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날마다 달라진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길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준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나태주 -사람에 답함)
남파랑길 69코스는 도화읍 베이스볼파크를 출발, 신호제와 천등산 철쭉공원을 지나 고흥군 백석마을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길이15.7km를 약4시간 정도 걸어가는 길이다.
천등산 싸목싸목길과 먼나무길에서 고흥만의 해안경관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풍광만 아름다운건 아니다.
존재만으로도 가치를 가지기 충분하다. 잊고 살다가 가끔 꺼내어 돌아보고 싶은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10.19. 4일간의 휴식을 끝내고 2차 원정을 시작한다
도화베이스볼파크를 출발, 읍의 번화가를 지나 도화읍길을 벗어난다. 이른 아침탓인지 텅빈 거리에 적막이 흐른다.
시선을 멀리 두어도 마찬가지,,,아주 한참을 걸은 후에야 읍내 풍경이 눈속에 담긴다
주조장은 양조장이다. 보통 양조장은 번화가에 있기 마련이지만 면소재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
막걸리는 마시는 맛도 좋지만 술이 익어가는 것을 보는 것도 여행이다.
단순하게 술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 한국인의 정서가 살아 있는 문화를 체험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도보성지순례길은 도화성당에서 고흥성당을 거쳐 녹동까지 이어지는 30km의 순례길이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이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여 격려하고 있다
도화중학교를 지나고 갈꽃 만발한 도화천을 따라 제방길로 들어선다.
하늘은 시리도록 맑은데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강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온다.
추수를 채 마치지 못한 들판, 어디선가 진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추수 끝난 논일까. 아님 노랗게 익어 고개숙인 황금들판일까
알고 보니 논두렁아래 추수끝난 논바닥, 바람 타고 올라온 볏짚 향이다
천등산 임도를 따라 조금씩 가팔라지는 경사길을 따라오른다. 산중호수인 신호제가 길을 따라 길게 삼각형으로 이어진다
푸른 하늘, 푸른 호수 청정 산, 청정 소나무 가을 바람타고 고흥땅을 품는다
길은 싸목싸목길과 일부 겹친다.
여기서 "싸목싸목"은 천천히라는 고흥사투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등산 임도길을 따라 오른다.
풍경들이 잠에서 깨어나 바람결 따라 움직인다.
길아래 까마득하게 들판과 마을이 보이고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들이 능선을 따라 고도를 높여간다
임도길이 천천히 굽이 돌때마다 가을 야생화를 심심찮게 만난다. 낯익은 꽃이라도 만날 양이면 괜히 반갑다.
고흥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천등산(554m)은 팔영산과 함께 고흥을 대표하는 산이다
고흥의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정상에 봉수대가 있다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해서 천등(天登), 스님이 도닦기 위해서 많은 등불을 켰다고 해서 천등(天燈)이라고 했다는 설에서 유래한 천등산은 정상까지 임도가 깔려 있어 차로 오를 수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드넓게 펼쳐진 고흥의 바다를 낼려다 보며 모닝빵과 바나나 한개, 커피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천등산을 내려선다
천등산에서 내려다보는 고흥의 바다가 푸른 하늘아래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구름과 바다가 경계를 이루고 그 사이에 섬과 섬들이 포근하게 물이 흐르듯 잠겨있다. 한걸음 옮길 때 마다 소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보이기를 몇번하더니 길은 다시 숲길로 접어든다
딸각산은 바위를 밟고 오를 때 "딸각"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천등산 임도는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하늘을 가릴 정도의 울창한 숲과 가끔 나타나 사람을 놀래키는 바다풍경이 번갈아 나타나더니 어느새 천등마을이다.
백석마을 가는 길, 논에는 황금빛 벼가 추수를 기다리고 유자밭은 황금색 유자를 가득 매달았다.
사방은 고요하고 하늘은 투명하다. 고흥의 땅은 확실히 풍요롭다.
사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이런 풍경에서 만족을 얻고 자유라는 삶을 얻는다
남파랑길 69코스는 백석마을 버스정류장이 있는 마을 정자에서 끝이난다.
평범한 길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물을 얻었으니 "작은 것에서 큰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이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69코스 이후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추모공원과 관련한 내용은 70코스 이야기로 남겨둔다
고흥만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몰고온 작은 파도가 갯벌 백사장으로 솨아~ 소리를 내며 밀려든다
타들어가는 노을 빛이 바다에 잠긴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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