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70코스(백석마을~고흥 녹동버스정류장)한센인- 이루지 못한 꿈

SM 코둘4500 2023. 3.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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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소록도에 거주하던 한센인들이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기 위하여 피땀흘려 바다를 간척하여 농경지를 만든 곳이 "오마간척지"이다. 
섬을 벗어나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한 몸부림끝에 간척지를 완성하지만 그들은 단 한평의 땅뙤기 조차 얻지 못하고 간척지에서 쫒겨나고 만다.  수많은 희생을 치른 한센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땅 "오마간척지"를 추모하는 공원에는 위령비가 세워지고 한센인을 추모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를 모티브로 하여 소설가 이청준 선생은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을 쓰고 주인공 조백헌원장을 통하여 한센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자유와 믿음그리고 간척을 통한 낙토를 꿈꾼다.
 

남파랑길 70코스는 고흥 백석마을을 출발, 한센인의 한이 서려 있는 오마간척 추모공원을 지나 소록대교와 녹동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녹동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13.2km의 길이다.  걷는 시간 약 4시간 
 
 
 

백석마을을 벗어나면 먼저 약간 경사진 아스팔트를 따라 길게 휘돌아 나가는 길로 시작한다. 
달리는 차들로 위험할 듯 보이지만 갓길이 넓어 비교적 안전하다.  
 
 
 

고개를 넘어서면 고흥만 고요한 바다에 그림처럼 떠있는 거금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길섶 유자나무는 노란색 유자를 가득 매달고 사람을 홀린다. 가까이 보아야 아름답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유자밭에서 가을빛 유자향을 맡는다
 
 
  

오마방조제
세월낚는 강태공 선생

오마방조제 둑길위로 억새꽃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가을에 여행한다는 것은 억새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오마방조제 억새는 유난히 그 색이 밝고 아름답다. 
 
방조제 제방에 앉아 세상씨름 다 잊은 듯 낚시에 빠져 있는 꾼에게 뭘 잡느냐고 물었더니 "갈치"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 순간 진짜 갈치한마리가 은빛 비늘을 햇살에 반짝이며 하늘로 날아온다.  
 
 
 

방조제를 지나고 마을 뒤편 언덕을 올라선다
고흥바다에 그림처럼 떠있는 거금도를 바라보며 황토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할머니도 곁눈질 하고 해안선따라 구불구불이어지는 바다를 멍하게 바라보며 풍경속으로 들어간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거금도와 고흥반도를 연결하는 끝자락에 소록도와 녹동을 연결하는 소록대교가 성큼다가온다.
쏟아지는 햇살아래 푸른바다가 펼쳐진다.
감탄사는 이럴때 나오는 것이다.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고 했지만 이런 풍경은 멀리서 보아야 더 예쁘고 더 아름답다. 
 
 
 

오마간척지
낙토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과 노동의 모습
소록도 원생들이 애곡과 한하운의 보리피리 불며
추모공원 입구

오마간척지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약 3년간에 걸쳐 고흥반도의 작은 섬들을 막고 바닷물을 퍼내는 간척사업을 진행한 끝에 무려 300만평이 농경지를 만들었으나 당시 군사정부의 횡포와 개입으로 단 한평의 땅도 얻지 못하고 쫒겨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소록도 한센인들의 애환과 한과 희생, 그리고 이루지 못한 낙토의 꿈을 기리기 위하여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소록도 원생들의 애곡(哀哭)
 
오호 통재라 
오천 원생은 곡하노라
우리의 비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오마도 간척공사를 1962년 7월 10일 착공하였으나
세계적인 대 기만극으로 1964년 5월 25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기에
여기에 그 유래를 새겨 만천하에 고하노라..
- 개척단 부단장 김형주 -
 
 
 

천마로

추모공원을 내려서면 길은 방조제 둑으로 가지 않고 수로옆 농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찻길을 따라 걷기도 하며 녹동항으로 인도한다. 
 
 
 

바다건너 거금도를 빤히 쳐다보면서 봉산 선착장을 지나고 매동마을로 접어든다
 
회관앞 정자에 잠시 앉아 엊저녁부터 나를 괴롭히던 손바닥 상처를 살펴보는데 구슬만한 물집이 손바닥 중간에 잡혀있다. 갑자기 "욱씬"하며 통증이 엄습한다. 아프다. 풀잎이나 가시에 찔려 생긴 상처가 틀림없다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 녹동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걸음이 빨라진다. 
 
 
 

상송도와 하송도
하송도와 소록대교

거금도와 송도섬을 바라보며 동봉마을을 지나고 바람개비가 바람따라 돌아가는 제방길을 걸어간다
드넓은 갯벌이 들판처럼 펼쳐진다. 녹동을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손바닥 상처를 들여다 본다. 더 커진것 같다. 
제방에서 빤히 보이는 저기가 녹동이다. 
 
 
 

녹동신항 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다 본다.
오늘 하루 걸었던 길위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작은 어촌마을과 작은 들판과 가슴이 확 뚫릴 것 같은 바다가 눈앞으로 달려왔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녹동 만남의 다리위에서
녹동항 낚시가게
도양읍사무소 건물
녹동항

그리고 녹동항, 손바닥 통증이 사라진듯하며 마음이 안정된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걷는다. 빠르게 걷던 걸음을 내려놓고 항구와 그 앞 가게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듣는다. 
 
녹동항은 낚시꾼들에게는 감성돔의 성지로 알려져 있을 만큼 꾼들에게는 환상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런 유혹에 빠져 수많은 꾼들이 이곳을 찾아 고흥만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옛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걸 보며 " 녹동"이라는 이름을 실감하게 한다
 
 
 

녹동연합의원...치료할 곳을 찾았다. 병원문을 열고 의사에게 상처를 보여준다.
메스로 손바닥 물집을 터뜨리고는  혹시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이물질을 찾기 위하여 상처부위를 휘젖는다. 
깊은 통증이 사라지고 손바닥을 빠져나가는 상쾌함..걷는 길은 무거웠지만 갑자가 참을 수 없는 배고픔이 엄습한다
 
 
  

바다정원을 연결하는 빨간 연륙교
바다정원에서 바라본 녹동항과 낚시배들

녹동연합의원골목길을 지나고 도양읍사무소를 지나 녹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코스를 마무리하고 곧장 녹동바다정원으로 향한다.  고흥의 대표항구인 녹동항 바다를 매립하여 원형의 바다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녹동바다정원이다.
바다위에 인공섬을 만들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바닥분수와 야외무대와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여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안겨 주었다. 
녹동항과 수많은 낚시배들, 그리고 거금도와 소록대교가 만들어 내는 풍경은  바다정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둘도 없는 풍경이다. 녹동항이 만들어내는 정취와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10여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찾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소록도 입구에서 입도를 금지하고 있다.
고흥반도 끝자락에 자리잡은 소록도는 한센병환자들의 애환과 상처가 남아 있는 섬이다.
녹동항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떠 있는 소록도는 그 형상이 마치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섬의 일부를 개방하고 박물관과 중앙공원, 감금실과 검시실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소록도의 삶이 하늘만큼 행복했다"는 할매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의 숭고한 정신과 한센인의 애환을 느껴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제 소록도를 뒤로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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