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9코스는 남망산조각공원 앞을 출발, 동피랑과 서피랑, 해저터널 지나 평인일주도로끝지점에 위치하는 무전동 해변공원까지 이어지는 17.6km거리 약 5시간 정도 소요되는 통영의 속살과 바다를 모두 즐기는 코스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인 세병관을 들러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윤이상기념관에서 음악의 향기를 감상할 수 도 있다.
서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동피랑, 서피랑의 골목길과 국치마을 예쁜 어촌에서 통영이 남기는 메세지를 생각하며 걸어가보자
부산 신평에서 07:15분 출발, 08:30분에 통영항을 출발한다. 4.24. 26일째 걷는 날이다
처음 시작하는 길은 찻길이다. 동피랑은 지척이다
동피랑 언덕을 오르니 통영항이 발아래 놓인다. 이른 아침이어선지 가계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벽화와 소소한 골목길을 가장 먼저 만난다.
골목길에 새겨진 오랜 시간과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어떻게 살았으며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벼랑(절벽)이라는 뜻이다.
원래 철거예정지였으나 벽화마을로 알려진 후 철거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골목길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오는 듯 하다. 아, 문디!
남파랑길만 따라가면 동피랑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작은 골목들과 벽화, 그 안에 살아있는 숨결까지 느끼려면 코스를 벗어나 여기 저기 마을을 둘러보자. 윤이상과 정윤주의 음악도 만나고 유치환의 시도 만난다.
동피랑 벽화마을을 돌아 다시 차도로 내려선다. 한약가게 이름이 영수당이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곰살맞은 이름이다
"통영"이란 이름의 근원이 되는 "삼도수군 통제영지"와 그 입구에 서있는 망일루를 옆으로 끼고 낮은 언덕 오르막을 오른다
이순신 장군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졌다
"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와 피묻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세병관에서 다시는 전쟁을 바라지 않은 마음을 읽는다
4월 말, 한낮의 햇살이 뜨겁다
세병관 기와지붕을 바라보며 좁은 언덕길을 따라 오른다.
세병관 담장을 끼고 돌아가는 길에서 백석의 시비를 만났다
천재시인 백석과 통영은 인연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의 연인으로 알려져 시에서도 언급되는 "란"도 통영사람이었으며
통영의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 "남행시초 통영"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세병관 지나 꽃잔디로 한껏 멋을 부린 서피랑을 만나기 위해 다시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오른다.
달리는 차량과 주차한 차량을 요리저리 피해 굴다리를 지나면 서피랑에 가득한 영산홍과 연초록잎 나무들이 번갈아 나타나며 눈앞이 밝아진다.
피랑은 "벼랑(절벽)"의 경상도 사투리니까..서피랑은 말그대로 서쪽 절벽위에 있는 마을이 된다
99계단과 음악정원, 윤이상과 함께 학교가는 길 등 서피랑은 동피랑을 닮아가기 위해 부단하게 변신한다
박경리 문학 동네 서피랑길 투어가 대표적이다.
통영과 역사를 함께 버무려 히스토리텔링을 완성한 동네 서피랑을 따라가보자
서피랑인근에 박경리 생가가 있으며, 통영성의 석성이 능선을 따라 서피랑으로 이어진다.
꼭대기에 서포루가 있어 위급시 지휘소로 쓰였다고 한다. 가장 높은 만큼 전망 또한 가장 좋은 곳이다
불어오는 바람 맞으며 나도 서포루 마루에 앉아 통영항과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넉넉하고 아름답다
"돌아와요 부산항"의 원곡은 "돌아와요 충무항"이라고 한다.
"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귀에 익숙한 탓인지 "돌아와요 충무항에" 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피랑주변에는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동피랑이 있고, 가까이 남망산조각공원이 있으며 야경이 아름다운 통영항이 있다
중앙 활어시장이 있어 사시 사철 맛있는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값도 싸고 인심도 넉넉하다
서피랑을 내려서서 통영박물관과 윤이상이야기 도천음악 마을을 지나는 길위에는 통영과 경남의 초중고등학교 교가가 새겨진 청동부조물이 윤이상기념관까지 설치되어 있다
통영이 키운 세계적음악가였으나 동백림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다시는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독일에서 운명한 비운의 천재 음악가였다. 2002년부터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통영국제음악제가 봄과 가을 두차례에 걸쳐 열린다
내고향 대지의 따스함속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타계 23년만인 201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일제 강점기때 만들어진 통영해저터널은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한다
노후화로 한때 통행이 금지된 때도 있었으나 현재는 관광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동양최초의 해저터널로 알려져 있다
해저터널 지나 미륵도를 연결하는통영대교 아래를 지난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낚시꾼 몇이 교각아래 그늘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좀 잡히냐고 물었더니 그냥 놀기 삼아서 나온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면 낚시는 안되고 죄없는 담배만 피우고 있다는 느낌..
통영대교 지나 차도를 따라 경상대학교 정문으로 이어진다
가끔 지나가는 차량만 보일 뿐 인적없는 길을 터벅 터벅 걸어 간다.
그러다 학교정문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 자칭 "걷기왕" 기인을 만났다.
2012년부터 9년동안 총 34,000km를 걸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엄청난 기록이다
통영에서 서울까지 520km를 13일만에 완주했고, 거제한바퀴를 5일만에 주파하였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 기록이지만 믿기로 했다. 블로거에 실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탕2개를 손에 꼭 쥐어주며 인사를 한다. 그의 이름은 정호진씨이다
지구 두바퀴 걸을 때까지 그의 건투를 빈다
경상대학교 지나 솔잎 떨어진 낮은 오르막 차도를 오른다.
국치마을을 지나고 천대까지 차도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찻길이지만 다니는 차량은 없다. 호젖하다.
그늘진 부분만 골라 몸을 숨겨가며 길을 걸어도 온몸에 땀이 흐른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도 땀을 식혀주지 못한다
멀리 섬속의 펜션 수국작가촌 들어가는 아치형 다리가 보인다
해마다 여름이면 작가들이 모여 여름휴가를 즐긴다고 하는데 뭔 작가인지는 모르겠다
펜션 숙박요금은 최하 40만원 이상으로 비싼편이지만 섬이라는 특성때문에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가 아닐까..
한적하고 조용한 어촌 민양마을에서 좁은 골목길 따라 평인일주도로로 오른다.
내만 깊숙한 곳까지 양식장으로 가득한 통영 바다가 평화롭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연초록의 잎이 내뿜는 기운이 세상에 가득하다
벚나무가 도열한 나무그늘 따라 평인 일주도로를 걷는다. 왼편으로 통영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가끔씩 불어가는 바람, 파도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바다를 헤치며 달리는 모터보트의 굉음이 한데 어울린다.
바라보는 풍경. 내려다 보는 풍경, 산기슭 따라 구불구불하게 만든 도로가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진다
우포마을 방파제에 낚시꾼 여러명이 붙어 낚시를 하고 있다
호기심에 다가갔더니 구경꾼들이 더 많다. 세월을 낚았는지 고기는 보이지도 않고 빈대만 들었다 놓았다 한다
"무슨 고기가 잡히느냐"고 물었더니 "고기잡으로 온건 아니고 하룻밤 차박하기 좋은 곳"이라 들렀다고 한다
평인일주도로는 산기슭을 깎아 만든 해안일주 도로이다.
바다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며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봄햇살 가득한 바다와 섬들과 찻길, 나쁜 조합은 분명 아니지만 무덥고 그늘 한줌 없는 길을 따라 걷는 일은 힘들고 지루하다.
그러다 잠시 찻길을 버리고 좁은 임도로 들어간다.
야...그늘이다. 그런데 길이 짧다
통영체육관에서 전국대학생태권도대회가 열린다고 하더니 햇살가득한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명정동 소포마을까지 계속 찻길이다. 내만 깊숙한 곳까지 섬과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람한점, 그늘한줌 없는 차도를 따라 걸어가는 길에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오직 나혼자뿐..모든 것이 멈춰있는 지금 오후 1시..멀리 원문고개가 보이는 걸 보니 이제 거의 다왔다.
차도를 벗어나 무전동 해변공원으로 접어든다. 무더운 날씨와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할 필요없는 길을 오늘 잘 걸었다
떠나는 것과 떠나지 않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선택이 있어야 추억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걸었던 길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일지 모르지만 " 참 잘 걸었다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날"..이다.
고마워 통영
죽림지나 원문고개에 서면 눈앞으로 펼쳐지는 바다, "이제 통영이다"고 생각했던 그 바다앞에서 남파랑길 28코스를 끝맺음한다
해변공원 화장실에서 흘린 땀을 씻고 처남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되돌아간다.
'코리아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파랑길 31코스(통영 바다휴게소~고성 부포사거리)시간을 넘어 봄날을 간다 (0) | 2022.08.01 |
---|---|
남파랑길 30코스 (무전동 해변공원~통영 바다휴게소)길은 길로 이어진다 (0) | 2022.07.30 |
남파랑길 28코스(통영 신촌마을~남망산조각공원 입구)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0) | 2022.07.27 |
남파랑길 27코스(청마기념관 ~ 통영 신촌마을)걸어서 거제 한바퀴 (0) | 2022.07.26 |
남파랑길 26코스(거제파출소~청마 유치환 기념관) 그리움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