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생각만 하며 길을 걷는다.
가끔 파도가 몰아치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갑자기 큰소리로 바다가 외치기라도 하면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도 한다.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옛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만약 어떤 생각하며 길을 걸어가나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면 ...?
교암리에 위치한 천학정은 깍아지른 해안 절벽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정자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 보면 동해안의 작은 바위섬 백도를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장사항 46코스 해파랑길 안내도와 인증대. 장사해변의 풍경좋은 곳에 세워져 있지만 직진하면 코스를 이탈한다
해파랑길과 장사 영랑해변길은 일부구간이 겹치므로 46코스 시작점은 인증대 정면의 좁은 길을 따라가야 한다.
해파랑길 46코스는 속초 장사항을 출발하여 청간정과 천학정, 능파대를 거쳐 삼포해변에 이르는 15.2km의 길이다.
송림과 해안절벽을 지나고, 특히 관동팔경 중 제 1경인 청간정을 볼 수 있다.
특이한 형태의 바위로 가득한 문암천 하구의 능파대는 화려한 바위모양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길끝에 만나는 울창한 송림의 삼포해변.....그 길을 찾아 46코스를 시작한다
장사항 앞에 그림처럼 떠 있는 작은 바위섬.
장사항부터 화진포까지 해안에서 가까운 작은 바위섬을 무수히 보게 된다.
바다와 하얀모래, 바위섬을 함께 본다는 것은 여행객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장사항을 지나 한참을 걷다보면 어느새 강원도 고성군을 만난다. 고성은 해파랑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
차도를 벗어나 언덕아래로 내려서는데 ..갑자기 작고 까만 동물이 길을 막아서고는 빤히 쳐다본다. 이게 무엇일까.
정답은 토끼. 앞발을 몇번 내밀더니 대숲으로 사라진다. 토끼가 아무런 방해받지않고 뛰어놀다니...
장사해변을 벗어나 언덕을 내려서면 레스토랑 바다정원을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정원 옥상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건물뿐만 아니라 주차장 규모가 엄청나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 풍경좋은 곳은 대부분 까페와 레스토랑, 펜션과 식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바위섬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게 가장 좋지만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용촌리 바위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해변이 조용하고 깨끗하여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코로나가 세상을 단절시켰지만 사람들은 주말이면 동해바다로 몰려온다.
한발자욱 물러서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도 되는 넓은 갯바위와 흰 모래, 푸른 바다, 떠있는 듯한 바위섬
캔싱턴리조트 해변. 주인도 이름도 없지만 리조트 전용 해변이 되었다.
캔싱턴 리조트 앞 바위섬은 푸른 나무들로 덮여 있다. 점점이 흩어진 갯바위들이 서로 기대어 살고 있다.
4월의 막바지, 마음은 어느새 명파리에 있다.
늦은 오후 조금씩 지쳐간다.
낙산비치에서 고성군 봉포항까지 27km, 32일차 여정을 마무리한다.
사람출입이 거의 없는 방파제 끝에 자리잡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며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을 보니 노을 지는 봉포항 하늘에 전설속 물고기닮은 구름이 지느러미를 움직여 천천히 헤엄치고 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봉포항을 출발하며 고성군 농어촌 버스 시간표를 통해 강원도 고성을 읽는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노선도안에 모두 들어 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기는 강원도 고성 땅 !! 천진해변
여기는 천진해변
지나가는 길마다 고성 8경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있으며, 호수와 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걸작품 송지호가 있고, 설악산 정기가 모여 드는 곳에 자리잡은 청간정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뿜어내는 향기와 화려한 풍경,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을 주는 화진포 등 내가 걸어가는 길이 모두 풍경이 되고 아름다움이 된다.
내를 건너고 숲을 지나면 청간정이다. 청간정은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천진천이 합수되는 지점의 동해바다 절벽위에 지어졌다.
달뜨는 밤과 동해바다 새벽일출과 함께 청간정이 왜 관동팔경 중 제 1경인지 보여준다고 하는데..
청간정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낮에도 해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소나무숲이 장관이다.
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청간정으로 오르는 길을 놓치고 곧장 해변으로 이어진 길로 걸음을 옮겼지만 최근에 건립된 청간정에 아쉬움은 없다
청간정을 지나면 해변 철책을 통과하고 곧장 바다해변으로 이어진다
청간리 해변을 지나면 길은 아야진 항으로 이어진다. 청간정 바다가 주는 만족이 계속 아야진으로 이어진다 .
고성군 바다는 위도가 높아질 수록 원시의 향이 점점 짙어간다.
아야진 회센타가 그러하듯 동해안 어디를 가도 맛집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아야진항 초입에는 천평바위라고 할 만한 넓은 바위가 있다.
어지러운 세상 부대끼면서도 불평한마디 없을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아야진항 빨간 등대위로 갈매기 몇마리 하늘로 비상한다.
한없이 고요하고 한없이 잔잔한 아야진에서 눈감고 귀막고 지나온 길을 생각한다
길 하나 하나가 되살아나며 마음을 적신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낄 수 없으면 그저 삭막할 뿐이다.
바라보면 바위길이고 내려서면 모랫길이 풍경이 되는 여기는 아야진 해변이다
아야진 바위가 검은 듯 흰 얼굴을 물위에 비춘다.
수많은 이름과 시간의 수레바퀴아래 새겨진 이름은 아야진이다
아야진 해변도로를 걸어가면 수천년 바다가 흩 뿌리고 간 흔적들이 바위로 나타난다
내가 만들어간 이름들이 흔적을 남기듯 해파랑길에 남아있다
다시 불러보는 이름들..오륙도와 슬도와 감은사와 호미곶과 축산항과 초곡과 추암, 경포대와 설악산 외옹치와 그리고 그리고......
자연이 만든 걸작품, 아야진 해변
파랑과 붉은 색의 조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덩달아 마음이 상쾌해진다. 길은 아야진을 벗어나 이제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2010년 개장된 평화누리길은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인 인천강화군과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에서 고성군 통일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최북단 걷는 길이다.
내버려지고 철조망을 맞댄 곳을 정비해 시민들이 이곳을 걸음으로써 그간 철조망 뒤에 숨겨져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감상하게 하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조성 취지라고 한다.
코리아 둘레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과 강화에서 고성까지의 평화누리길, 부산에서 해남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과 서해안 서해랑길을 가는 총 길이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 코스이다.
어느새 나는 남파랑길 1,500km 를 꿈꾸고 있다.
염생식물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언덕을 지나가면 내 몸안에 쌓여 있던 일상의 먼지가 모두 날아가버릴 것 만 같다
해변 데크길을 따라 길게 설치된 군사 철책은 분단의 아픔과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천학정 앞 백도와 구름과 바다
천학정 오르는 언덕에 서면 먼저 블록담장위 철망이 보이고 그 너머로 백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월이 흘러 분단의 상처가 치유되어 역사가 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천학정끝에 서서 바다가 창작한 바위들과 작은 바위섬 백도를 내려다 본다
보이는 건 모두가 삶의 위안이 되고..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참된 선경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바다와 모래해변의 경계가 뚜렷하다. 근심있는 사람 이곳에 서면 세상 번뇌 시름 모두 잊어 버리기 딱 좋은 풍경
교암해변은 아무런 대가없이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교암해변의 능파대 오르는 초입에 바위들이 숲을 이루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다
자연은 언제나 모든것을 내어준다.
파도를 잔뜩 뒤집어 쓴채 수억년을 버텨온 능파대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제 능파대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많이 기다리지 않았는가.
온갖 형태의 바위들 오리바위 고래바위 물개바위 코끼리 바위 아무렇게나 붙여도 이름이 되는 능파대 바위들이 자태를 뽐내며 서로 어우러져 있다 . 오직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합작한 작품이 능파대이다. 동해안 거친 파도와 맞서 싸운 결과물이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바위가 숲을 이룬다고 교암해변인가.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능히 파도를 이긴다는 능파대가 이그러지고, 패여지고, 아무렇게나 놓여 마치 현세에서는 볼 수 없는 듯 극단의 자태를 드러낸다
능히 파도를 이겨내고 자리를 지킨다. 길은 걷는 것은 새로움을 만나는 것이며, 낯선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제 능파대를 떠나 문암해변으로 방향을 잡는다. 부서지는 햇살에 현기증이 난다. 종착지가 코앞이다
늘 마음만으로 그리워하던 것들과 만나기 위해 먼거리를 걸어왔다. 사방이 고요하다.
문암대교 너머 문암해변. 산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모래해변도 그곳에 있다...
햇살 부서지는 봄날 정오 즈음 오토캠핑장 벤치에 앉아 점심대신 커피를 마셨다.
문암해변 길가 바위조차도 길과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마치 사람이 부러 쌓아 놓은 듯하다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신비함을 쫓는 걸음이 일상화된 탓일까. 평범한 바위라도 더 이상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시 돌아보는 능파대.
아름다운 것은 자리를 옮겨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여전히 아름답다.
문암 1리 방파제 앞 유난히 특별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바위군.
새롭게 받아들이면 모두가 아름답다
문암 마을 지나 방파제에 서면 다시 만나는 바위가 더 이상 신비하지 않다.
뒤돌아 보거나 앉아서 보거나 곁눈질을 해도 보이는 건 모두 낯설면서 익숙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문암 1리 항 표지판위의 갈매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물같은 갈매기 모형이다
줄지어 정박한 어선뒤로 언덕이 보인다. 길은 언덕을 넘어 다시 차도로 이어진다
문암항에서 그물손질하고 있는 어부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서 오셨냐"고 묻는다. 부산에서 해파랑길 걷는 중이라고 했더니 "다 걷고 문암항 낚시나 하고 가라"고 한다.
그물손질하는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사람은 찍지 말고 배나 찍어"가라고 한다.
문암항을 벗어나 강원도 어촌마을을 지난다.
길이 피곤해지면 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지만 걷기 싫다고 아스팔트 길을 버리고 산으로 갈 수는 없다
문암선사유적지가 텅비어 있다. 길이 호젖하고 여유로워 선사유적지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은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불쑥 솟아 있는 자작도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작은 바위섬 하나가 풍경을 이렇게 바꿔놓는다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섬이 같이 따라 온다. 들리는 건 오직 파도와 갈매기 소리뿐..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청정해진다. 천천히 걸어가며 자작도 해변을 즐기기만 하면된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바다, 자작도 해변 길은 특별함이 없어 보인다.
여느 해변과 마찬가지로 언덕같은 작은 산과 흰 모래. 그 바다위 바위섬, 그러나 해변에 가까워질 수록 풍경이 조금씩 바뀌어간다.
자작도와 해변사이 작은 어선한척이 바위섬이 내리는 그늘자리에 멈춰있다.
바람한점 없는 바다에 평화와 고요가 머문다
내가 섬을 부르면 섬은 그자리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침묵으로 대답한다. 천천히 걸어라, 지친 몸을 쉬어가라고 한다
자작도 해변을 벗어나 이제 삼포리 해수욕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마치 보리같은 염생식물이 삼포리 해변에 가득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이다.
양양과 고성해변을 걷다보면 작은 바위섬을 자주 만난다.
통영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화려함은 없지만 단아하고 소박하며, 사랑스럽다.
길가는 사람은 이런 곳에 섬과 마주 앉아 한참을 쉬어간다
바쁠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이 잠시 동안이나마 앉아 쉬면서 바다와 바위섬이 주는 정취를 온몸으로 느낀다.
걸음 걸음이 모두 새롭고 설레어야 한다? 그런 기대감은 잠시 내려놓자.
신발 잠시 벗어놓고 바람도 없고 파도조차 없는 조용한 바다에 혹사시킨 발을 담그면 그만이다.
46코스는 삼포에서 그치지만 걸음은 다시 47코스로 이어진다
★ 해파랑길 46코스 정보
- 코스 중간에 편의점 등이 없으므로 사전에 미리 준비
- 아야진항에는 맛있는 횟거리와 물회를 먹을 수 있으며 까페 나폴리커피하우스에 앉아 아야진 해변을 조망할 수 있음
- 아야진과 삼포해변은 조용하고 깨끗하여 가족단위 피서가 가능함
- 아야진과 청간정에서 차박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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