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바람한점 없는 고요한 날..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갈잎에 아침이슬이 맺혀 있는걸 보면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침 저녁 바람이 몰아칠 때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지만 낮이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오늘은 10월1일
남파랑길 56코스는 여수호호요트장을 출발, 망둥어 폴짝 뛰는 용주마을과 화양, 안포마을을 거쳐 한적한 농촌시골마을인 원포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14.7km를 약 4시간 30분동안 걸어가는 여수의 또다른 한 풍경을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소호요트장을 출발하여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송소항까지 길게 이어진다.
햇살은 뜨거운데 쉬어갈 그늘이 없어 아쉽지만 여수만이 내어주는 풍광을 위안삼아 천천히 걸어간다
아기자기함은 없어도 편안하다. 파도한 점없는 바다가 달리보인다. 여수바다라서 그럴 것이다
작은 어항 송소횟집 수족관에 전어가 가득하다. 방파제를 따라 줄지어 서있는 자동차는 대부분 횟집 손님들이거나 여수바다의 풍요로움을 잡으로온 낚시꾼들일게다
작은까페와 횟집들이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송소항은 뭔가 남도의 맛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맛있는 음식 즐기는 건 바다에서건, 산이든, 들판이든 어디서든 상관없다. 분위기좋고 낭만적이면 금상첨화
벌초를 묘지이발로 표현하고 있다. 재치일까..상술일까
길옆 작은 장터에는 마을 할머니들이 늙은 호박이며 열무단이며, 대추와 갓 수확한 옥수수등을 팔고 있다(사진이 어디로 갔을까) 경사면을 따라 붉은 황토밭이 용주리까지 이어진다.
바닷가 마을인 용주마을은 작은 항구가 은근히 예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제방은 한적하여 여유가 있다
제방 둑에 앉아 망둥어 낚시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용주마을이 " 여수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라며 바구니 가득 잡아 놓은 망둥어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용주리에서 화양까지 30여분을 쉬지 않고 걷는다. 햇살은 사정없이 쏟아지고 편안하게 앉아 쉴곳이 없다. 화양의 중심이라고 하는 나진마을에서 코스를 잠시 벗어나 시내 편의점으로 찾아 든다. 시원한 생수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야 할 시간
디테일하게 설명할 만한 길은 아니다.
여느 시골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 가막만 바다가 나타날 때 까지 계속 이어진다.
안가본 길을 걸어가면 여행이라고 하지만 화양리에서 발통구미까지의 길은 결코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햇살탓일 수 도 있다
한참을 걸어 발통구미와 굴구지 마을에서 화양바다를 다시 만났다
내 발자욱을 따라가다 만난 바다는 56코스 종점까지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같다고 할까
산골마을로 가는 길이 이럴까. 키 낮은 야생 감나무가 풀밭에 어지러히 자라고 있는 길
땅만보고 걸어가다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푸른하늘에 하얀구름이 떠가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을 하마터면 망칠뻔 했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 . .바라보기만 하여도 휴식이 되고 감동이 되는 풍경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출발할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가막만 바다너머로 돌산도가 보인다.
붉은 빛의 작은 백사장이 푸른 바다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얕은 바닷길을 걸어가며 잠시 갇혔던 가슴을 비워낸다
가막만 바닷가 돌담이 아름다운 시골집이 정겹다. 주인에게 인사를 했더니 " 집이 넓어서 그런지 집가꾸는게 힘이 든다"고 하면서도 "아주 만족"한 얼굴로 " 자랑스럽게" 집소개를 한다.
"우리집의 멋은 돌담에서 나온다"고..가장 원시적 재료로 쌓아 올린 돌담의 투박함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아름다움으로 나타난 건 아닐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뻥하고 뚫릴 것 같은 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풍경만으로도 나를 자유롭게 한다. 무한의 바다가 경이롭고 아름답다
이런 길을 걷는 것은 가슴뛰는 일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정해 놓은 것도 없다. 그것이 여행이다
여수바다를 향해 있는 전원주택 하나. 넓은 주차장과 평화로운 잔디가 후박나무 몇그루와 그림같은 풍경은 연출하고 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갔더니 큰 개 한마리가 나무에 묶인채 꼬리를 흔들며 나를 쳐다본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빨간지붕 이층집과 넓은 대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포마을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무관심탓이었는지 몰라도 소호 동동 다리 이후 화장실 하나없는 구간을 걸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더 급해진다..아는 사람은 안다.
남자는 으슥한 곳에서 돌아서면 모두 화장실이 된다는 사실을...
원포리 가는 마지막 언덕에 노랗게 익어가는 땡감나무를 만났다. 너무 무거워 축 늘어진 가지 하나를 꺾어 손빠르게 배낭안으로 밀어넣는다. 오늘은 4일간의 원정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가는 날..
원포마을 도착시각 오후 4시,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늦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발한 56코스는 사람하나 없는 원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끝났다. 마을 할머니라도 만나면 말이라도 걸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남도땅 어느 한적한 마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속에서도 이곳만큼은 앞으로도 그냥 그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원포리 마을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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