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밀려오면 모래해변이 소리를 지르며 발끝으로 몰려온다
한걸음 걸어가고 두걸음이 모여 아득해질 무렵이면 하얀 모래언덕이 속도를 조절한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오늘 만나는 이 풍경, 이 감동을 먼 훗날에도 같은 느낌으로 만날 수 있을까.
공현진 해변 바위군. 맑고 깨끗하며 투명하다.
강원도 고성군 바다는 더 깊고 더 매력적이라는 면에서 남다르다.
그런점에서 공현진은 송지호, 화진포와 함께 고성군 해변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해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47코스는 삼포해변을 출발하여 송지호와 왕곡한옥마을을 지나 가진항까지 이어지는 9.7km의 짧은 코스이다.
공현진 바다와 송지호, 왕곡민속마을을 거쳐 가진항에 이르는 47코스는 느린 발걸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도 아쉬움이 남는 길이다. 통일전망대까지 48km
삼포해변의 특별한 만남. 백도가 마주한 해변에는 소나무 몇그루와 염생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삼포해변은 너무 맑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이다.
고성군 최북단에 위치하여 오염원이 전혀 없어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주는 해변이다.
삼포해변 앞 백도가 바다와의 경계를 만들어 공간을 나눈다.
세상은 변해도 파도는 밀려오고 그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빨간 등대가 마주한 바위섬은 조금 멀리 흑도가 , 그 옆 호미섬과 백도가 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된다.
삼포해변 바다는 온통 바위섬의 세상이다.
삼포해변을 벗어나면 이내 송지호해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앞 어촌체험마을이 "오호항"이다.
오호항은 송지호해변 끝에 자리잡은 물맑고 고기가 많아 낚시꾼이 많이 찾는 동해안의 숨어있는 명당이라고 한다.
송지호해변 인근에 있는 서낭바위는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2017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민간인 출입이 허가된 지역이다.
사인을 따라 걷다보니 서낭바위를 놓쳤지만 수백만년 풍화작용으로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해파랑길 걷는 분들은 서낭바위가 코스밖에 있더라도 놓치지 말고 반드시 돌아보기를 권한다
여름이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해변이지만 사람하나 없는 풍경을 보는 것도 행운이다.
이땅 구석진곳, 이름없는 곳들을 지나면서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담백한 느낌의 수많은 해변을 거쳐왔다.
고성군 최북단에 자리잡은 송지호 해변도 그런 해변의 하나이다.
바람과 바다와 파도의 합작품인 모래해변과 작은 섬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아주 특별한 감동이다
천천히 걸어가며 해변에 발자욱을 남긴다.
왼쪽 방향으로 철책이 큰 바위와 기암을 중심으로 해변을 감싸고 있어 국토분단의 아픔을 다시한번 되새긴다.
천천히 걸어가면 같은 풍경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너무 깨끗하여 발자욱 남기는 조차 미안한 마음이다
풍경만으로도 아름답고 화려하다.
머무는 시간 단 몇분이라도 이곳에 앉아 생각에 잠기고픈 곳이다
이제 송지호해변을 떠나 송지호로 향한다. 바다를 떠나 육지속의 바다호수를 보라는 이정표이다.
송지호 주변에도 사람그림자 조차 없다. 호수가로 이는 바람만 있을 뿐. 오히려 맘을 편안하게 한다.
송지호 푸른 물빛이 호수에 가득하다. 무장애 둘레길에서 바라보는 호수가는 이제 막 봄이 오고 있는 듯 찔레꽃이 활짝피어나고 있다. 일상의 편안함이 주는 느낌..찔레꽃 향기와 소나무가 주는 솔향가득한 길을 간다.
향이 진한 재첩국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해장국을 이야기하지 말라. .재첩은 누가 뭐래도 낙동강재첩!!
동해안에는 경포, 향호, 송지호, 영랑호와 더불어 화진포호와 같은 석호가 많이 산재해 있다. 석호는 담수와 해수가 섞여 있어 염담호, 함수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송지호 철새 전망대를 지나면 곧장 무장애 나눔길로 이어진다.
산책로 담장 너머 호숫물에 손이라도 담그고 싶다.
물가 소나무 한그루가 하늘을 가리지만 빛의 조화를 다 가릴 수는 없다.
송지호(松池湖)는 말그대로 소나무의 호수이다. 둘레 4km 흙길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
소나무가 주는 솔향가득한 길을 따라 그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면 아무런 대가없이 푸른 호수와 잘 익은 솔향과 찔레꽃향과 흙길이 편안함을 함께 내어준다.
빗살무늬토기 문양처럼 밭갈이한 모양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이렇듯 농부의 밭갈이에서도 나타난다
멀리 송지호철새 전망대가 보인다. 갈대가 바람에 날리지만 물결은 잔잔하다.
습기 많은 바람이 불어간다. 금새 비라도 내릴것 같은 하늘이다.
송지호 솔향기 길은 끝나고 왕곡마을가는 길로 접어든다. 0.5km 남았음을 알려준다
왕곡마을이다. 민속마을로 초가와 기와집으로 단장되어 북방식 한옥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주변 논은 농사지을 준비를 마쳤다.
바다와 가깝지만 산골마을처럼 조용하다. 방앗간과 주막, 우물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곳에서 영화 "동주"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의 일부다.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났지만 연희전문학교에 입학전까지 북간도 용정에서 살았다.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은 용정의 모든 것을 갖춘 최적의 마을이었다고 전한다.
왕곡마을 지나 동구밖에 이르면 오봉 두백산 안내판이 길을 안내한다.
이곳에서 대구 해파랑길 여행객 부부를 만났다.
1일 1코스, 한달 2~3코스 정도를 걸어서 왕곡마을까지 오는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여유인지, 느림인지, 여건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는 것..
왕곡 한옥마을을 벗어나 이제 공현진 해변으로 걸음을 옮긴다.
차박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오늘은 조금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조금은 거칠게 보이는 공현진 해변위로 바퀴자욱이 길게 뻗어 있다
고저녁하다. 넓고 푸른 바다가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고개를 돌려 방향을 달리하면 바람과 물결이 만들어주는 형형색색의 바다를 접하게 된다.
바닷가에 조금씩 비가 내리면 운치는 극에 달한다. 비내리는 해변을 상상해보라
오늘은 운이 좋다. 갑자기 가는 비가 내리더니 순식간에 바다 풍경을 변화시킨다.
아이들은 모래벌에서 깡총거리며 뛰어놀고 비는 내리고
빗물 머금은 모래해변은 더욱 부드럽다.
공현진 바다에 비는 오락, 가락 ...... 에라 모르겠다 분위기 좋은 곳 , 아무리 바빠도 커피한잔 하고 가야겠다
옵바위 모텔앞 쉼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현진 해변의 수뭇개 바위섬. 옵바위 또는 수뭇개바위라고 불리워지다 2017년 고성군에서 정식명칭을 수뭇개 바위로 지정하였다. 세개의 큰바위가 하나로 묶여 있다고 해서 삼속도로 불린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일출의 명소로 새해첫날 이곳을 찾는 사진동호인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라고 한다.
수뭇개바위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길 때 해변의 끝에서 다시 만나는 바위 무리
해변 끝에 공현진 수뭇개바위와 송지호해변의 호미섬, 흑도와 백도가 아스라히 보인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청자빛 물빛의 가진항이 있다.
먼길 걸어오면서 익숙한 길은 없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이곳 고성군 공현진까지 왔다.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던 길...오늘 33일차
길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길을 만날때의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수많은 기억들이 사라진다 해도 그리움은 남아 늘 내 주변을 맴돌것이다.
여행자에게 길은 흘러간다고 표현하지만 내게는 흐르는 길이 아니라 그냥 그곳에 머물러 영원히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길이다.
푸른 바닷길을 천천히 걸어갈 때면 언제나 떠오를 것 같은 그런 길이다
★ 해파랑길 47코스 정보
- 짧은 코스지만 다양한 볼거리로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음. 특히, 송지호 부근 서낭바위는 반드시 돌아볼 것을 권함
- 코스 주변에 편의점과 식당 등이 다수 있어 이용 가능
- 삼포해변과 공현진 부근에 화장실이용이 가능하고 주차공간 넓지 않으나 차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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