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32코스(고성 부포사거리~임포마을)햇살 가득한 봄날

SM 코둘4500 2022. 8. 2. 18:03
728x90
반응형

고성군 부포사거리를 출발, 무이산을 넘고 향로봉을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학동마을 돌담길로 내려선다.
학동 숲길에서 임포항까지 이어지는 길위에서 고성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가면 그끝에 남파랑길 32코스 종점인 임포가 있다
대부분 산길이나 길이 거의 끝나가는 학동마을 돌담과 멋진 느티나무가 하루길에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14km의 거리를 4시간 걸어가는 길이다

시작하는 길은 국도옆으로 난 농로를 따라 구미마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선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물이 가득한 논은 모심을 준비를 끝내고 주인을 기다리고 메타스퀘어는 초록의 맵시를 뽐내고 있다


선동마을 주민 한분이 말을 걸어온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예, 감사합니다" "어디까지 갈라꼬예" "예 임포까지 갑니다"
"아이고, 그기 애북 먼데,,이 더븐 날씨에..."하면서 쉬었다 가라고 하신다.
말한마디에 묻어나오는 시골인심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꾸벅인사를 하고 선동 느티나무아래로 스며들어 목을 축인다


선동마을을 지나고 무선저수지를 지난다. 산중 저수지에 봄날의 긴 햇살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제부터 오르막길이다


무이산 문수사 주차장까지 길고 무더운 차도를 따라 오른다. 초록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하지만 오르막길은 길다
햇살이 뜨거워 그늘만 딛고 가는데도 흐르는 땀을 지울 수가 없다.
가쁜숨 몰아쉬며 녹음짙은 차도를 오르는데 누군가 차창을 열어 "힘내세요"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늘진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봄의 향기와 연초록 색깔만큼이나 넉넉한 기운이 길위에 가득하다.
5월은 찬란한 계절이다. 초록의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문수암 삼거리에서 다시 무이산 임도로 들어간다. 깊숙하게 들어올수록 나무의 짙은 향내가 숲에 넘쳐난다


천남성

향로봉 둘레를 관통하는 임도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자란만은 하늘빛깔만큼이나 아름답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능선 너머로 푸른 바다와 작은 섬들이 고개를 내민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자란만이 내려다보이는 쉼터에 앉아 몇시간만의 휴식을 갖는다.
계란 곁들인 커피를 마시며 자란만이 펼치는 파노라마같은 풍경을 눈속에 담는다


자란만 자란도

바다 멀리 오른쪽 방향 사량도를 마주하고 자란도가 자리하고 있다.
구비구비 능선과 골을 따라 산은 바다로 이어지고, 바다는 보석같은 섬들을 품고 있다. 자란만이다


남파랑길 이정표가 임도를 버리고 길좁은 숲길로 인도한다.


취나물

잘 조성된 무덤까지 계속 내리막길, 남파랑길 리본을 잘 살펴가며 걸어야 한다. 리본색깔이 다르면 남파랑길이 아니다

길지 않은 숲길, 햇빛 잘 드는 양지쪽에 부드럽고 향이 좋은 취나물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가던길을 멈추고 한웅큼 따서 배낭에 넣는다.
저녁 쌈거리용이다.
그런줄 알고 된장도 가져왔으니 안성맞춤


학동마을 담장

다른 지역의 돌담은 제멋대로 쌓아 놓은 것 같아도 시골 농촌이 소박함이 묻어 나오는 정겨운 맛이 있다
특별한 기술없이 쌓아 올린 막담이 대부분이다.
낮게 쌓아 담장너머 이웃집과 손짓하나로 인정이 오가는 그런 담장이 막담이다.
유년기 내가 살았던 집도 그런 막담이었다


마을 보호수 느티나무

고성 학동마을 담장은 점판암 개석과 흙으로 쌓았다고 한다.
투박한 돌담이 아니라 모양이 반듯하고 쌓아진 형태가 질서가 있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이런 돌담은 한옥과 잘 어울린다.
고향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담장이 너무 높다. 대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을 볼 수도 없다


매사고택으로 불리는 최필간고택

학동마을은 17세기 최형태가 후손들과 함게 개척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을 형상이 학을 닮아 학동이라고 했다
정형미 가득한 학동마을 담장은 다른 지역의 막담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학동마을만의 특징으로 자리잡았으며사생활보호를 위해 높게 쌓았다고 한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보리밭
하일면보건소
하일초등학교

학동마을을 지나고 하일면 사무소와 초록빛 가득한 하일초등학교를 바라보며 걷는다.


이길만 지나가면 코닿을 곳에 임포항이 있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갑자기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남파랑길 32코스는 임포항에서 끝이 난다.

눈이 번쩍 띠일만한 풍경이 없어도 충분하다.
선동에서 학동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향로봉 연초록 나무들과 자란만 풍경에 취해 걸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봄날의 햇살이 너무 좋았던 하루를 임포항에서 마감한다

밤바다가 아름다운 맥전포에서 1박 후 다시 33코스를 시작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