암이 만든 크고 작은 네개의 도구리가 있다. 도구리는 나무나 돌의 속을 동그랗게 파낸 돼지나 소의 먹이통으로 신도바당 도구리에는 파도에 쓸려온 물고기와 문어등이 산다"
노을해안로를 따라가다 보면 하멜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뿔소라공원을 만난다.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풍경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장소로 전망대와 다소곳한 정자가 있으니 놓치지 말고 눈앞으로 다가오는 오션뷰를 마음에 담고 가시길 권한다
뿔소라공원을 지난 길은 이제 신도포구로 향한다.
신도포구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운이 좋다면 돌고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월봉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신도포구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레길 피로감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길은 수월봉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간다
신도포구를 벗어나면 잠시동안 바당길에서 멀어지며 수월봉으로 길이 이어진다
마늘밭과 양파밭을 지나고 한동마을을 지나간다.
천천히 걸어가는 들판에 초록 풀잎들이 자라고 너른 들녁너머로 대정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내가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걷기는 그 자체로 옳다"
수월봉 중턱에 자리잡은 한국기상과학원을 지나 숨이 가빠질 시간이면 수월봉 수월정에 도착한다.
수월봉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월정 난간에 기대어 너른 바다에 펼쳐지는 숨막히도록 기막힌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수월정에서면 차귀도와 산방산, 단산은 물론, 송악산과 죽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올레길 12코스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수월봉은 해발 77m 높이의 제주 서부지역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특히, 깎아 만든 듯한 수월봉 해안절벽은 동쪽으로 2km까지 이어져 있다.
이 해안절벽은 ‘엉알’이라 불리며, 벼랑 곳곳에는 샘물이 솟아올라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월봉 아래쪽에는 해안선을 따라 지질트레일이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화산 퇴적물이 쌓여 있는 모습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수월봉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육각정인 수월정이 있으며, 수월정 옆으로 우리나라 남서해안 최서단에 있는 기상대로서 거의 모든 기상 관측이 이루어지는 고산기상대가 있다.
차귀도로 떨어지는 낙조의 모습은 제주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일몰 중 하나이다. (VISIT JEJU에서 인용)
수월봉을 내려선 길은 이제 수월봉지질트레일코스인 "엉알 해안로"로 향한다.
최근 지질트레일코스 절벽일부가 붕괴되어 출입을 차단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으나 내가 걸었던 4월까지는 통행이 자유로웠다.
세계유산본부는 붕괴지역일대에 출입을 통제하고 그 지역을 더 확대한다고 하니 엉알해안로를 방문예정인 여행객은 미리 알아보고 떠나야 할 듯..
해안 절벽을 따라 화산 퇴적물이 쌓여 있는 모습이 장엄하다.
수월봉 입구 수월봉정상, 고산기상대 가는 곳과 지질트레일 자구 내 포구로 가는 코스의 갈림길에서 조금 들어와 왼쪽으로 보면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는 스팟이 있다.
수월봉의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이 만들어 내는 절경에 우리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몰 시간에 가면 차귀도로 떨어지는 해도 감상할 수 있다. (VISIT JEJU에서 인용)
태평양전쟁당시 일본군은 수월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제주도내 370여개의 오름(화산체)가운데 갱도진지 등의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12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엉알 해안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군은 수월봉 해안에 인공적인 굴을 파고 갱도진지를 만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으니 침탈의 야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존은 하되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수월봉지오트레일 코스는 3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 10km,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엉알길 3.3km로 약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A코스는 차귀도를 바라보며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3코스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이며 올레길 12코스가 지나간다
당산봉 4.2km는 엉알길이 끝나고 고산항을 경유하여 당산봉을 돌아가는 약2시간 거리의 차귀도와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코스로 올레길 12코스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무인도인 차귀도를 돌아볼 수 있는 C코스 1.5km로 약1시간이 소요된다
3코스 모두를 돌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지만 내가 걸어가야할 길은 올레길 12코스..
엉알해안로를 따라 길이 이어지며 갱도진지와 용운천을 지나간다.
가던 길을 되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다시 새로워지고, 비어있던 마음을 가득 채운다
화산재가 차곡차곡 쌓여 형성된 화산지층과 지층이 휘어지면서 만들어낸 탄낭이 신비함을 더한다
수월봉 해안의 수려한 지질과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 동생의 눈물인 "녹고의 눈물"이 만나 전설을 완성한다.
엉알해안길 지오트레일은 지질학적 명소를 연결하는 트레킹코스로 차귀도의 수려한 풍경과 화산활동의 결과물이 만들어낸 올레길 최고의 코스로 전혀 손색이 없다
초록으로 뒤덮인 섬 차귀도는 보는 방향과 위치에 따라 그 형태가 변화한다. 굴곡진 능선과 화려한 바위군도 마찬가지..
멀리서 바라볼 때 더 아름다운 이유이다.
당산봉(당오름) 뱀을 모시는 신당이 있어 이신을 사귀(蛇鬼)라고 했다.
이후 사귀가 와전되어 차귀가 되었으며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섬이름의 기원이 되었다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아 죽도 또는 대섬으로 불려왔으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다고 하나 지금은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남아 있다.
체험 배낚시 최저가, 전부 12,000원이니 최저가 맞다
차귀도는 배낚시 체험장소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미끼와 배삯 그리고 낚시대 대여비를 포함하여 1인당 12,000원이니 가격도 싸다
고산포구에서 낚시배를 타고 차귀도 바다에서 하는 체험이니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차귀도 귀한 풍경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보상이 된다.
차귀도포구를 지난 길은 경사진 차도를 따라 오르다 당산봉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이어진다
당산봉지오트레일의 시작이다. 당산봉은 둘레 4.6km의 오름으로 당산오름 기슭에 뱀을 모시는 사당이 있어 당오름이라고 했다. 지오트레일은 올레12코스와 순례자의 길이 통과하는데 해안절벽을 따라 용수까지 이어진다
길위에서는 누구나 오직 자신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선물받는다 -이혜림
여행에서 얻는 것이 어디 그 뿐이랴.
찬란한 햇살과 경이로운 풍경과 별들의 반짝임과 파도소리, 그리고 그리고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의 조각들..모두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다
차귀도는 고산포구에서 2km정도 떨어져 있으며 죽도와 와도 등으로 이루어진 무인도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차귀도 이야기에서 인용)
당오름에서 생이기정바당길로 내려서는 길목에 서면 비취색 바다가 차귀도 섬그림자와 어울려 환상적인 비경을 내어 준다
멀리서 보는 시선은 새로운 경험이다. 생이기정 바당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귀도 풍경이 그렇다
생이기정은 생이(날으는 새)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 그리고 바다를 뜻하는 바당으로 이루어진 제주어로 새가 살고 있는 절벽바닷길이 된다.
올레길 9코스에서 박수기정을 만난 기억이 있으니 "기정"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생이기정 바당길에서 만나는 경이롭고 놀라운 풍경들이 시간을 따라 변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검은 색이 되었다가 바람이 그치면 금방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아름다운 것은 쉽게 보여주지 않지만 생이기정바당길에서는 모든 풍경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여행자들이여, 길은 따로 없다. 당신의 걸음이 길을 만든다 -안토니오 마차도-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을 하는데 있다".
염세주의 철학자였던 쇼펜하우어는 알았을까..여행만큼 행복을 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음을..
길은 서있는 위치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풍경도 달라진다
길은 날마다 달라진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길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차귀도 풍경이 그렇다
올레길 12코스는 차귀도 요트를 탈 수 있는 용수포구에서 끝이 난다.
나는 잘 걷고 있는 걸까..올레길은 어떻게 걸어야 할까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걷기를 즐기려한다면 " 놀멍, 쉬멍" 여유롭게 걸어가라고 제주올레는 이야기한다
"작고 사소한" 행복을 원한다면 올레를 걸어러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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