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운 길은 테마별, 노선별로 아름다운 산과바다, 호수, 문화, 역사자원을 보다 쉽게 찾아 즐길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에서 선정한 길이다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가사에도 등장하는 덕수궁돌담길을 비롯하여 남해 창선과 삼천포를 연결하는 삼천포대교, 하동 쌍계사가는 십리벚꽃길, 부산의 광안대교와 강릉 금진해변에서 정동진가는 헌화로 등 모든 길이 이름에 걸맞을 만큼 아름답고 멋진 길이다. 남파랑길 11코스에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있다.
소풍가기 전날밤 처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남파랑길 11코스를 출발해보자
남파랑길 11코스는 마산 구서면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 주차장에 주차하고 고성군 경계지점인 암아 사거리까지 걸어가는 총길이 약 16km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로 차도와 방죽, 해안길로 이루어진 평이한 코스이다.
진동면에 광암 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구서분교를 출발, 첫걸음부터 차도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구산면을 지나 진동면으로 접어든다. 주말이어선지 제법 많은 차들이 위협적으로 질주하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차도를 따라 구불구불 언덕에 올라 서니 비로소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고요하다. 평화롭다
길은 차도를 떠나 진동면 다구리로 접어든다.
오른 방향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야 길이 보인다. 어촌이지만 어촌같지 않은 조용한 마을이다
수확하지 않은 배추몇포기. 마을로 내려서도 사람하나 없는 한적한 길이 계속되고 있다.
마을 앞바다 죽도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우물은 옛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근원이었다.
우물에서 퍼올리는 것은 물뿐만 아니었으니 옆집과 이웃동네의 소문을 길어올리는 여자들의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바람으로 목욕을 한다는 다구리 마을 풍욕대. 오른쪽 왕버들나무 가지가 하늘색과 조화를 이루어 마치 연필로 그린 풍경드로잉같은 느낌을 준다. 왼쪽은 100년 넘은 푸조나무
풍욕대를 지나면 바닷길로 이어진다. 전봇대가 세워진 길을 따라 바다가 길을 안내한다
길 양쪽으로 추수 끝난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죽도는 양떼 구름 머금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는 길이다.
죽도앞 다구마을 남파랑 쉼터 안내를 따라 차한잔 마시고 가야겠다.
쉼터는 문을 닫았고 먹거리 조차 없는 고요한 다구항.
채우고 갈랬더니 버리고 가야겠다
코리아 둘레길 따라가기를 해도 엉뚱한길에서 헤메일때가 종종 있다.
이럴때 이정표는 유능한 가이드가 된다
길옆으로 낙엽이 쌓이고 나무는 쓰러져 걸음을 방해한다. 봄이면 이곳 길가에도 새싹이 돋고 잎을 피울것이다
아름드리 소나무한그루가 길위로 쓰러져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사람 통행이 많지 않은 탓인지 방치해두었다
길을 막으면 돌아서 가고 돌아갈 수 없으면 넘어서 가면된다
진동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햇살좋은 언덕배기 무덤은 명당이 틀림없다
키작은 나무가지에 묶여 있는 남파랑길 리본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산길을 따라 만들어진 외딴 숲길은 길잃지 않게 조심하며 걸어간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갑자기 송아지만한 개한마리가 나를 향해 껑충뛰어 오른다.
낯선곳, 외딴길에서 만나는 동물은 사람을 얼마나 놀라게 하는가 . 멀리서 개주인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더니 "우리개는 안물어요... 순합니다" 한다. 세상에 물지않은 개는 없다는데...
숲길이 끝나자 이내 바다 품은 마을이 나타났다.
방파제 공사를 하는지 바지선에서 돌을 투척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조용한 마을을 덮치고 있다.
주도마을 바다위로 놓여진 해상산책로는 산너머 광암해변까지 이어진다
길여행객에게는 걷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버스 시간표.
시골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 무작정 기다리든가 모바일을 이용한 시간대를 확인해도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정확한 시간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교통행정과 또는 시골버스회사에 문의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택시를 부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긴하다
주도마을 끝에서 보았던 해상산책로는 광암해변으로 연결된다.
철조만으로 막아놓았지만 주도마을과 광암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통로로 사용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짚으로 지붕을 이은 탁자에 앉아 따뜻한 차한잔으로 추위를 달랜다...
햇살이 이렇게 좋은데도 손이 시러울 정도로 날씨가 차다
"진동 바다가 참 좋았지. 지금은 바다에 미덕덕과 오만둥이만 가득해". 예전에 고기를 잡고 살았다는 옆자리 할머니의 말씀에 "지금은 안잡혀요?" 하니 " 고기가 없어.. 근데 어디서 왔소" 한다. 부산에서 걸어서 왔다고 하니 "뭐하는 사람이요" 다시 묻는다. 사탕한줌 손에 쥐어 드리고 배낭을 매고 있는데 " 잘 먹을게요..고마버요" 하신다
한국의 아름다운길은 해안도로, 강변길, 가로수길, 산책로와 등산로 등이 있다.
테마가 있는 길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면 진동길은 어떤 테마가 있는 길인지.. 길을 따라가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진동시내로 접어드니 제법 규모가 있는 진동 전통시장과 왕복 4차선 대로와 만났다.
길잃은 사람처럼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방향을 잡는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넌다
길에 의문을 품고 따지는 건 사치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발자욱만 남긴다
천적 접근이 불가능한 천혜의 휴식처이자 잠자리인 갈대섬에서 왜가리와 물닭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동에서 가장 편안한 길을 이제야 만났다.
흙길은 아니어도 억새와 갈대가 자라는 아름다운 진동천이 바다로 흘러간다.
죽전방조제끝 작은 숲을 지나 공사중인 양수장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햇살이 대기를 포근하게 만들어가는 1월의 오후 가벼운 걸음으로 언덕을 오른다
언덕위 정자에 앉아 진동만을 내려다보며 계란과 떡, 커피한잔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마실것과 먹을 것을 준비않고 길을 걸으면 배부른 시간에 식당을 만나고 배고프고 목마를 때 허기와 갈증을 경험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닌가. 안먹고 살수 있나요......
전통방식에 따라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목선이 쇄락하면서 대부분의 조선소가 사라졌지만 목선건조기술도 하나의 역사이니 명맥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천주교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흑산도에 유배되어 유명을 달리한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 인근의 수산동식물을 기록한 자산어보를 저술했다. 자산어보의 玆(자)는 검을 자로 흑산도를 의미한다. 현산어보로 읽기도 한다.
김려 또한 천주교와 관련한 죄목으로 유배생활을 하던 중 우해이어보를 저술하였다고 하는데 두사람은 동시대의 같은 생각을 가진 선각자였나보다
우해이어보는 (우해는 진해의 옛이름이다)자산어보 보다 11년이나 앞선 저술이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다산 정약용선생이 생전 내가 쓴 글을 알아주는 사람은 형님밖에 없다고 했던 정약전의 학문의 깊이가 주는 힘이 아닐까
남파랑길11코스 안내도와 해설. 남파랑길은 총 90개코스, 1,47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진동만 갯바람이 남해바다를 건너 멀리 고성군 동해면으로 불어간다
혼잡한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용한 바닷가의 풍경을 즐길 수도 있고 77번 국도를 따라 너른바다가 펼쳐지는 고성군 동해면까지 돌아 볼 수 있다.
뒷개마을을 돌아나오는 갯벌에는 폐선과 쓰레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흩어져 있고 병든 고양이가 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공장지대를 벗어나면 율티항앞에 버티고 선 거대 암벽을 만난다.
공장 폐자재가 놓여 있으나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은 작은 선물이다.
좋은 가문에 태어났다면 이름정도는 충분히 얻었을 그져 그렇게 서있는 암벽이다
구서분교로 되돌아가기 위해 암아교차로에서 73-1번 버스를 타고 진동버스 환승장까지 이동후에 다시 64,65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64~65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 기다리기 어려우니 구서분교까지 14,000원의 택시요금을 아끼지 마시길....
남파랑길 11코스는 여기까지 이다. 12코스는 일정상 다음으로 미루고 곧장 13코스로 넘어간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은 계속 이어진다.
길을 걷다보면 길이 가지고 있는 리듬과 색깔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의 리듬에 맞춰가며 걸어가지 말고 길이 주는 리듬에 맞춰 걸어가자.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고 걷지도 말고 길이 주는데도 받아 들이다 보면 언제인가 내가 가는 그 길에도 생명이 움트고 마음이 충만해지며 꽃이 피어나는 기적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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