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은 3면이 바다로 고흥반도와 23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보물같은 땅이다. 요란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유일의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한센병으로 알려진 소록도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돌출되어 있는 오리발형태의 해변과 들판을 걸어가는 남파랑길은 그 크기만큼이나 코스 또한 13개에 달할 정도로 길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 섬과 섬이 만들어내는 수려한 해상경관 등 무엇하나 빠질 수 없는 풍경을 가지고 있으나 남파랑길은 모든 풍경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여행의 결과가 없다고 그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남파랑길을 따라가며 고흥땅을 하나씩 만나보자
남파랑길 64코스는 팔영농협 망주지소를 출발하여 장동, 오도, 덕동마을을 거쳐 독대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 13.4km를 약 4시간에 걸쳐 걸어가는 길이다.
아름다운 경관이나 볼거리가 없는 대신 남도땅의 농촌마을과 그들의 생활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니 풍경에 대한 기대는 너무 갖지 마시길...
망주평촌길이 평촌마을 동네 한복판으로 이어지다 곧장 평촌의 너른 들판으로 연결된다.
마을은 적막감이 들정도로 고요하다 못해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지만 열린 대문틈으로 살짝 들여다 보니 빨래가 걸려 있다. 사람이 살고 있다...
소망주산을 바라보며 염수제 작은 연못을 지나고 잠두마을 축사를 지나간다. 남도땅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노랑이가 아니고 얼룩이 젖소이다. 노랑이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길게 빼고 다 지나갈 때까지 눈맞춤을 이어가지만 얼룩이는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먹이만 찾고 있다.
고흥은 간척지의 고장이다. 바다를 가로막아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만들고 농토를 만든다.
신망간척지 넓은 들판을 따라 직선으로 길게 뻗은 농로가 남파랑길이 된다. 그 길을 따라 황금들판을 지나고 덕동마을로 접어든다. 자물쇄가 걸려 있는 마을회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갈증을 풀고 아픈 다리를 쉬어간다.
덕동마을 지나 좁은 임도따라 올라서면 감나무 과수원이 나타나지만 곧 길이 사라진다.
사나운 개 2마리가 지키고 있는 과수원안쪽으로 들어가면 안된다
과수원 입구아래 오른쪽 방향을 잘 살펴보면 길이 나타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좁은 오솔길이 밤나무 아래에 숨어있다. 코리아둘레길이다
덕동마을 지나 첫번째 만나는 다리위에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두루누비나 코리아둘레길 앱 하나를 선택하여 따라가도 뱃지 획득은 모두 가능하지만 두루누비가 쉽다. 남파랑길 빨간색 싸인을 따라가면 장동마을에서 두개의 코스가 하나로 합쳐진다.
코리아둘레길앱을 따라 산길을 내려서면 장동마을이 나타나고 장동저수지가 고저녁한 풍경을 담아내는 가을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가을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억새잎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수면위로 반짝인다.
장동마을 너머 오도방조제길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났다. 꽃대궐을 연상시킬만큼은 아니었지만 억새와 조화를 이뤄 불어가는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꽃은 나름 아름답다. 고개를 돌리면 멀리 팔영산의 작은 영봉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외호마을을 지나고 슬항마을을 지나간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수 없다. 평범한 길이다.
게다가 연등마을 가는 언덕은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연등마을가는 길에서 할머니 한분 감나무가지 하나를 낫으로 베어내더니 손으로 뚝떼내어 내게 건네준다. 실한 단감이다
"고생하씨요" 풍성한 풍경은 없어도 넉넉한 인심은 맛보았다. 푸근해진 마음을 안고 독대마을로 향한다
하늘을 가릴만큼 숲은 잡목으로 울창하다. 낙엽이 떨어져 좁은 산길을 뒤덮고 있는 길을 따라 마지막 남은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10월의 짧은 해가 산허리에 걸려있다
그리고 독대마을..당산나무아래에서 고흥의 첫날 64코스를 마무리한다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풍경이 아닌들 또 어떠랴. 남도땅은 온몸으로 다가오는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고흥만의 독특한 풍경이 있고 오랜 세월을 지켜온 사람이 있으며 고향처럼 푸짐한 인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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