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의 공간에서 한번쯤 꿈꾸었던 내땅 어딘가를 다 돌아보는 " 여행"이 "로망"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로망이 무슨뜻인가? 하고 싶었던 소망이나 이상이 아닌가
누구든 꿈을 쫒아 나아가고 싶은 욕망은 크지만 여행은 욕망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럼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의지, 시간, money, 건강, 자유, 용기, 동반자...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들이지만 여행이든, 삶이든 먼저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먼저 시작하자..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상을 벗어나 새롭고 설레는 경험을 만나러 가는 그런 용기로.....
남파랑길 58코스는 서촌마을을 출발하여 마상마을과 여자만의 작은 어항 감도항을 거쳐 중촌마을과 관기방조제가 바라보이는 가사리까지 이어지는 15.5km를 약 4시간 정도 걸어가는 길이다.
남도땅의 전형적인 농촌과 해안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경관은 두루누비 코스소개에서도 "특별한 자원이 분포하고 있지 않으나..."로 시작하는 걸 보아 낮선풍경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버려가며 길을 떠나야겠다
서이산을 등지고 양지바른 화양면 서촌마을을 출발하여 넓은 들판사이 농로를 따간간다.
들길 사이로 길게 바닷물이 들고 나는 좁은 하천을 두어번 돌고 나면 석교마을 향하는 차도를 만난다
밀물시간대인지 바닷물이 경사진 밭뙈기 아래까지 차오른다. 길가 코스모스가 강한 바람에 이리 저리 휘날리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럴 때는 몸을 돌려 거꾸로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때문에 금새 포기하고 만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까지 방향도 없이 불어가니 추워진다.
서촌 바다에 물이 가득하다.
갯벌에 바지락양식을 하고 있으니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으로 보아 물이 빠지면 이 너른 바다는 갯벌로 변할 것이다
옥적수문길에서 대왕돈가스와 커피, 여름이면 평상을 대여한다는 상점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노크했더니 아무도 없다
자세히 보니 이전안내문이 눈에 띈다. 산자락 끝 찻길이 끝나는 곳에 차려진 식당 누가 이곳까지 찾아왔을까
옥적제방 지나면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그 뒤쪽으로 옥적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드넓은 논들은 옥적제방이 생기기 전에는 아마도 바다였을 것이다.
마상승마장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농로를 지나고 얕은 언덕을 타고 넘는다. 그리고 만나는 마상마을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얕은 구릉너머로 구름과 맞닿아 있는 여자만이 보인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상마을 길과 언덕사이 좁은 논과 밭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벼와 조, 아직 뽑지 않은 고춧대와 노란 단풍 콩이 자라고 있다.
마상마을을 내려서면 넓지 않아도 물반 고기반 마상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물가 곳곳에 낚시한 흔적이 있고 좌대와 의자가 놓여져 있다.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가로막고 뒤로는 마을이, 제방에서 이어진 도로 곳곳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낚시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자리다.
던져 놓은 낚시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강태공에게 " 수확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고기는 많은데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작은 놈으로 몇마리"만 잡았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어망에는 손바닥보다 큰 붕어 몇마리가 놀고 있다
옥적리 들판 농로에 층꽃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
원래 여름에 피는 꽃이지만 따뜻한 남도의 날씨 때문인지 10월에 보라색의 꽃송이가 층을 이뤄 피어났다.
기도하는 가을 여인이라는 꽃말이 과연 어울리는 꽃이다
너른 들판 지나 언덕을 올라서면 감도해변이 발아래 펼쳐진다
잘 정리된 밭들과 해변을 둘러싸듯 서있는 하얀 집들, 그리고 푸른 하늘이 여자만 바다를 반짝 반짝 빛나게 한다
감도해변에 내려서자마자 믹스견으로 보이는 요놈이 계속 따라오길래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낯가림(?)을 하는지 엉뚱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가 걸음을 옮기면 마치 마을 길안내라도 할 듯 다시 따라온다.
감도마을 앞으로 여자만이 넓게 펼쳐져 있다.
여자만 넓은 바다뒤로 고흥반도의 산봉우리가 하늘과 경계를 이뤄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감도마을 뒤로 언덕을 타고 넘는 경사진 밭에서 할머니 한분이 옥수수대를 정리하고 있다
감도마을 언덕을 지나도 여전히 감도마을이다. 해변을 끼고 작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파도한점 없는 해변은 고요하다.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했다. 지금 걷고 있는 이길..그런 과정중 하나를 얻어 가슴에 저장하고 있는 중이다
중촌마을에서 마치 박물관 느낌을 주는 전원주택 하나, 그리고 둘
평지같지만 평지아닌 동네어귀에 바다를 내려다 보고 서있는 집은 바다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멋스러운 집은 아니어도
하루나 이틀쯤 머물며 가만히 쉬고 싶은 그런 집이다
임도를 따라 소옥마을으로 접어든다.
지나는 길에 소옥저수지를 만나고 따다 남은 빨간 감 몇개, 저 언덕너머에 바다가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노랗게 익어가는 논한가운데를 지나고 임도를 걸어서 섬숲길은 오천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갯벌과 여자만에 별처럼 떠 있는 자래섬과 운두도, 이런 풍경하나를 만나기 위하여 걷고 또 걷는다
오천마을 해변가에 품이 너른 느티나무 한그루, 그 아래 평상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가지만 한낮에는 아직 햇살이 떠겁다
오천마을을 지나면 시멘트 해안도로가 나타나고 바다는 이제 갯벌로 바뀐다
전망좋은 언덕위에는 펜션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갯벌작업후에는 사각의 시멘트 노천탕에서 몸과 어패류를 씻는다. 밀물때 물에 잠기고 썰물때는 물밖에 노출되어 언제나 바닷물이 채워져 있다. 자연 자동화 천연 목욕탕이자 어패류 세척장이다
갯벌너머 멀리 바라보이는 순천 별량면의 첨산을 비롯한 고만고만한 산봉우리가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다
작은 생명으로 가득한 여자만 갯벌
오천마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던 해안길은 해상데크길로 이어진다. 길이 808m 해변과 바다위에 놓여져 있다.
오늘 이시간 여자만은 완전히 갯벌로 변하였다.
칠게와 농게 등 작은 게들이 만들어 내는 모래알갱이가 갯벌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인기척이나 바람소리에도 이놈들은 갯벌 구멍안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다
관기방조제 길을 걷는다. 방조제 안은 들판이며 가사리 방향 방조제 너머는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
고저녁한 어촌마을과 드넓은 갯벌, 쪽빛 바다에 떠 있는 다도해의 빛나는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여자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둘러쌓인 바다로 드넓은 갯벌과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한다로 시작하는 해설은 단지 해설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관기방조제가 끝나는 곳에서 58코스도 끝이 난다.
그리고 가사리 갈대생태체험장에서 둘째날 밤을 보내게 된다. 하늘은 낮고 바람은 불고 기온까지 곤두박질 쳤다
주차장앞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코리아둘레길에서 만족한 잠자리와 음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먼거리를 왔다가 다시 돌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래서 여행은 용기가 필요하고 의지와 시간과 money와 건강과 자유, 동반자가 필요하다.
그래도 이길이 힘들지 않은 것은 내가 걷고 있는 이길들이 온전히 모든것을 보여준 덕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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