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에도 이야기가 담겨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길이 알고 있던 자연과 역사와 길 주변에 살았던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따라 가는 것이다 .
남파랑길 또한 이야기와 사람과 자연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런 남도길이지만 저절로 다가오지 않는다. 열심히 걷기만 한다고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오늘만큼은 길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생각하며 걸어 가보자.
남파랑길 85코스는 사초해변공원을 출발, 사내 방조제를 지나 해안을 따라 걷는 구간으로 해남 삼남길이 포함된 코스이다. 강진을 지나 해남땅을 넘어 완도로 연결되는 구간으로 다도해가 품고 있는 완도와 국토의 최남단에 우뚝 서있는 두륜산을 마주하며 해남군 북평5일장 앞 남창버스정류장 이어지는 18.6 km의 길이다. 소요시간 5시간.
남파랑길 85코스는 멀리 완도의 섬과 섬들이 바라보이는 사내 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를 탄 라이더 한무리가 아침 햇살 따라 물이 흐르듯 앞으로 나아가며 내게 외친다 "화이팅 !"
멀리 고금도가 아스라히 보이고 햇살에 빛나는 바다가 푸른 하늘과 섬과 경계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방조제 부근에서 발견한 남파랑길 84코스 안내도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라는 듯 생뚱맞은 자리에 홀로 서있다.
사내호를 사이에 두고 해남의 영봉 두륜산이 우뚝 서있다. 여덟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로 이어진 두륜산은 국토의 최남단 해남의 가장 높은 산으로 한때 대둔산으로 불렸다가 언제부터인가 두륜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인 가련봉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다
사내 방조제가 끝나는 곳에 바다 건너 완도를 바라보며 사내호 조성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완도와 해남, 강진의 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인공담수호 사내호수는 시화호, 새만금호수와 함께 실패한 방조제 호수로 알려져 있는데 새만금이 최근 철새도래지로 거듭태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다른 용도로의 역간척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내방조제를 지난 길은 배수갑문과 사내교에서 강진을 넘어 해남땅으로 들어간다
굴곡진 길을 따라 한굽이 돌아서면 강진만 너른 바다가, 또 한구비 넘어서면 장죽도를 비롯한 복섬과 진대섬이 해남 앞바다의 감흥을 북돋운다
내동마을 해안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사람이 썰물의 바다에서 "고둥"을 건져 올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섰더니 "오늘 저녁 술 안주거리" 잡으러 나왔는데 별로 없다고 가볍게 웃으며 "부족하지만 점심을 같이 하겠냐며 " 가던 길을 붙잡는다. \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이 무엇인가. 처음 보는 나를 마음을 나누는 가족같은 사이로 인정한다는 뜻 아닌가. 울림을 주는 것은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주는 울림이 더 감동적이며 더 오래 간다.
강진만 바닷길 따라 1자로 길게 이어진 내동마을로 접어든다. 하얀벽, 노란벽에 파란지붕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내동마을은 남도 어촌의 색깔있는 마을중 하나이지만 신안군 작은 섬들이 다양한 색깔의 지붕으로 많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파란지붕과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더해져 더욱 청량한 느낌을 더해 주는 내동마을..알려지지 않아서 더 좋은 마을이다
서동마을, 뒤꿈치를 살짝 들어 "가을나그네"라고 이름 붙인 작은 집을 들여다 본다.
담장에는 청자를,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는 도자기와 옹기와 강가에서 주워온 둥근 돌로 탑을 쌓아 한껏 멋을 내었지만 뭔가 허전하다. 아니..너무 가득차 부족한 느낌이다
원동리 포구를 지나고 해남땅과 장죽도 사이 너른 갯벌이 깊어가는 가을 햇살을 받아 마치 너른 평원을 보는 것 같다.
물을 비우면 비운대로, 물이 차면 찬대로 갯벌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다.
두륜산이 가을 억샛잎사이로 육중하지만 부드럽고 둥근 봉우리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갯벌의 색은 다양하다. 섬과 섬들, 은빛 억새꽃과 파란 하늘,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회색빛 갯벌과 함께 눈부신 색깔의 향연을 펼친다. S자로 휘어져 바다 깊은 곳으로 흐르는 갯골과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땅이 남도 해남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김치는 배추가 주재료이다. 겨울배추하면 뜨오르는 건 바로 "해남배추"아닌가.
해풍을 맞아 그런지 아삭아면서도 고소한 해남배추가 끝도 없이 너른 밭에 맛깔나게 자라고 있다
완도대교가 빤히 바라보이는 와룡리 앞바다에 빈배 하나 폐선 되어 물속에 빠져 있다.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 바닷길에는 짜우락샘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노둣길이 있다. 바다건너 완도를 바라보며 길게 뻗어 있는 노둣길은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품은 자연의 길이자 사람의 길이다
짜우락샘은 바다 가운데 있는 샘이다. 밀물이 되면 사라졌다 썰물이 되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의 샘이지만 지금은 옛 이야기로만 남았는지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짜우락샘과 노둣길과 바다에 빠진 폐선을 뒤로하고 와룡마을을 벗어나 북평쪽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너른 들판에 해남 배추가 자라고 추수끝난 들판 너머로 두륜산이 푸른 하늘을 떠 받치듯 서 있다
바다 건너 완도 상왕산의 주능선이 공룡의 등줄기 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가을 햇살아래 우뚝 솟아 있다.
지금은 밀물시간, 바닷물이 뭍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사방은 고요하고 투명하다.
하교하는 여학생 두어명이 손에 든 모바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길을 간다. 다른 사람의 이목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도 인사는 잘 한다. 안녕...! 하며 손짓하는 내게 "안녕하세요"하며 유쾌하게 지나간다
남파랑길 85코스는 북평면 남창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끝이난다. 부산시 서부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으며 오전 08:05~15:55 사이 하루 4번 운행한다. 요금은 34,100원이며 소요시간 5시간 30분
터미널 1분거리에 북평5일장이 있다.
와룡리 짜우락샘 처럼 밀물때 사라졌다 썰물때 나타나는 신비의 약샘이라는 안내에 따라 물한통을 떠서 마셔보았더니 짜다..아니 더럽지는 않아도 마시고 싶은 정도의 깨끗한 물색은 아니다. 게다가 물고기도 살고 있다
북평면 남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완도 달도까지 10여분, 달도 테마공원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거칠게 불던 바람도 자고 고요한 저녁이 찾아 왔다. 약샘 위 정자에 앉아 해창막걸리 한잔으로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냈다.
완도섬을 한바퀴 돌아오는 89코스에서 달도 테마공원을 다시 만나게 된다.
'코리아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파랑길 87코스(완도항 해조류센터~완도 화홍초등학교)특별함으로 빛나는 섬 (1) | 2023.05.13 |
---|---|
남파랑길 86코스(해남 남창시외버스터미널~완도항 해조류센터)장보고의 꿈 (3) | 2023.05.11 |
남파랑길 84코스(도암농협~강진 사초해변공원)강진만을 넘어오는 세찬 바람 (2) | 2023.05.02 |
남파랑길 83코스(舊 목리교~강진 도암농협)다산 선생이 걸어간 유배길 (2) | 2023.04.29 |
남파랑길 82코스(가우도~강진 舊(구)목리교) 남도여행 1번지 (2) | 2023.04.24 |