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63코스(벌교읍 회정리~고흥군 망주농협) 숨쉬는 땅 벌교

SM 코둘4500 2023. 2. 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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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伐橋)라는 이름은 포구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포구에다 옛날에는 뗏목으로 다리를 놓아 건너 다닌데서 생겨난 것이다(조정래 태백산맥에서 인용)

벌교는 행정구역상 보성군에 속해있다. 그렇다고 벌교를 '보성'으로 칭하는 일은 없다.
외지 사람이라면 벌교가 보성군에 속한 곳임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벌교를 보고 '보성'이라고 하지 않는다.
타지에서 벌교에 갈 때 다른 사람들에게 '벌교 간다'라고 말하지, '보성 간다'라고 말하진 않는다.(나무위키에서 발췌)

벌교 사람..벌교 땅, 벌교 꼬막,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마라는 말도 있다.
벌교는 그런 도시이다.

남파랑길 63코스는 부용다리 동쪽 사거리에 위치한 국화꽃 만발한 소공원을 출발하여 태백산맥 문학길을 따라 벌교읍을 한바퀴 일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역사문화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보성여관, 홍교와 , 청년단자리, 금융조합, 벌교역과 꼬막거리 등 수많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남기며 벌교 갈대밭 사이 데크를 지나고 죽암방조제를 거쳐 고흥군 팔영농협 망주지점까지 이어진다. 거리 21km, 소요시간 6시간


벌교천변 산책로 양쪽으로 낙엽지는 벚나무와 향기가득한 국화꽃이 만발하고 있는 길이 63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태백산맥 문학길이 함께하는 길이기도 하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작가정신을 설명하고 있다


태백산맥 소설 내용을 붉은 기둥에 담아 내고 있다.
"정 갈라먼 요것 띠놓고 가씨요" 나무 몇 지게에 넘어간 주막의 주모가 빨치산 하대치에게 하는 말을 옮겨 놓았다.
뭘 떼놓고 가라는 건지..상상에 맡긴다.

걸쭉한 입담이 맛깔나게 살아있는 언어와 작가와 소설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소설속 근현대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다리 미리내

꼬막거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태백산맥 꼬막 맛집..
벌교는 태백산맥을 제외하면 이야기거리, 볼거리, 맛집이 없을 정도이다


벌교천 홍교다리에 서서 태백산맥의 내용을 반추한다. 사실상 주인공이었던 김범우, 염상진 그리고 읍내의 유일한 병원이었던 자애병원의 전원장....홍교는 횡개다리라고 불렀고 태백산맥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물이 되었다.
벌교포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청년단 하면 염상구가 떠오른다. 벌교일대를 장악한 깡패두목이자 청년단장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의 형 염상진과 대비되면서 민족상잔의 분단, 갈등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문학기행길 해설)

대체적으로 우익과 관련한 인물을 긍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데 염상구도 또한 같다

한국전쟁 1.4후퇴시 소설속 인물인 기자 민기홍의 입을 빌려 작가는 말한다
"역사의 정당성이고 다수의 삶을 위한 혁명"이 고 다 필요없이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지키려고 몸부림하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사는 도시가 서울....이라고


태백산맥 줄거리 요약본
작가 조정래 부조상
태백산맥 소설 모형
벌교금융조합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무대는 벌교읍과 그 인근 순천의 외서, 율어면과 보성의 조성면이다.
소설에서 가장많이 등장하는 벌교읍은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출신지이며, 대부분의 사건 또한 벌교읍에서 일어난다

태백산맥 문학관도 읍내에 있으며, 소설속 청년단, 남도여관, 철다리, 진트재와 경찰서, 술도가와 현부자 집 , 김범우집과 금융조합, 솥공장 등이 고스란이 보존되고 있다 . 천천히 걸어가며 소설속으로 들어간다


소설속에서 보성여관은 남도여관으로 나오는데 지금도 손님을 받고 있는 숙박업소이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룻밤 묶으면서 태백산맥문학길을 돌아보고 맛있는 꼬막정식으로 맛여행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아닐까.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며 요금은 8만원이다. 관람만 할 경우에는 1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소설에서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보성여관"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 전쟁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기억하는 근현대 삶의 현장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억의 장소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절, 이 건물은 여관이었고, 그때의 실제 상호는 '보성여관'이었다.
역사와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보성여관 소개에서 인용)


외서댁청과물
벌교읍 거리

태백산맥 문학길을 돌아 나오는 길에 벌교역을 지나왔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소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왔던 벌교역은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의 이념분쟁이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마침내 화해하는 현장으로 등장한다.

"살아서 빨갱이제, 죽어서도 빨갱이냐"며 벌교역전에 효수된 형인 염상진의 머리를 끌어내려 장례를 치러는 것으로 화해하는 장면은 읽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한다

소설속의 외서댁이 가게 상호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벌교읍을 돌아보는 재미를 더한다. 외서댁청과물, 외서댁 꼬막나라...


벌교읍을 동네 한바퀴 돌듯하고 읍내를 벗어나 벌교천변에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으로 들어간다.
갈대숲 갯벌위로 데크길을 놓아 그 사이로 걸음을 옮겨간다. 길 양옆으로 갈대가 자라고 갯벌속 생명을 보기도 한다
푸른 하늘과 하얀구름, 벌교천이 갈대숲에 가려져 보였다가 사라진다
갈대밭도 되었다가 초원도 되었다가 데크 중간쯤에서야 비로소 완전한 풍경이 된다


갈대밭
갈대밭 데크길

조정래는 소설에서 벌교포구와 갈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름푸레함 속으로 바닷물이 실려있는 포구와 햇솜같은 흰꽃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


부용산 아래 벌교읍이 조금씩 멀어져 간다.
멀리 벌교대교를 바라보며 농로길을 따라간다.
며칠동안의 거친 날씨 끝에서 모처럼 만난 포근한 날씨때문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문저리낚시꾼

더넓은 벌교갯벌이 바다를 향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수많은 걸음 한가운데서 우물을 긷듯 불쑥 다가운 풍경하나, 그 하나를 만나기 위하여 걷고 또 걷는다


벌교 갯벌과 습지는 여자만이 기지개를 켜는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벌교갯벌의 진면목을 계속하여 보여준다
잔바람이 물고기 비늘같은 물결을 만들어 내는 방죽을 따라 길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바다가 모습을 감추고 황금빛 너른 들판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제두마을의 너른 들판과 축사앞에서 들깨를 털고 있는 노부부와 마을 담장 낙서..
이런 풍경도 버리지 않고 껴안아야 여행의 에너지가 된다.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당을 지나고 벌교꼬막의 주 생산지로 알려진 대포마을로 접어든다
길은 열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대포마을 화장실에서 흘린 땀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마땅히 쉴자리가 없으니 쉴 수 있는 곳이 나타나면 쉬어야 한다


길은 바다를 향해있는 데크로 가지 않고 차도로 안내한다.
대포바다에 지주섬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데 벌교 갯벌은 바닷물로 가득하다. 이제 고흥이 코앞이다.


보성군 벌교를 지나고 고흥군 죽림마을로 접어든다. 돌아보면 높고 낮은 산이 3면을 감싸고 동으로 바다와 연결되었다


죽림마을에서 작은 언덕을 넘어 죽암마을로 내려선다.
어촌마을이면 대부분 그러하듯 바다를 따라 1자형으로 마을이 길게 형성되어 있다.
고흥만 바다에 지주라는 이름을 가진 섬과 섬들이 줄지어 서있고, 멀리 여수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면 눈높이 따라 바다 풍경이 달라진다. 방향과 햇살에 따라서도 달라보이니 놀랍지 않은가

바람한점 없는 10월의 오후, 멀리 고흥의 바다와 파란 하늘, 하얀구름 아래 옹암쉼터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옹암교차로에서 죽암방조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죽암방조에 피어난 은빛 억새가 바람결에 흩어지면 눈부시다 못해 화려하게 빛난다
육지에서 흘러온 대강천이 죽암방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고흥만으로 흘러간다.


대강천 제방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언덕같은 얕은 야산하나를 돌아 고흥군 망주리로 들어간다
들판에는 익어가는 황금빛 나락과 뿔이 날똥 말똥한 송아지한마리, 빨갛게 익어가는 대봉시,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 이렇게 멋진 풍경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의미없는 아름다움일 뿐이다...


세계7대로펌(?) 입사 현수막

고흥군 망주농협앞에서 남파랑길63코스가 끝이 난다. 세계7대 로펌이 어디인가 몰라도 로펌에 입사한 손녀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생각하면 현수막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망주 하나로 마트에서 캔맥주한통을 사고 마을 버스정류장에 앉아 맛나게 마시고 64코스로 향한다. 오후 1시 30분

대한민국 구석구석 아름다움이 모여있는 길 코리아 둘레길 이제 63코스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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