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9코스는 울산 동구 일산해변에서 정자항까지 이어지는 약 19km의 산업화된 울산의 거대기업 담장과 봉대산과 우가산, 주전봉수대, 그리고 주전몽돌해변 등이 어우러져 산과 바다를 교대로 감상할 수 있는 울산의 마지막 코스이다. 9코스를 지나면 경주로 넘어간다. 9코스는 일산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대게로 유명한 정자항까지 이어지는데, 무미건조함과 해변의 아름다움을 차례로 보여준다.
유년이 아름다운 것은 어른이 된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색깔과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유년의 기억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설레지 않은가
어쩌면 환상이나 착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억 들은 세월의 빛바랜 첫사랑같은 것은 아닐까. 해파랑길은 유년의 기억을 닮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련한 추억같은 그리움으로 살아날 것이다. 그때 보았던,,그 바다와 현란한 파도들, 파도를 따라 부딫쳐 오던 포말들,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자갈깔린 몽돌해변과 하얀 등대위를 날아다니던 갈매기들,,어떻게 그립지 않을까. 이제 9코스로 향해 간다.
일산해변 해파랑길 안내도
고양이가 주인행세를 하고있는 해변을 뒤로하고 혼잡하고 매연가득한 현대중공업 담장을 따라 1시간 이상을 걸어야한다
일산해변을 떠나 봉대산을 오르기 전까지 가장 눈에 띄는건 현대중공업 담장이다.
한국 선박건조의 역사를 써내려간 회사답게 규모가 엄청나다
담장이 끝나는 곳 현대백화점이 중공업과 마주하고 서있다
해파랑길 안내도를 바라보고 이제부터 산길을 올라야 한다.
자연과 하나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휴식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봉대산 비탈에 피어있는 진달래. 봄이면 한국의 산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진달래는 흔히 참꽃으로도 불리운다
꽃잎은 화전을 붙여먹거나 술을 담그기도 한다.
냉큼 한주먹 뜯어 맛을 보았더니 약간 신맛이 혀끝으로 전해진다. 맛으로 먹는게 아니고 추억으로 먹는 것이니 괜찮다
이정표를 따라 주전봉수대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제 사람과 숲이 만나는 공간으로 들어간다
주전 봉수대 가는 길에 서정주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시가 목판에 새겨져 있다.
이곡은 뒤에 송창식이 시인의 허락을 받아 노래로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음악적 재능이 보이는 곡으로 80년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노래가 되었다.
봉대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현대중공업 멀리 대왕암이 보인다
고 정주영회장이 배를 만들 기술과 자금을 얻기 위하여 거북선이 인쇄된 구 오백원권 지폐를 활용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1970년대 초 한적한 어촌이었던 울산에 그가 이뤄낸 현대중공업은 세계 굴지의 선박건조회사로 우뚝섰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드러운 흙길..발아래 전해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너무 좋다. 오솔길 좌우에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이 쌓여있다
흙길이 끝나는 곳에 주전 해변이 있다. 잔뜩흐린 하늘과 강한 바람에도 코로나를 피해왔는지 곳곳에 텐트를 친 야영객들이 해안 곳곳에 보인다. 바다를 만나는 것은 곧 자유를 얻는 것이다.
깊은 심호흡한번 하고 속 깊은 동해바다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몸과 영혼이 자유로워짐을 느낄 것이다
주전 해변에 파도가 일어난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듯 하지만 질서정연하다.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내는 하얀 물줄기가 갯바위 아래를 강하게 파고 든다
어떤 마을이든 하나 정도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를 각색하고 덧칠을 하면 멋진 스토리텔링이 완성된다.
잘만들면 볼거리가 되고 볼거리는 곧 돈이 되는 세상이다
주전리 바닷가 예쁜 펜션
자갈로 이뤄진 해변은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파도와 어울려 내는 소리가 청명하고 앉아서 편하게 쉬기도 좋다.
백사장과 자갈해변중 어떤게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우문이 되겠지만 자갈해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믿기 어려우시면 울산 주전해변으로 가서 자갈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보탑 등대아래 파랗고 푸른 색을 입힌 TTP와 낚시꾼.
테트라포트에 강하게 부딪혀 거세를 물보라를 만들어 낸다. 오랜시간이 만들어 낸 세월의 흔적이 검은색으로 묻어있다
이런 풍경도 누군가에게는 풍경이 된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주전리 몽돌해수욕장. 주전의 몽돌과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들, 검은색의 고운 자갈들.
굴레를 벗어 나려는 필립의 세상이 저 바다에 있다.
이른 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변으로 나와 봄이 오는 바다를 만끽하고 있다.
꽃이 피어나고 빛이 더욱 빛날 때 봄날은 온다.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들이 검어서 오히려 더 아름답다.
길이 멀어 우가산을 오르는데 어둠이 곧 내릴 시간이다. 걸음을 재촉하느라 사진한장 남기지 못했지만 강동사랑길이 관통하는 우가산에는 변강쇠 옥녀의 이야기와 까치가 만들어가는 오작교의 전설이 있으나 지금 내코가 석자다
당사항을 지나고 우가산을 내려서면 제전항 데크길에 동해바다의 강한 파도에 맞서 싸우는 사람사는 집이 있다
데크길이 정자로 가는 유일함은 아니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이 집, 누군가 돌을 쌓고 제방을 높여 터전을 만들었다.
정자항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해안 방파제 귀신고래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 해파랑길 9코스는 끝이 나고 울산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경주 양남면 주상절리로 길이 이어진다.
내 유년의 기억같은 여행배낭은 조금씩 그 무게를 더해간다. 걷기는 계속될 것이며, 늘 새로운 시간과 공간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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