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고흥 시골버스가 멈추는 곳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선다.
새벽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내리는 비를 뚫고 괭이 갈매기 울음이 들려오더니 아침은 오직 잔잔한 파도소리뿐
득량만의 바다는 회색빛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고흥만방조제의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꾸밈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배낭을 매고 길을 떠난다. 2022.10.22(토)
남파랑길 72코스는 고흥만방조제를 시작으로 풍류해수욕장과 신흥마을을 거쳐 대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14.9km를 4시간 동안 걸어가는 길이다
길을 걸어가는 내내 득량만의 바다와 보성군을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해안과 마을, 들판과 숲길이 반복하여 나타나는 단조로움을 극복하며 걸어야 한다.
72코스 안내판은 웅동지구 연안공원에서 고흥방조제가 시작되는 입구까지 걸어가야 보인다. 차도의 오른쪽이다
낮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한참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더니 밤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하였다
고흥에도 8경이 있다. 남파랑길위에서 만났던 팔영산과 남열해변의 일출이 있으며 그밖에도 연홍도와 쑥섬과 소록도가 있고 또 나로도 편백숲과 중산일몰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tour.goheung.go.kr)
방조제 바위 곳곳에 자리를 잡고 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고흥은 사실 낚시꾼들에게는 환상의 땅이자 천국이다.
수많은 꾼들의 애를 태웠던 전설속의 명당이 고흥군 곳곳에 숨어 있다. 이곳 고흥방조제도 그중 하나이다
고흥만 방조제는 낚시는 물론, 해수욕과 캠핑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도록 휴식처로 개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낚시꾼들에게는 뭐든 잘 물리는 포인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계절별로 감성돔은 물론, 농어와 숭어, 갑오징어와 우럭 등 다양한 어종들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의 고흥방조제는 왕래하는 차량하나 없이 고요하다. 고흥의 도덕면과 두원면을 연결하는 길이 약 3km의 방조제는 오른쪽으로 고흥호수를 왼쪽으로는 득량만을 품고 있다.
방조제길 40분, 인적없는 길위로 나즈막하게 떠 천천히 날고 있는 새들과 푸른 하늘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방조제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꺽어 풍류해변으로 향한다.
항동포구에는 출어하지 않은 작은 배 몇척 선착장에 묶여 있고 횟집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 할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항동포 선착장을 벗어나 풍류해변으로 향한다. 코스를 따라가면 스치듯 지나가지만 부러 발길을 돌려 해변으로 걸음을 옮긴다. 철지난 해변은 마치 사유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민가 몇채와 마을어촌체험마을과 작은 화장실 하나, 성수기때는 입장료를 받는지 가격표가 붙어 있다
풍류해변을 지나고 노랗게 익어가는 유자밭을 지나간다. 길은 어느새 상촌마을이다.
깊어가는 가을, 상촌마을 차도위로 향기 피워올리는 국화들이 환희처럼 일어난다. 국화꽃 향기가 길에 가득하다
상촌마을을 지나고 야트막한 고갯마루를 넘어선다. 추수끝난 들판에서 할머니 한분이 이삭을 줍고 있다
요즘 보기 드문 일이지만 이삭줍는 일은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다.
허리를 숙여 일을 하는 탓에 등골이 빠질만큼 힘든 노동이었을 것이다.
논바닥에 한껏 몸을 낮춘 할머니에게서 가난했던 농촌의 과거를 보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월하마을을 지나고 간척지 황금들판과 보성만을 바라보며 신흥마을까지 걸어간다
들판을 걸을 때는 바다를 잊고, 바다를 걸을 때면 들판과 산과 오솔길을 잊는다. 그렇다고 아주 잊지는 않는다.
산길에서는 바다를 버리지 않고 바닷길에서는 산길을 버리지 않기에 아무리 뒤숭숭한 풍경이 나타나더라도 기억속에 진하게 남아있는 풍경을 찾아간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임도를 따라 높아졌다 낮아 졌다를 몇번 반복하고는 잠시 잊고 있었던 득량만 바다를 다시 만난다
바다건너 보성땅이 바라다 보이는 남파랑길이 아름답다. 바다가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용당리 내당마을 우물가에 자리잡은 정자로 잠시 스며들어 가을 햇살 가득한 한낮의 오후시간을 쉬어간다.
배고픔과 갈증을 풀고 신발까지 벗어놓고 피로해진 발마사지까지 다 하고 나서야 다시 길을 나선다.
내당마을을 둥글게 돌아 나서는 곳에 옛우물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도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지 고여있는 웅덩이에 파란 하늘이 걸려 있다
예회마을은 73코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연강마을을 지나고 송정마을을 지나 72코스 종점인 대전해수욕장 입구로 접어든다. 도착시각 12:40분,73코스는 대전해수욕장 입구에서 시작한다.
행복은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불행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느끼고 아파한다고 한다
지금 나에게 묻는다.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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