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 오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둘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라 불렸다는 설과 높다는 뜻의 "달"에 봉우리의 뜻을 가진 "쉬"가 합쳐져 불려진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유래의 진위여부를 떠나 다랑쉬의 모습은 두가지 설을 모두 충족시킬만한 매력적인 외형을 지니고 있음은 틀림없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4월, 오름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다랑쉬오름을 오르기 위해 아침일찍부터 길을 잡았다
다랑위오름은 표지석이 있는 오름의 중간으로 가파르게 놓인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30분이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질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 길은 오름의 정상부까지 외길이다
오름허리를 감싸고 있는 운무때문에 다랑쉬오름의 맛과 멋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지만 둘레길을 놓칠 수는 없다
소사나무가 도열하고 있는 둘레길을 따라 다랑쉬 오름의 분화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절반과 우려절반의 마음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분화구 안으로 운무가 짙게 깔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분화구는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구나라는 탄식과 함께....
어떤 풍경을 보느냐가 중요하지 어떻게 느끼냐가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다
2012년 다랑쉬오름을 올랐을때는 분화구를 가리고 있는 숲과 나무가 거의 없었거나 키작은 나무 몇그루만 있었다
발아래 펼쳐지는 보석같이 빛나는 분화구를 내려다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12년이 지난 오늘의 다랑쉬는 여전히 그자리 그대로 있지만 키큰 나무가 분화구 주위를 둘러싸고 서있어 분화구 내부를 볼 수 있는 장소는 분화구 남쪽 중간즈음 한곳이 유일하다
지도상 원형을 띄는 다랑쉬오름의 밑 지름은 1,013m, 전체 둘레가 3,391m로 비교적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사면은 돌아가며 어느 쪽으로나 비탈진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산정부에는 크고 깊은 깔대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가 움푹 패어있는데, 이 화구의 바깥 둘레는 약1,500m에 가깝고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똑같은 115m라 한다(다랑쉬 홈페이이지)
짙은 운무가 잠시동안 자리를 비켜주는 잠시 동안의 시간, 마침내 분화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둥근 굼부리 아래 마치 절구처럼 움푹패여 마치 달님이라도 담을 듯한 광경에 한참동안 걸음을 멈추고 위대한 풍경을 가슴에 담는다
걸었던 길위의 모든 풍경들이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지듯 다랑쉬오름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12년의 시간이 흐른 후 찾는다 하여도 똑 같은 느낌과 감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름다운 다랑쉬오름에서도 제주의 아픈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데, 다랑쉬 오름 아래 있던 다랑쉬마을(월랑동)이 4·3사건 때 토벌대에 의해 마을 전체가 초토화 된 사건이 그것이다. 다랑쉬오름에서 조금 떨어진 평지에는 다랑쉬굴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리 피난갔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토벌대가 굴 입구에서 피운 불에 질식사 하였다. 1992년 44년 만에 이들의 주검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굴 속 바닥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민간인 시신 11구와 그릇, 항아리 등 생활용품이 널려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당국에 의해 화장되어 바다에 뿌려졌으며, 현재 다랑쉬 굴의 입구는 폐쇄되어 있다.(다랑쉬오름 홈페이지에서 인용)
제주의 오름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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