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60코스(궁항마을~순천 와온해변)와온해변에 비가 내린다

SM 코둘4500 2023. 2. 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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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그대로인데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눈이 만들어내는 조화일 수도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러면 또 어떤가..어차피 길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 걸..

남파랑길 60코스는 여수와 순천을 잇는다. 해안가를 따라 갯노을길이 햇살을 머금고 붉은 노을을 만들어 낸다
여자만을 가장 표현하는 길이자 황금빛 노을을 간직하고 있는 와온해변까 이어지는 60코스는 해질녁 노을길이 제격이지만 길걷는 여행자는 시간을 선택할 수 없다. 총거리 15.1km, 소요시간 4시간


석양이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했다. 붉은 해가 바다와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너머로 사라져가는 낙조는 낭만과 서정이라는 언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궁항마을지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리베라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갯벌체험행사가 2022/10/9부터 열린다고 한다
그럼 내일부터..."한잔의 커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이런 노래가사가 있었지..
여자만이 내려다 보이는 리베라 리조트 까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해넘이길 따라 망동들판을 지나고 장구도와 복개도가 너른 갯벌끝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칠면초 피어나는 장척. 진목마을로 접어든다. 이른바 남도 바다길이다


장척마을
갯벌체험장
갯벌의 작은 생명체 붉은 발말똥게
행사장 노래무대

일몰이 아름다운 노을명소 갯벌노을마을 장척에서 갯벌체험행사준비로 분주하다
마을캠핑장으로 보이는 공간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놓고 갯벌체험 현수막을 걸고 노란 국화꽃으로 한껏 멋을 내었다


게들과 짱뚱어

남도바닷길위에 서서 갯벌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가만히 귀기울이면 "깩깻...지지짛...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소리가 갯벌에서 들려온다. 짱둥어는 또 어떤가..갯벌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바람소리에도 폴짝 뛰어 구멍속으로 숨어든다


올랑 올랑 소라면 바다에 푸른 하늘과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바다건너 고흥의 팔영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여덟개의 봉우리, 고흥만에 떠 있는 작은 고깃배, 짙은 회색빛 구름..
이렇게 다채로운 풍경을 품고 있는 길이 남도땅이다


갯벌너머로 멀리 고흥의 산과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갯벌끝에서 문저리(망둥어) 낚시꾼이 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다


갯벌위 수많은 집들(구멍)

진목과 북촌에서 갯벌위로 해안 데크길울 만들어 반월마을까지 연결한다. 데크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조금더 남다르다.
좀더 자세히 볼 수 있고 많은 생명체들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저렇게 넓은 갯벌을 바닷물로 채웠다 비우기를 하루 두번..그 위를 걸어간다


멸종위기종 흰발농게와 귀고동

반월마을 대나무 정자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들판에는 노랗게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키작은 아이들이 반월마을 바다로 소풍을 나왔다.


반월에서 봉전마을로 이어지는 길위에 서서 시간대별로 조금씩 변화하는 풍경을 만난다.
고요한 바다에서 때로는 생명체들이 숨쉬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하얀머리 풀어헤친 억새의 그리움을 듣기도 한다


봉전마을 넘어가는 언덕배기..시인이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꿈꾸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면 서정과 감성가득한 언어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봉전을 지나 소댕이길을 간다. 그 언덕너머에 광암마을이 있고 그 가운데로 실개천이 흐른다.
가끔 웃자란 풀들이 길을 방해하지만 급할 것 없으니 괜찮다


광암마을 들판을 지나고 광암교회를 바라보며 작은 언덕을 넘어선다.
바다와 예배당 빨간지붕과 황금들판, 이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조화..소박한 풍경이지만 큰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자만에 떠있는 고깃배들

가림산을 휘돌아 여자만 갯노을길이 데크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깔끔하고 정겨운 해안 풍경과 아름다운 모습에서 만나는 안식, 갯벌과 낙조가 펼치는 금빛의 향연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은 오후시간, 하늘은 짙은 회색빛으로 물들고 있다
길위에서서 뒤돌아보면 멀리 고흥만과 광양만, 길방향으로 순천 여자만이 아스라이 보인다


데크길을 벗어나 멀리 순천만과 와온해변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다리를 건너면 순천시 해룡면이니 이제 거의 다왔다


용화사에서 길은 산으로 비껴 붉게 익어가는 수수밭과 시든 고춧대가 을씨년스러운 작은 밭을 지나간다
자연은 아직 딴청을 피우지만 가을이 여물어가는 소리가 확실히 들려온다.


바다위로 짙은 구름이 내려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그 구름을 뚫고 한줄기 빛이 여자만을 비추고 있다.
경이롭고 놀라운 풍경이 여자만의 섬과 섬사이 바다에 펼쳐지고 있다


와온해변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은 갯벌의 생명들을 관찰하고 어른들은 바지락을 갠다
나도 가까이가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어떤 놈들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밖에서 바라볼 때 살아 움직이던 수많은 생명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더 넓은 갯벌로 밀물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순식간에 바닷물로 가득 채워졌다. 와온항 불빛이 조용히 밀물가득한 바다를 비추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한데 갑자기 와온해변에 비가 내린다
해변 편의점에서 "오뎅" 한 냄비와 막걸리를 구입했다. 비내리는 바닷가, 난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없으니 와온해변에 의자를 놓고  막걸리를 마신다. 막걸리 한잔, 오뎅 한입...
남도땅 갯노을길에 하루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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