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62코스(순천 화포마을~보성 벌교읍 부용교사거리) 갯벌이 숨쉬는 땅

SM 코둘4500 2023. 2. 1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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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태백산맥은 1945년 광복후부터 1953년 휴정협정 때 까지 전남 보성군 벌교읍을 주무대로 하여 한국의 근대사를 재조명한 소설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벌교출신이며 사건도 벌교읍과 그 인근 면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벌교읍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중도방죽에서 벌교읍 전체가 태백산맥으로 시작하여 태백산맥으로 끝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통 소설 태백산맥과 연결되고 있다.
순천 화포마을에서 벌교읍 부용교 앞 작은 소공원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위에도 소설은 따라온다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남파랑길 62코스는 별량화포마을을 출발하여 뻘배체험장이 있는 거차마을과 용두, 구룡마을, 호동방조제 제방을 따라 이어지는 남도삼백리길 갯벌길과 중도방죽길을 따라 끝도 없이 연결된다. 장양항을 지나고 갯벌 잔도데크를 한발자욱씩 걷다보면 중도방죽의 끝, 멀리 제석산아래 벌교읍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총거리 24.8km 약 8시간 멀다..
화포마을 출발시각 2022.10.9(일) 오후 1시 40분


화포마을 갯벌

남도땅 어디든 만날 수 있는 어촌집 입구, 벤치에 앉아 양말까지 벗어놓고 잠시 다리쉼을 하는데 할머니 한분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뭐하는 사람이요" "어데서 왔소" . 그렇게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집에서 암말도 않는지..부산에서 어떻게 걸어올 수 있는지..어디까지 가는지..나이는 몇인지 등등 옆자리에 앉아서 신원조회를 확실히 한다
그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튼실한 대봉감 홍시를 몇개 들고와서는 먹으라고 하신다. 한개면 충분하다고 하는데도 "우리 딸"하고 나이가 비슷하다며 배낭을 열고 넣어주며 하시는 말씀 "조심해 댕기소" 해남은 머요"하며 뒷짐을 지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여행에서 만났던 일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화포마을에서 만난 구수한 시골인심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벚나무 가로수 데크길
칠게 그물

화포마을을 벗어나 마을 언덕을 오르고 차도를 따라 이어지는 남파랑길은 어느새 죽전방조제방향으로 향한다
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에 나무로 만든 어선쉼터에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아래 갯벌에는 칠게그물이 드넓은 갯벌에 세워져 있는데 칠게잡이 그물이 맞기는 한지..쉼터 아래에서 교각공사를 끝내고 담배한대 피우고 있는분께 물었더니..칠게그물이란다.

쉼터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추워진 몸을 녹이며 눈에 들어오는 순천만 너머 고흥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순천만 코스모스
뻘배

죽전방조제에서 창산마을까지 회색빛 넓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다. 잠시 손을 놓은 뻘배는 오늘 할 일을 모두 끝냈는지 한가하게 갯벌에 누워있다.
뻘은 갯벌을 뜻하고 배는 갯벌을 오갈 때 쓰는 이동수단이다. 뻘배를 타는 사람들은 주로 여자들이다.
한쪽 다리를 뻘배에 놓고 다른한쪽 다리를 이용하여 갯벌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젋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뻘배를 노인분들이 힘들지 않게 타는 걸 보면 힘으로 타는게 아니고 세월의 힘으로 타는 것 같다


도요새

벌량면 마산리 창산마을 앞 갯벌에서 도요새가 먹이를 찾고 있다.
낙동강에서 사라진 도요를 순천만에서 만난 것은 행운이다. 주변에 갈대밭이 있어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준다

내가 걸어가는 동안에도 바다는 살아 움직이고 생명은 숨을 쉰다


신덕마을 갯벌

갯벌에 작은 구멍을 뚫어 살고 있는 칠게들은 바람처럼 나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남파랑길은 거차마을 뻘배체험장으로 이어진다.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뻘배가 놓여져 있고 몸을 씻는 사각형 노천욕조에 바닷물이 가득하지만 을씨년스런 날씨 탓인지 뻘배이용객이 아무도 없다

여전히 비를 머금고 있는지 하늘은 회색빛으로 가득하고 멀리 고흥의 높 낮은 봉우리들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거차마을 갯벌에 솟아난 바위 하나

거차마을 뻘배체험장을 서둘러 빠져나온다.
캠핑장을 겸하고 있는 체험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좀전까지 갯벌에 빠져 갯배를 타고 놀았는지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길위에서 미처 만나지 못한 풍경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가치가 있는 것은 어디에 있든 빛을 발하는 법이다. 갯벌도 그렇다


와온해변에서 시작한 남파랑길은 신덕마을에서 하루의 여정을 마친다. 오후 4시. 신덕마을 들판에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남도땅 외딴 시골 신덕마을에서 벌교로 이동후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62코스 나머지 구간을 걸을 예정이다


신덕마을을 출발, 마산양수장까지 곧장 걸어간다. 지난밤 내린 비탓인지 아침이 춥고 바람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불어온다
마산 양수장 흐린 물속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꾼에게 물어보았다. "뭘잡으세요" "문절이"라고 말을 반토막쯤 끊고 대답한다. 빈물통인줄 알았더니 잡아놓은 망둥어로 물통이 가득하다.
경상도는 꼬시래기, 전라도는 문절이(문저리), 경기도는 망둥어..같은 물고기 다른 이름이다


마산양수장을 지나고 바람부는 들판을 힘들게 나아가는데 첨산의 작은 봉우리위로 일곱빛깔 무지개가 구름을 등지고 푸른 하늘에 매달려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좋은 일이 생기려나..


회색빛 바다와 노랗게 익어 황금색을 띄고 있는 들판에 바람소리만 가득하다
길은 시멘트길, 바람은 불고 갯벌바다는 거친 물결. 문저리 낚시꾼들도 바람에 지쳤는지 하나 둘씩 채비를 걷고 있다


뻘배

회색빛 구름이 고흥의 바다를 뒤덮고 있는데, 순천만의 하늘은 푸른색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새들이 강한 바람에 밀려 이리 저리 날리듯 비상하고 있다. 용두마을까지 거의 다왔다


용두마을 소공원

용두마을 소공원을 지나는 길목에 음식점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숲속에 숨어 있다.
작은 호수를 끼고 음식점 건물이 길게 서있는 물속으로 다리를 놓고 연못 한가운데 정자를 지어 운치를 살렸다


용두마을을 지나고 장구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새우 양식장에서 수차가 쉴새없이 돌아가며 잔물결을 바람에 날리운다. 바람소리 외에는 어떤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구룡마을은 산세가 용과 같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경전선이 지나가는 구룡건널목을 건너 송산길을 따라간다

예전의 철도 건널목은 간수라는 직업이 있어 깃발로 신호를 하기도 했으며, 작은 건물을 두어 관리하기도 했다
차단봉이 내려지고 기차가 지나가면 지금도 "땡 땡 땡 "하는 신호를 울려주는 지..궁금하다


호동마을 철로위로 경전선 디젤 기관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다.
디젤기관차는 한때 한국 철도의 중흥기를 가져올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임을 마치고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낮은 야산을 등지고 여자만을 바라보는 호동마을 넓은 들판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순천을 벗어나 벌교읍으로 접어든다.
벌교읍 호동마을 호동맛집 가든은 인근에서 짱뚱어 탕 맛집으로 이름난 집이라고 한다.
그러나 벌교하면 꼬막 바로 꼬막의 동네 아닌가. 오늘 저녁은 짱뚱어 탕이 아닌 꼬막정식으로 벌교를 제대로 느껴볼 예정


호동방조제, 여기서 부터 보성 벌교 갯벌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보성 벌교 갯벌은 습지 보전법에 따라 2020.12.31.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도립공원으로 선포하였다고 하니 현재 도립공원이다
여자만 넓은 바다가 품고 있는 갯벌 공원으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뤄 보존해야 할 일이다


호동방조제 붉은 시멘트 길이 여자만 넓은 갯벌과 고흥만의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칠면초와 키낮은 염생식물이 갯벌위를 뒤덮고 있는 방조제 길, 장구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하늘에는 푸른 구름이 바람따라 흘러가고 있다.

결이 조금깨어진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과 모닝빵 한조각으로 지친 몸을 추스리는데 방조제 끝자리 키보다 높은 배낭을 매고 태극기를 꽃은 여행자가 눈길을 끈다


바로 이분이다. 강화도에서 해안길 따라 2,300km를 걸어 벌교까지 왔다고 하는데 흰수염을 휘날리며 무려 35kg이나 되는 배낭을 메고 하루 15km씩 걸었다고 한다.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부산을 돌아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걸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모두 합쳐 4,500km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미스터리도 많고 기인도 많다. 왜 저런 짓을 하는거지 할 필요는 없다 . 세상에는 그냥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이 특이하지만 그가 좀더 특이할 뿐일 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날 보면 나도 특이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도저히 이해가 안돼..힘들게 왜 걸을까..?


빠끔살이 펜션

빠끔살이는 소꿉놀이의 방언이다. 갯벌 찰진 흙으로 밥을 짓고 칠게잡아 반찬을 만들면 훌륭한 소꿉놀이가 된다


호동방조제를 지나면 S자로 흐르는 회색빛 갯골시내가 흐르는 벌교의 넓은 갯벌이 장양항 주위로 펼쳐진다
갯벌체험관 주변으로 캠핑장이 있고 정자주변으로 꼬막형상의 조형물을 놓았다.
바람때문인지 추위때문인지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안을 둥글게 돌아 나오면 순천을 잇는 벌교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장양항이 있는 진석마을 앞 갯벌사이로 구불구불 데크길을 길게 놓았다.
난간이 없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안고 천천히 갯벌안으로 걸음을 옮겨 간다. 갯벌위를 걷는 것이다


벌교대교를 뒤돌아 본다. 지나온 길은 길게 느껴지는 법, 벌교바다 너머로 푸른 하늘 아래 구름들이 밝게 빛나고 있다.
아니...벌교 바다가 아니라 넓은 강물같은 느낌의 벌교천 하구이다.


무지개 다리

멀리 제석산이 바라다 보이는 벌교읍을 향하여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조금씩 넓어져 가는 갈대밭을 지나간다


벌교읍을 지척에 두고 벌교천 하구 갯벌을 지나간다. 멀리 제석산이 바라다 보이는 벌교읍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탄생시킨 고장이다. 소설에도 등장하는 중도 방죽은 갯벌을 따라 벌교읍 앞까지 이어진다


중도방죽

중도방죽을 걸어가며 방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정미조의 "갯여울"을 듣는다.
바람소리따라 끊어질듯 이어지는 노래소리가 애잔하게 들리는 것은 중도 방죽이 안고 있는 애환때문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도는 방죽을 만든 일본놈이름이다. 방죽은 피땀흘려가며 쌓은 농민들의 고된 노동의 결과물이니..

소설에서 조정래는 말한다 "역사를 돌이키는 것은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그 목적이 있다"


생태공원앞 나무 데크길

조정래는 또 태백산맥에서 말한다 " 방죽에 쌓은 돌댕이 하나 하나, 흙 한삽 한삽이 다 가난한 조선사람들 핏방울"이라고
그런 길위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방죽뒤로 넓은 중도들판이 황금빛으로 춤추고 있다

최근 생태공원에서 벌교천 갈대밭을 가로질러 데크길이 놓여졌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서 남파랑길 63코스와 다시 만나게 된다


중도 방죽은 일제강점기 실존인물인 중도라는 일본놈이 쌓은 제방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지금은 천상의 갯벌이 숨쉬는 땅으로 변하여 벌교의 상징같은 존재가 되었다

벌교읍 뒤로 제석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부용산이 벌교읍을 감싸듯 지키고 서있다.
태백산맥에서 헤아릴 수 없이 등장하는 산들이며 빨치산의 근거지로 활용된다

방문시에는 벌교 생태공원 주차장에 주차 후 걸어가면 된다


벌교읍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경전선 기차 철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염상구가 벌교주먹과의 한판 뱃심싸움을 벌였던 장소로 등장한다. 교각의 중앙에 서서 기차가 가까이 올때 까지 누가 더 오래 버티다 벌교천으로 뛰어 내리는지 시합에서 염상구가 이기며 벌교의 패권을 차지한다. 해설에서 교각이 9개라고 했지만 세어보니 11개이다.

남파랑길 62코스는 철다리를 지나 부용교 아래 작은 공원에서 끝이나고 63코스에서 소설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은 계속이어진다. 벌교읍내를 한바퀴 돌아나온 길에서 태백산맥을 재조명한다


꼬막정식

오늘 저녁은 벌교꼬막의 맛집으로 이름난 태백산맥꼬막맛집의 꼬막정식으로 맛의 세계속으로 푹 빠져보았다
꼬막무침과 구이, 무침과 꼬막전, 꼬막된장과 국 등 다양한 요리와 함께 꼬막비빔밥은 왜 이집이 벌교맛집으로 소문났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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