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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65코스(독대마을~영남면 간천버스정류장)고흥의 속살을 걷는다

SM 코둘4500 2023. 2.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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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을 흔히 천천히 쉬어가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바다와 산, 들판이 걸음 걸음마다 마주할 수 있으며 하늘과 땅, 물이 살아있는 녹색의 땅이라고도 한다 
야트막한 언덕아래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빨강, 노량, 파랑 등 원색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농촌풍경,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된 작은 어촌들, 고깃배 떠있는 작은 포구와 잔잔한 바다, 그 바다에 떠있는 그림같은 작은 섬들 이런 풍경이 있어야 고흥이 되고 남도삼백리길이 된다
 

남파랑길 65코스 안내판

남파랑길 65코스는 고흥군 독대마을을 출발, 화덕마을과 아름다운 여호항을 지나고 고흥만의 백일도, 원주도를 바라보며 걷는 구간으로 농촌과 고흥만의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전천후 코스이다. 코스 거리 24.7km, 7시간 소요.
남파랑길 어디든 그렇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되랴만...단점이 있다면 물과 음식을 모두 준비해야한다는 것과 마땅히 쉴곳이 없다는 점이다
 
 
 

팔영산 아래 주차장
능가사길의 아침 안개

하룻밤사이 깊은 가을속으로 들어간듯 아침저녁으로 손이 시러울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다
아침이 다가오는 새벽에 안개가 들판을 뒤덮고 있다.
65코스를 걷는 동안  팔영산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8개 봉우리를 선사한다
 
2022.10.11. 능가사길 팔영산 아래에서 하룻밤 차박하고 독대마을로 이동후 65코스를 시작한다.
 
 
 

독대마을..독대란 단어가 독특하여 고흥군에서 찾아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해설이 붙여져 있다
과역면의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지형이 마치 거미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거미 독(蝳)자를 사용하여 독대(蝳垈)가 되었다가, 홀로 입향하여 터를 잡았다고 하여 홀로 독(獨)자를 써서 독대((獨垈)가 되었다고 한다(고흥군 – 과역면 연혁 및 유래에서)
 
독대마을을 빠져나와 차도를 따라 걸어가다 독대교 농로방향으로 길이 이어진다.
차도를 피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들판을 한바퀴돌아 나오도록 설계되었는데 한참을 걸었음에도 출발했던 지점이 바로 코앞인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화덕삼거리 버스정류장 고흥군 관광안내도

고흥군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으나 남파랑길이 연결되는 곳은 고흥군 10경중 남열리 일출 한곳 뿐이다
남해안의 수려한 해안경관과 대도시의 화려함, 농산어촌마을의 소박함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걸어가는 동안 대부분의 "해안경관"과 풍경들을 놓치고 만다. 
코스대로 걷지 말고 연계하여 걸어가면 될 일이지만 남파랑길 밖의 풍경까지 빠짐없이 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화덕마을

화덕마을을 지나고 농로를 지나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완만한 언덕같은 임도를 따라간다. 
10월의 한낮 햇살은 생각보다 뜨겁다. 편히 앉아 쉴곳이 전혀 없지만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아껴가며 걷는다
 
 
 

심포마을 바다
경사진 바위로 밀물이 급하게 들어온다

임도길 1km남짓..심포마을을 지나고 작은 생명체가 숨쉬는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갯벌을 지나간다.
이런 외딴곳에서 " 딸기와 바우내집" 펜션을 본다. 묘한 적막감..집으로 향하는 길은 밀물이 삼켜버렸다. 
바람이 그랬는지 주인없는 빈배는바다에  빠져있고, 찰랑거리는 물결이 쉴새없이 길위로 달려온다. 
 
밀물을 피하여 산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다시 길로 내려섰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들판, 한걸음 내딛고 바라본 하늘가에 팔영산 영봉이 풍경을 바꾸어 가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콤바인이 쉴새없이 볕짚을 쏟아내는 들판을 지나고 어느새 예동마을이다.
경로당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어디선가 닭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꼬끼오"라고 들려야 하는데 세상살이가 힘들었는지  "우째 살꼬"로 들린다. 경상도 닭이다
 
 
   

고흥의 끝없이 펼쳐진 들판 농로를 지나간다. 날개길이만 2m에 이르는 드론에 무언가를 채우고 들판을 가로질러 하얀 가루를 살포한다.
겨울철 소의 먹이가 되는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인 코윈어리였다.
드론을 이용하여 들판에 파종을 먼저하고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면 한겨울에도 초록의 풀들이 자라난다.
 
 
 

끝도 없이 펼쳐진 너른 들판 한가운데 할머니 한분이 풀뽑기 작업을 하고 있길래 인사를 했더니 고흥의 여느 할머니처럼 
어디서 왔느냐..어디까지 가느냐, 운동하느냐 등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고는 해남까지 간다는 말에는 "배타고?" 아뇨 걸어서요" "안되여..해남은 배타고 가는데지 걸어서는 못가" 하면서도 "조심해 댕기소"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신다. 
낮설었던 고흥땅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기암느낌의 바위

심은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잎이 거의 다 떨어진 메타스퀘아 길을 지나 작은 숲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는데 그 순간 거짓말 처럼  팔영산이 눈앞으로 나타나 8개 봉우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휴식을 취할 곳은 커녕 편히 앉을 곳조차 없는 65코스에 시원한 그늘과 앉을 수 있는 좋은 자리를 만났다.
상수리 나무아래 평평한 돌판에 다리펴고 앉아 사과 한알, 바나나 한줄기,  한조각 빵과 우유로 점심을 대신한다.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또  질문을 던진다.
남파랑길 걷는 중이라고 하니 "엄지"를 척 올리더니 가던길을 지나간다
 
 
 

원주도와 꼬사리 섬

팔영산을 바라보며 여자만 바닷길을 지나고 여호마을로 접어든다. 
방조제가 만들어 낸 안쪽 작은 저수지는 온통 갈대숲이다.
푸른 바다와 작은 호수와 바람에 실려가는 갈대와 팔영산은 말그대로 풍경이 되고 휴식이 된다
 
 
 

방조제를 지난 길은 곧장 여호마을로 향한다. 마을 중간으로 난 골목을 따라가면 여호항이다.
 
 
 

여호항

2개의 등대와 반달같은 묵섬을 포근하게 감싸며 넓은 여호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표현하지 않아도 멋과 느낌이 살아 있는 풍경 아닌가..
 
여호항을 가로질러 화장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항구 끝 해양경찰 파출소로 들어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그럼 어떻해...파출소에서 볼일 보면 된다. 친절하게도 헷갈리는 길까지 안내해준다
 
 
 

해양경찰 파출소 뒤 가파른 언덕을 올라 화장실도 없는 여호항을 벗어난다. 그래도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것..
 
 
 

공동산 좁은 길에서 바라본 호수같은 바다가 시선을 끈다. 세상 어느 호수가 이렇게 아름다울까. 
세상 모든 것들이 고요해지고 투명해진다. 
 
 
 

공동산 낮은 임도를 따라 언덕을 내려서면 방내마을로 접어든다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길위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특색은 없지만 편안하다. 
따가운 햇살아래 한줄기 바람이 흐르는 땀을 씻어준 탓일 지도 모른다
 
 
 

방내저수지

방내저수지를 지나 오른방향으로 팔영산 그림자를 밟으며 강산리제방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작은 선착장이 보인다
여자만 갯벌위로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다시 들판으로

고흥의 들판으로 다시 들어간다. 차도에서 뒤돌아 보니 한참전에 보았던 드론이 날아 다니던 바로 그 들판이다
코닿을 거리를 여호항을 삼각형으로 돌아 왔다. 이제 팔영산은 보이지 않는다
 
 
 

점암면 오산교차로에서 팔영대교 방향과 다르게 남열해변으로 길을 잡고 작은 언덕같은 고개를 넘어가면 신성마을이다
 
 
 

영남면 표지석

팔영산 남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영남면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영남면 표지석이 세워진 신성삼거리에서 오른쪽은 팔영산 휴양림이 왼쪽 방향이 오늘 목적지인 간천마을 가는 길이다
여기서 간천마을까지는 전부 차도이다. 갓길조차 없는 차도위로 차들이 질주한다 
 
 
 

남파랑길 64코스는 간천마을 버스정류장까지이다. 
평범한 길이었지만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풍경이 되고 기억이 된다. 
오늘 저녁을 위하여 남열해변으로 향한다.  계절이 변하고 낮시간은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 초록의 속삭임은 단풍지는 산과 황금들판이 주는 풍요로움으로 변하였다. 이제 그 시간을 타고 10월의 중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무수한 별들이 구름 달빛속으로 사라져가는 밤, 바다는 달빛에 빛나고 선명하게 반짝인다
우주발사전망대의 에메랄드 조명은 바다로 빠져들었다.
 
 
 

남열해변에 새겨진 발자욱
남일대 해변의 일출

남열해돋이 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장엄한 남해의 일출을 맞는다.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 간단히 샤워할 수 있는 매점과 편의점 등 고흥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소이다.  
고흥우주발사대전망대에서 서서 발아래 펼쳐지는 남열해변은 왜 고흥을 지붕없는 미술관이라는 표현하고 있는지 잘 알게 한다 
 
위 그림 순서대로 남열해변의 저물녁☞ 남열해변의 밤☞ 남열해변의 여명☞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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